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고려삼계탕 광화문점
초계국수나 콩국수를 좋아하지만, 여름 보양식은 역시 삼계탕이다. 뜨거운 음식에 약한 1인이지만, 폭염으로 지친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 맑은 국물에 부드러운 살코기와 찰밥 여기에 인삼주까지 밥이 아닌 보약을 먹는다. 세종로에 있는 고려삼계탕 광화문점이다.
광화문광장 옆으로 흡연구역이라고 해야 할까나? 암튼 쾨쾨한 담배연기를 뚫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고려삼계탕이 보인다. 가는 길이 살짝 거시기(?)하지만, 시청본점은 더 많이 걸어야해서 광화문점을 선택했다.
고려삼계탕은 서울미래유산에 지정된 곳인데, 명패는 본점에 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대신 5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 명패는 입구에 떡하니 있다. 서울미래유산보다는 미슐랭이 더 먹히는가 보다. 1층은 삼계탕 고객 전용층, 2층은 족발고객 전용층(저녁시간)으로 나눠져 있다.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12시 무렵에 오면 바로 입장은 어렵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혼밥을 할때는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가는데, 이번에는 일찍을 선택했다. 10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나와있기에, 11시에 도착을 했다. 첫 손님이 아닐까 했는데, 벌써 온 분들이 2테이블이나 있다.
반찬이 놓여있어서 예약인가 했는데, 미리 차려놓은 거란다. 안쪽에 좌식 테이블은 있지만, 2인 테이블은 없어서 4인 테이블에 앉았다.
통닭이 끌리지만, 혼자서 두마리는 무리. 고로 가장 무난한 삼계탕(18,000원)을 주문했다. 사실 주문을 하기도 전에, 삼계탕이죠라고 직원이 물어봤고,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반찬이 세팅되어 있는 곳에 앉았고, 곧이어 직원이 와서 인삼주 4잔 중 3잔을 갖고 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냥 둬도 되는데...' 했다. 잘 익은 깍두기와 겉절이같은 배추김치는 살짝 마른 듯 하지만, 뒤집으면 다시 촉촉해진다. 혼자 먹기에 반찬이 많은 듯 싶지만, 소금파가 아니라서 적당했다.
핫뜨거~ 핫뜨거~ 뚝배기 안에서 삼계탕이 펄펄 끓고 있다. 날도 더운데 뜨거운 삼계탕이라니 싫다고 하고 싶지만, 에어컨이 짱짱해서 그리 덥지 않다. 수저를 들고 바로 돌진하고 싶지만, 입천장을 보호해야 하므로 사진 찍기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기다리는 동안, 소금물을 만들어 둔다. 소금에 후추를 더하고, 여기에 삼계탕 국물을 넣는다. 이렇게 하면 소금을 많이 찍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려삼계탕의 삼계탕은 농장직거래로 그날 그날 부화된지 49일쯤 되는 수탉(웅추)만을 당일 직접 배송 받는다고 한다. 여기에 인삼, 대추, 마늘, 찹쌀과 더불어 각종 한약재를 넣어 4시간 이상 푹 끓인다.
들깨를 넣어서 국물이 걸쭉한 삼계탕도 있지만, 맑은 국물을 더 좋아한다. 맑지만 깊고 진한 국물이다. 한약재를 넣었다지만, 넣었는지 모를 정도로 향이 약하다. 그리고 내 안에 너 있다가 아니라, 닭 안에 찰밥 있다.
그 전에 인삼주부터 마신다. 한잔이라서 살짝 서운하지만, 그래도 삼계탕 먹을때 인삼주는 무조건 무조건이다. 진한 인삼향과 달리 목넘김이 부드럽다. 술을 마셨으니 안주를 먹어야 하는 법, 야들야들한 다리살를 먹는다.
치킨은 1인 1닭을 못하지만, 삼계탕은 가능하다. 가슴살만 남았을때, 먹기 좋게 찢어주고 뭉쳐있던 찰밥도 잘 풀어준다. 전체적으로 간이 심심해서 잘 익은 깍두기를 올려서 먹는다. 짠맛에 아삭한 식감까지 더할 수 있으니깐.
소금을 넣을까 하다가, 김치가 있으니 후추로 향만 추가했다. 푹 익은 마늘에서 매운맛은 사라졌지만, 향은 살짝 남아 있다. 혼밥에 삼계탕은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어 좋은데, 왜 죄를 짓는 느낌이 들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예상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복날이 아니어도, 여름 보양식에는 역시 삼계탕이다. 그나저나 말복이 8월 15일이라니, 여름아~ 빨리 꺼져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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