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속 여성들의 이야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기획전시 "화폐 속 여성들의 빛나는 발걸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가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면 정말 좋은 걸로 끝나겠지만, 화폐에 내가 나오면 정말×백만개는 기본, 가문의 영광일 거다. 오만원권에 신사임당이 등장하기 전, 우리나라 화폐 속 인물은 거의 남성이었다. 다른 나라 화폐도 우리와 비슷한가 보다. 그렇지 않다면 "화폐 속 여성들의 빛나는 발걸음" 기획전은 열리지 않았을 거다.

 

5월 7일까지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

전시를 소개하는 안내문에 이렇게 나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위대한 역사적 업적이 있는 이상적인 남성 인물들을 화폐의 도안으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과거 화폐 속 도안 인물은 오랜 시간 동안 남성의 전유물이다시피 했고, 여성은 극히 소수였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도 역사가 기록하고 함께 기억할 수 밖에 없었던 빛나는 여성 인물들이 존재해 왔다."

1900년대 후반부터 몇몇 나라에서 여성이 화폐초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화폐 속 여성들의 빛나는 발걸음은 지도자, 인권운동가, 과학자, 예술가, 독립운동가, 노벨문학상 그리고 문학가 등 22개국에서 28명의 여성을 선정했다. 그중 16명을 소개한다.

 

화폐와 그 인물에 대한 일화를 소개

한국은행이 1971년 3월 2일 발행한 액면 2,500원 짜리 금화이다. 앞면에는 금관을 쓴 선덕여왕의 모습과 재직기간과 경주 동궐을 새겼고, 뒷면에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장인 대한민국 국장을 공통으로 넣었다.

선덕여왕 금화가 있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런 금화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건가? 암튼 화폐 속 첫 여성은 신사임당이 아니라 선덕여왕이다. 참, 우리나라에는 세 명의 여왕이 있었다. 모두 신라시대의 여왕으로 선덕여왕, 진덕여왕 그리고 진성여왕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최장수 군주이면서 세계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랜 기간 재위한 인물이다. 영란은행이 2021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50파운드 지폐로, 여왕이 서거함에 따라 뒤를 이어 즉위한 찰스 3세의 초상화로 변경해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뿐만 아니라 캐나라, 뉴질랜드 등 20여 개국에서 화폐의 인물로 사용되고 있다. 

 

코라손 아키노는 필리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정신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고 있는 인물이다. 필리핀 중앙은행이 2010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500페소 지폐로, 아래 부분에는 피플파워 혁명 모습을 그려 넣었다. 지폐 색상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색인 노란색이며, 지폐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남편인 베니그노 아키노와 함께 화폐의 주인공이 됐다.

 

비올라 데스몬드는 캐나다 최초로 흑인 인권 운동을 실천한 인물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2018년 새로 발행한 10달러 지폐로, 전국민 공모를 통해 비올라 데스몬드를 지폐 인물로 선정했다. 캐나다에서 지폐를 발행한지 15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인물이 실렸다.

 

케이트 셰퍼드는 여성의 선거권 확보에 큰 역할을 한 뉴질랜드의 사회 운동가다. 뉴질랜드 준비은행이 2015년 발행한 10달러 지폐로, 1893년 뉴질랜드 전역에 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지지했던 의원들에게 흰 동백꽃을 새겼다. 이후 흰 동백꽃은 뉴질랜드 여성 선거권의 상징이 됐다.

 

마리 퀴리는 1903년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는데, 8년 후 단독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며 최초로 노벨상 2관왕에 오른 과학자다. 유로화 사용 이전 프랑스에서 사용했던 500프랑 화폐로, 2002년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프랑화는 사용할 수 없고 유로화로 환전도 할 수 없다.

마리 퀴리는 폴란드에서 태어났지만 후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면서 프랑스와 폴란드 두 나라 지폐에 모두 사용됐다. 폴란드에서 1989년 발행된 20,000즈워티와 마리퀴리의 노벨화학상 수상 100주년 기념 은행권에도 그녀의 얼굴이 담겨있다.

 

아들(율곡 이이)은 오천원 지폐에 어머니는 우리나라 화폐 중 가장 액면금액이 큰 5만원권에 등장한다. 한국은행이 2009년 6월 23일 발행한 50,000원 지폐로, 앞면은 신사임당이 그린 목포도도와 초충도수병이 함께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어몽룡이 그린 월매도와 이정이 그린 풍죽도를 담았다. 앞면은 가로방향으로, 뒷면은 세로방향으로 디자인을 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멕시코 중앙은행이 2010년 발행한 500페소 지폐다. 앞면에는 1904년 프라다 칼로가 그린 그녀의 모습과 '우주와 지구, 나, 디에고 그리고 애견 세뇨르 솔로들의 사랑의 포옹'이란 작품이 담겨있다. 뒷면은 칼로의 남편이자 그녀와 함께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얼굴이 담겨 있다.

