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정미식당
백반(白飯)은 흰백과 밥반으로 잡곡을 섞지 않고 쌀로만 지은 밥을 뜻하지만, 통상적으로 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을 파는 음식점이다. 백반집의 선택기준은 뭘까?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밥맛이다. 미리 담아놓은 공깃밥보다는 갓지은 쌀밥을 주문과 동시에 밥그릇에 담아주는 그런 밥집을 좋아한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을 먹으러 목동에 있는 정미식당을 찾았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세세하게 볼 수 있는 오픈주방, 맛도 맛이지만 우선 믿음이 간다. 바테이블이라서 혼밥하기에도 좋고, 주방이 바로 옆이라서 탕탕탕 정겨운 도마소리가 식욕을 더 돋아준다. 전기밥솥이 4개인 이유는 갓지은 밥을 손님에게 내어주기 위한 주인장의 따스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면 된다. 처음 왔으니 오늘백반(8,000원)을 먹어야 하는데, 양념게장백반도 끌린다. 사이드 메뉴로 스팸+김을 할까 하다가, 반숙계란후라이(1,000원)를 골랐다. 참, 완숙을 원할 경우 미리 요청을 하면 된다.
정미식당의 오늘백반은 그날 그날 국과 반찬이 다르다. 오늘은 무슨 반찬일까? 음식이 나올때까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요렇게 오늘의 메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백반 구성은 밥과 국(혹은 찌개) 그리고 5가지 반찬이다. 영업시간이 나와 있지만,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그리고 양념이 독특했던 가지볶음과 단맛이 살짝 과했던 찜닭이 나왔다. 1인상이라 반찬이 살짝 부족한 듯 싶지만, 밥과 국은 몰라도 반찬은 전부 리필이 가능하다. 밥과 반찬을 미리 만들었기에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빠르다. 쩜닭은 따끈했으면 좋았을텐데, 딱딱해진 떡에 단맛이 과한 부분은 살짝 아쉬웠다.
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작 밥 사진은 성의없게 찍었다. 사진과 달리,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슬고슬한 쌀밥이다. 그냥 먹어도 좋고, 국에 말거나 비볐을 때 밥알이 쉽게 뭉개지지 않는다.
계란후라이는 주문 확인 후 만들기 시작하므로, 한박자 늦게 나온다. 여름에는 자칫 비릿할 수 있어 반숙보다는 완숙을 선호하는데, 좋은 달걀을 사용하는지 비린내 하나 없이 흰자는 바삭, 노른자는 고소하다.
개인취향인데, 고기보다는 대파 혹은 토란대가 가득 들어있는 육개장을 좋아한다. 빨간맛이지만, 매운맛은 약하고 깔끔한 국물을 선호한다. 처음 갔는데, 취향저격 육개장을 만났다. 이렇게 좋은 국물에 밥을 말지 않는 건, 유죄(?)다.
밥에 반숙계란후라이만 더했을 뿐인데 노랗게 노랗게 물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좋은 달걀을 사용했다는 또다른 증거가 아닐까 싶다. 김치와 도토리묵을 더해 계란밥을 즐긴다.
자고로 계란밥에는 버터나 마가린은 선택이지만 간장은 필수다. 따로 요청을 할까 하다가, 도토리묵을 리필해서 양념간장만 따로 넣고 비볐다. 흰쌀밥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간장계란밥에 육개장국밥으로 다양하게 먹고 있다. 뻑뻑했다가 촉촉했다가 왔다갔다 하면서 먹는 재미가 있다.
남길 이유도 없고, 남길 수도 없다. 동네마다 나름 유명한 백반집이 있다. 굳이 백반 하나 먹으러 목동까지 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근처에 볼 일이 있고, 마침 점심시간이고, 뭘 먹을지 고민이 된다면, 백반이 어떨까 싶다. 가성비도 괜찮으니깐.
참, 이 근처에 맘에 드는 돈가스집이 있는데, 거기와 여기가 운명공동체(?)인가 보다. 가정경양은 여러번 갔으니, 당분간은 정미식당이다.
2021.11.29 - 돈가스에 복어가스 새우튀김까지 정식도 모둠으로 목동 가정경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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