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동(인사동8길) 오수별채
구수하고 진한 청국장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한데, 여기에 8가지 반찬이 더해진다. 그리고 스댕(?) 사발에 들어 있는 공깃밥이 아니라 갓지은 솥밥도 있다. 이 모든 게 단돈 9,000원, 행복한 밥상이 아닐 수 없다. 관훈동이라 쓰고 인사동이라 부르는 동네에 있는 밥집 오수별채다.
인사동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골목보다는 옆으로 뻗어있는 작은 골목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숨은 보석같은 곳이 많은데, 느낌적인 느낌상 나만 모르고 있지 않았나 싶다. 암튼, 인사동 청국장으로 검색을 했고 여러 곳이 나왔지만, 그중 오수별채가 가장 맘에 들었다. 청국장을 묻고 솥밥까지 더블로 간다는데, 거절할 명분이 없다.
흑두부를 직접 만드는지, 관련 메뉴가 많다. 코스는 혼밥이라 무리고, 무슨무슨 정식은 점심치고는 사악한 가격이다. 그런데 가장 아래에 있는 점심특선정식(9,000원)은 가성비는 기본, 혼밥 메뉴로도 훌륭해 보인다. 순두부와 청국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청국장이다.
점심특선정식에는 여덟가지 반찬이 나온다 .이중 흑두부구이와 볶음김치가 메인은 듯 싶다. 왜냐하면 리필이 안되기 때문이다. 반찬은 간이 강하지 않아 좋은데, 콩나물무침과 미역줄거리볶음은 살짝 짭잘해도 좋을텐데 심심하다.
볶음김치에 고기는 없지만, 두부에 올려서 먹으니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 사실 양은주전자가 나와서 살짝 설렜다. 막걸리가 아닐까 괜한 기대를 했는데, 솥밥용 뜨거운 물이다.
갓지은 솥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슬고슬하니 찰지다. 솥밥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밥맛이 좋고, 둘째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다. 누룽지에 설탕을 더해서 달달 고소하게 먹어도 좋지만, K-디저트 숭늉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밥을 푸고 난 후, 더운 물을 붓는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후에 만나요~
밥만 먹어도 맛있다! 여기에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갓지은 솥밥일 경우, 밥만 먹어도 맛있다. 밥을 푸다가 숟가락에 묻은 밥을 먹으니 역시는 역시다. 그래도 밥만 먹으면 허전하니, 생김에 양념간장을 더한다. 누구나 아는 뻔한 맛인데, 그 뻔한 맛이 참 좋다.
청국장과 된장의 차이를 검색해 보니, 제조 방법이 다르다. 메주에서 된장이 되기까지 약 60일 정도 걸리지만, 청국장은 삶은 콩으로 24시간 띄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때 바실러스균이 생겨서 장에도 좋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차이는 조리 방법으로 된장은 묽게, 청국장은 걸쭉하게~ 고로 으깨진 콩알에 연한 청국장은 질색이다. 여기에 청국장 특유의 쿰쿰한 내음이 나야 하는데, 요즈음 냄새를 죽인 청국장이 대세인가 보다. 냄새만 아쉬울뿐, 맛이나 질감은 맘에 든다.
콩알이 살아 있지만, 입으로 들어가면 부드럽게 으깨지면서 구수함을 뽐낸다. 갓지은 솥밥에 청국장과 두부를 살포시 올린다. 조기교육을 반대하지만, 청국장과 굴은 예외다. 이 맛을 어른이 된 후에 알게 돼서 야속할 뿐이다.
자고로 청국장은 비빔이다.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밥그릇에 넣어서 쓱쓱 비빈다. 이때, 아껴놓은 계란찜을 추가해, 식물성과 동물성 단백질을 만나게 한다. 청국장비빔밥만 먹어도 되지만, 두부구이에 나온 볶음김치를 올려서 먹어도 좋다.
누룽지가 많았나 보다. 숭늉이 어찌나 고소하고 구수한지 반찬없이 그냥 막 먹어댔다. 청국장 하나만 보고 오수별채에 갔는데, 솥밥에 빠졌다는 거, 안 비밀이다. 요즘 빵을 즐겨 먹고 있지만, 역시 밥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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