 

유관순 열사 기념주화는 1971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주화인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기념주화 중 하나이다. 이 기념주화에는 앞에서 소개한 선덕여왕을 비롯해 세종대왕,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과 남대문, 고려청자, 신라금관 등 문화재가 새겨져 있다.

 

에비타로 더 유명한 에바 페론은 시골 빈민층으로 태어나 삶의 온갖 역경을 다 겪은 후 극적으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페스트레이디가 된 인물이다. 2012년 에바 페론 사망 6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발행한 기념지폐로, 아르헨티나에서 여성이 화폐 인물로 선정된 것은 이 화폐가 처음이다. 

 

셀마 라겔뢰프는 여성으로서, 스웨덴 사람으로서 첫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물로, 그녀의 작품은 예스타 베를링의 이야기, 반 그리스도의 기적, 지주 이야기, 예루살렘 등이 있다. 스웨덴 20크로나 지폐 앞면에는 셀마 라겔푀프의 초상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그녀의 작품 닐스의 이상한 여행에 나오는 주인공 닐스가 거위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장면을 담았다.

 

제인 오스틴은 가장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에 이어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란은행이 2017년 발행한 10파운드 지폐로, 찰스 다윈을 대신해 제인 오스틴을 새겼다. 그녀의 사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와 소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명대사를 담았다. "I declare after all there is no enjoyment like reading" 역시 독서만한 즐거움은 없어. 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외에 영국지폐에 새겨진 여성은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사회개혁가 엘리자베스 프라이가 있다.

 

쯧 무띠아는 약 120년 전 인도네이사 수마트라섬의 아체 왕국과 네덜란드 사이에 일어난 아체 전쟁의 영웅이다. 1,000루피아 지폐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거리와 기념관이 있다. 

 

폴리카르파 살라바리에타는 콜롬비아 독립의 상징이자 전설적인 투사로, 라 폴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독립운동 위한 스파이 활동을 했다. 하지만 동료의 자백으로 체포돼 반역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22세의 나이로 처형대 앞에 선 그는 끝내 무릎을 꿇지 않았으며, "나에게는 죽음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용기가 남아 있다. 내 모습을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콜리비아는 그녀가 죽은 11월 14일을 콜롬비아 여성의 날로 지정해 추모하고 있다. 화폐 앞면에는 그녀의 모습을 담았고, 뒷면에는 그녀의 고향마을인 괴두아스의 광장이 그려져 있다.

 

카렌 블릭센은 몰라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 겨울의 메르헨을 쓴 덴마크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발행된 화폐로 앞면은 카렌 블릭센의 모습이, 뒷면은 란데트 교회의 벽면 부조작품을 그려넣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어린이와 어린이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스웨덴의 문학가로, 그녀의 대표 작품으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말괄량이 삐삐란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쓴 인물이다. 20크로나는 린드그렌이 성장했던 스몰란드와 그곳의 상징 꽃, 그리고 그의 대표작 주인공 삐삐 모습과 문구들이 들어가 있다. 

참,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사용한 나라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독자적인 화폐인 크로나를 사용한다.

 

모형금고라고 해서 금고만 모형인 줄 알았는데...

돈, 돈, 돈이다~

50,000원권이 500백만원씩 120포대가 있다. 총 얼마일까? 60,000백만원이라고 적혀있는데, 처음에 60,000만원으로 읽은 바보 여깄다. 다시 계산을 하니, 헉~ 600억이다. 600억은 바라지 않으니 50억이라도, 아~ 곽씨가 아니구나.

 

왼쪽은 화폐를 운반하는 차로, 1990년대 중반 전동기기가 나오면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른쪽은 화폐를 옮기는 기기다. 5만원권 10,000장은 5억으로 무게는 약 9,87kg, 1만원권 만장은 1억으로 무게는 약 9.57kg다. 직접 들어 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 겁나 무겁다. 그나저나 살면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나?

한국은행에는 위조지폐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모형금고라고 해서 금고만 모형인 줄 알았는데,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모형화페라고 한다. 돈이다 하면서 엄청 좋아했다가, 나올때 안내문구를 보는 바람에 급 허탈감이 몰아쳤다.

 

금고에 있는 돈은 가짜지만, 의자 속에 있는 건 진짜 돈이다. 만원권으로 19kg이니, 약 1억 7천만원이다. 진짜 돈은 금고가 아니라 여기 있는데, 또 허탈감이 몰아친다. 왜냐하면 돈은 돈인데, 돈가루이기 때문이다.

선덕여왕, 유관순 열사, 신사임당을 이을 다음 주인공은 누가될까?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은 어머니가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 안중근 열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2023.02.28 - 돈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워~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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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9 - "화폐 속 바다 이야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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