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리동 채담화 공덕본점
어렸을 때는 김밥 속 시금치나물을 골라냈는데 지금은 생채에 산나물까지 환장을 한다. 5가지 나물이 들어 있는 비빔밥에 식감좋은 버섯탕까지 여름 보양식은 멀리 있지 않다. 소고기 샤브샤브의 아쉬움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재화스퀘어 지하 1층에 있는 채담화 공덕본점이다.
재화스퀘어 지하 1층에는 괜찮은 밥집이 있는데, 그중 첫번째는 육미전복이다. 런치특선 소고기샤브샤브(1인 11,000원)가 아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1인 샤브샤브가 대세이긴 하지만, 왠지 느낌이 쎄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더니, 1인준 주문은 안된단다.
육미전복의 소고기 샤브샤브를 버리고 황태뚝배기해장국의 황태냉면을 먹으려고 했는데, 옆집을 보고 발길을 멈췄다. 채담화라는 이름보다는 지리산산나물과 자연담은 건강밥상에 시선이 딱 꽂혔기 때문이다.
5가지 산나물 비빔밥과 건강 버섯탕 정식이라, 점심치고는 가격이 살짝 있는데, 오픈기념 특가로 할인을 하고 있다. 산나물을 좋아하는 1인은 여기를 놓칠 수가 없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메뉴판부터 정독을 한다. 식사에 저녁 술안주까지 메뉴가 꽤나 다양하다. 산나물 갑오징어전이 끌리지만, 저녁이 아닌 점심이라서 비빔밥을 먹을 거다.
1시가 조금 지나서 도착을 했는데, 마치 나만을 위한 식당인 듯 아무도 없다. 혼밥을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분위기이다. 설마 점심영업이 벌써 끝났나 싶어 물어봤다는 거, 안 비밀이다.
채담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나물인가 보다. 센터에 유채 그리고 왼쪽부터 낏순과 미역취 그리고 방풍 나물이다. 조리를 하기 전에는 어떤 나물인지 구분이 가능하지만, 조리가 끝나면 이게 깻순인가? 유채인가? 구분이 어려워진다.
고추장과 들기름은 비빔밥용이고, 간장소스는 버섯탕용이다. 종이컵에 생수병이라 청결을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친환경으로 바라보면 종이컵에 플라스틱 생수병은 최악의 선택일 거다. 사진만 찍고, 물은 마시지 않을 테니 다시 가져가라고 했다.
가운데에 있는 초록빛깔 나물은 참나물이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나물은 아까 봤던 4가지 나물이 확실한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맛이 다를까 싶어 하나씩 먹어봤는데 생김새에 이어 맛으로도 구분을 못하겠다.
직원에게 어떤 나물이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굳이 그럴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어 그냥 먹기로 했다. 사랑의 작대기는 할 수 없지만, 아까 봤던 깻순, 미역취, 유채, 방풍 나물이다.
건강 버섯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물이 슴슴하다. 일본식 우동국물이라고 해야할까나? 맑은 장국같다. 싱겁다 혹은 맹맹하다, 요런 느낌이 들 정도로 간이 약하다. 간이 세서 맹물을 넣은 적은 많지만, 간이 약해서 간장을 더 넣은 적이 있나 싶다. 암튼, 버섯용 간장소스로 간을 살짝 더했다.
비빔밥을 먹을때 고추장보다는 된장을 선호한다. 고추장을 넣으면 나물 본연의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연출용으로 한꼬집(?) 정도 넣었지만, 들기름은 두어 바퀴 돌렸다. 구수한 들기름 향이 느무느무 좋아서 자제를 할 수 없었다.
구수한 들기름 사이로 퍼지는 나물의 맛과 식감이 잘 어울린다. 역시 산나물비빔밥에 고추장은 없어도 된다. 고슬고슬한 밥은 비빔밥용으로 적당하며, 나물이 적다 싶었는데 비비고 나니 딱 알맞다.
잡채와 탕수육에 나오는 목이버섯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편식은 아닌데, 굳이 막 골라서 먹지 않는다. 때깔만 다를뿐, 똑같은 목이버섯인데 흰목이버섯은 다르다. 뭉쳐있어서 그런 것일까? 꼬들꼬들하니 식감깡패다. 골라내고 먹어야지 했다가, 남김없이 다 먹어버렸다.
흰목이버섯뿐만 아니라 버섯도 다양하게 들어 있다. 익숙한 국물맛은 아니지만, 버섯은 맘에 든다. 간장소스도 좋고, 오징어젓갈을 올려서 먹어도 좋다. 건강 버섯탕이지만, 슴슴한 산나물비빔밥과 반대로 살짝 얼큰했으면 어떨까 싶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백김치조차 슴슴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5가지 지리산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에 5가지 버섯으로 만든 버섯탕까지 건강밥상을 남기면 나만 손해다. 음식은 부담이 없는데 가격은 살짝 부담이 있다. 고로, 오픈기념 특가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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