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동 힛더스팟 베이커리8
낯선 동네에서 맘에 드는 밥집을 찾기란 무지 어렵다. 정보의 홍수를 뚫고 나름 괜찮은 곳을 발견하더라도, 음식을 먹기 전까지 모른다. 그에 비해 빵집은 조금 쉽다. 기능장이라는 명패가 있거나, 엄청난 곳에 납품을 했다면 우선 실패는 하지 않는다. 가산동에 있는 힛더스팟 베이커리 에이트는 2019년 대통령 취임 2주년 기념 선물로 선정되어 청와대에 납품을 한 빵집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다.
베이커리카페답게 빵 진열대는 물론 카페 공간도 있다. 널찍한 주방 공간을 보아하니, 여기서 빵을 만드는 듯 싶다. 참, 상호가 익숙하다 했더니, 현대아울렛 가산점에 매장이 또 있다.
빵만 있는 줄 알았는데 브런치 메뉴도 있다. 요즘 수프에 빠져있는 1인이라서, 홈메이드 수프가 끌린다. 힛더스팟 베이커리8은 다시 와야만 하는 곳이므로, 그때 수프도 먹어야겠다.
2019년 5월 대통령 취임 2주년 기념선물로 선정되어 청와대에 납품했던 빵, 무화과 파운드(6,500원)다. 특제시럽에 이틀간 숙성시킨 말린 무화과와 호두가 듬뿍 들어간 파운드로 중량감 있는 묵직한 식감과 촉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집의 대표 빵인데 아니 먹을 이유가 없다. 맨 앞줄에 있으니 무조건 쟁반행이다. 참, 이번 정부에 납품을 했다면 절대 안갔을 텐데, 지난 정부라서 반갑게 들어갔다는 거, 쉿~ 비밀이다.
아랫줄은 모카빵, 대파 크림치즈빵, 올리브와 대파가 들어있는 모닝빵. 윗줄은 파이와 호박파이, 호두 무화과 스콘. 빵 진열대가 일렬로 있기에, 종류는 그닥 많지 않구나 했다. 그런데 어느 빵집을 가더라도 종류는 겁나 많다.
이때만 해도 르뱅쿠기에 대해 알지 못했다. 쿠키 종류인 줄 알았는데, 미국 뉴욕의 르뱅 베이커리라는 곳에서 판매하는 쿠키라고 한다. 힛더스팟 베이커리 에이트에는 8가지 종류의 르뱅쿠키가 있다. 누텔라, 레드벨렛 크림치즈, 무화과, 초코청크, 레드벨벳 마쉬멜로우, 초코마쉬멜로우, 흑임자, 쑥 로투스 등이 있다.
음료 주문은 언제나 늘 그러하듯, 얼음 동동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뜨겁거나 차겁거나 가격이 동일한 곳도 있지만, 여기는 핫(4,100원)보다는 아이스(4,600원)가 조금 더 비싸다. 빵집에 오기 전에 얼큰만두전골을 든든하게 먹었기에, 소화제로 얼음동동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왼쪽은 커피가 나오자마자, 오른쪽은 커피를 반정도 마시고 얼음리필을 한다. 그리고 또 반을 마시고 다시 얼음리필을 한다. 그렇게 하면 커피맛 맹물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연하디 연한 커피가 된다. 왼쪽보다는 오른쪽 커피를 더 좋아한다는 거, 안 비밀이다.
단맛을 그닥 좋아하지 않다보니 연유를 거의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좋아하는 소금빵이 아니라 연유크림빵(4,000원)은 선택한 것일까? 얼큰한 만두전골로 인해 입안이 여전히 얼얼했기 때문이다. 쓴커피는 소화제, 달달한 연유크림빵은 입안 달래기 용이다.
연유라서 단맛이 강할 줄 알았는데, 생크림에 비해 조금 더 달달할 뿐이다. 질감은 묵직한 생크림이랄까? 연유크림이라서 은근 쫄았는데 단맛이 과하지 않아서 좋다. 빵은 촉촉보다는 퍽퍽에 가깝다보니, 연유크림과 무조건 같이 먹어야 한다.
8가지 르뱅쿠기 중에서 무화과(3,500원)를 골랐다. 이유는 없다. 무화과를 좋아하니깐. 쿠키는 부스러기가 많이 나오는 바삭보다는 꾸덕한 타입을 좋아하는데, 르뱅쿠키가 그렇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꾸덕하다.
겉은 얇을 막이 감싸고 있고, 안은 앙금같은 무언가가 들어있다. 그리고 정중앙에는 새콤한 무화과와 하얀 녀석(?)은 크림치즈다. 쿠키치고는 가격이 사악한데 했는데, 먹어보니 겁나 고급지다. 꾸덕에 과하지 않은 단맛까지 완전 취향저격이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르뱅쿠키에 놀란 후, 무화과 파운드는 맛봤다. 지금까지 먹어본 파운드 케익 중 안동에 있는 맘모스제과의 유자파운드가 1등이었는데, 힛더스팟 베이커리8의 무화과파운드가 가볍게 1위 자리에 올랐다.
모양새는 촉촉하지 않고 건조한 듯 싶지만, 먹으면 바로 촉촉하니 부드러워진다. 여기에 무화과와 호두가 은근 많아서 씹는 즐거움도 있다. 부스러기가 많은 점은 살짝 아쉽지만 그건 파운드 케이크라서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고급진 빵을 청와대도 인정을 아니할 수 없었을 거다.
밥배와 빵배가 따로 있다고 하지만, 밥배가 과식을 하면 빵배는 그만큼 공간이 줄어든다. 포장하기 힘든 연유크림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촬영과 맛만 본 후 집으로 가져갔다. 르뱅쿠키는 다음날 먹었고, 무화과 파운드는 냉동고에서 3일을 재우고 주말에 해치웠다.
힛더스팟 베이커리8을 다시 오고 싶은 이유는 무화과 파운드보다는 르뱅쿠키때문이다. 취향저격 쿠키를 만났는데, 하나만 먹고 왔기 때문이다. 가산동은 그리 먼 동네가 아니니, 빠른 시일내 간다 간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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