원효로3가 땅끝마을
매생이떡국도 먹고 싶고, 황태구이도 먹고 싶다. 혼자 왔으니 한번에 하나씩 먹어야 하지만, 살짝 욕심을 내볼까 한다. 떡국은 밥으로 구이는 반찬으로 먹는다. 전남 해남이 아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3가에 있는 땅끝마을이다.
원효로3가 땅끝마을, 도화동 남해바다 그리고 종로5가 남해굴국밥은 겨울이 오면 찾는 식당이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매생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곳도 있겠지만, 여기 외에는 아직 찾지 못했다. 2023년 첫 업로드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떡국이 좋겠다 싶어서 찾았다.
혼밥은 사람이 몰리는 12시를 피해서 가는데, 땅끝마을은 1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사람이 많다. 날이 추울수록 따끈한 국물이 끌리는 법이니깐.
매생이 전문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매생이로 만든 음식이 꽤나 많다. 굴국밥에 떡국 그리고 탕이 있는데 새해 첫 업로드라서 매생이떡국(8,000원)을 주문하려고 하다가, 황태구이(9,000원)에 시선이 딱 꽂혔다. 살짝 과하다 싶지만, 욕심을 내서 둘 다 주문했다. 참, 가격이 천원씩 올랐다.
당면이 과하게 많은 잡채이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참기름과 후추의 조화가 좋다. 덜 익은 배추김치와 달리 알타리는 제대로 익어서 아삭시원하다.
뚝배기에 나오다 보니, 겁나 뜨겁다. 더구나 매생이 자체가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다 보니, 보기와 다르게 훨씬 더 뜨겁다. 한올 한올마다 바다를 품고 있는 녹색빛깔 매생이는 겨울바다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매생이는 해조류 중에서 가장 늦게 알게 된 녀석(?)이다. 몰랐을 때는 파래로 착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겨울이 오면 무조건 무조건 찾는다. 미역이나 다시마와 달리 매생이는 가족들이 싫어하는 바람에 집밥이 아닌 밖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매생이떡국이라서 매생이와 떡국떡만 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겨울 대표 먹거리 굴도 들어 있다.
야들야들한 떡 사이사이로 매생이가 포진되어있다. 국물이 있긴 하지만 굳이 따로 먹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매생이가 다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진한 풍미가 알려준다. 좋은 매생이와 굴을 쓰고 있다는 거. 참, 잘 풀어진 계란도 들어 있다.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이불 밖은 언제나 무섭지만, 매생이를 먹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매생이는 해장은 물론, 더 추울수록 더 생각이 난다. 더구나 철분 함량이 우유의 40배라고 하니 자주 챙겨먹어야 한다. 우유를 마시면 배앓이를 하는 체질이니깐.
황태구이는 매생이 시즌이 끝난 후에 먹어야지 했는데, 황태도 지금이 시즌이다. 제철 음식은 보약이라고 했으니, 보약에 보약을 더한다. 매생이가 밥과 국물을 담당하고 있으니, 황태는 구이 반찬이다.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우면서 맛깔난 양념을 더했으니 냄새만으로도 식욕이 확 당긴다.
노릇노릇하고 달짝지근한 양념에는 무조건 밥이다. 황태구이를 주문하면 밥이 같이 나온다. 매생이떡국이 있으니 밥은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건 무조건 밥이다. 흰쌀밥 위에 황태구이는 겨울바다 더하기 황태덕장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밥이 있는데 그냥 놓칠 수 없는 반찬 연출샷이다. 굳이 올려서 먹을 필요는 없지만, 업로드를 위해 필요한 컷이다. 밥이랑 먹을 때가 가장 좋긴 하지만, 매생이떡국에 황태구이를 반찬으로 올려서 먹어도 훌륭하다.
뚝배기의 장점은 마지막까지 뜨끈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매생이는 딱히 저작운동이 필요치 않지만, 후루룩 후루룩 마시듯 먹으면 진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새해가 되면 늘 그러하듯 다이어트를 결심하는데, 매생이떡국에 황태구이를 먹었으니 작심삼일이 되기 전에 포기해야겠다.
참, 떡국을 먹으면 한살을 먹는다 했는데, 올해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거꾸로 2살을 먹었다.
2020.11.20 - 매생이떡국에 매생이전까지 원효로3가 땅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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