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순천양조장
치맥에서 피맥을 지나 이제는 버맥이다. 수제 버거에 수제 맥주, 조화가 아니 좋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입이 작아서 버거를 버거처럼 먹지 못하다는 점이다. 칼질을 해야 했던 어니언버거와 순천특별시 수제맥주, 전남 순천에 있는 순천양조장이다.
이렇게 일찍 순천을 다시 찾을 줄 몰랐다. 그때는 봄이었는데, 지금은 완연한 여름이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으나, 비가 올듯 말듯 밀당만 하고 정작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사진 찍기에는 맑은 푸른 하늘이 좋지만, 개인 취행은 우중충한 날씨다. 습도는 높지만, 햇빛이나 자외선은 강하지 않다. 우산은 챙겼지만, 비가 오지 않아서 기분이 무지 좋았다.
지난번에는 브런치 메뉴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버거를 먹는다. 종류는 많지만, 양파는 양파를 좋아하므로 어니언버거(9,500원)를 골랐다. 그리고 양조장이니 맥주는 무조건 무조건이다. 순천특별시, 와온, 순천만, 월등, 낙안읍성, 흑두루미 중에서 뭐가 좋은지 직원에게 물어봤고, 그는 순천특별시(7,500원)를 추천했다.
2시 30분부터 브레이크타임인데 2시 무렵에 도척을 했다. 30분 안으로 다 먹고 나가야 하는지 물어보니, 그렇지 않단다. 그럼 기차 시간에 맞춰 가겠다고 했다. 순천양조장에서 순천역까지 걸어서 8~10분 정도 걸린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마치 전세를 낸 듯 아무도 없다. 한적한 분위기에서 하는 여유로운 혼밥이다. 12시 무렵에 이 근처를 지나갔는데, 그때는 사람이 꽤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혼자 있다.
순천양조장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 했는데, 계단과 천장 등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갈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물부터 냅킨 그리고 포크와 나이프 등이 준비되어 있다. (여자)화장실도 2층에 있다.
갈릭디핑 소스에 고춧가루인 줄 알았는데, 매운맛을 내는 페페론치노가루다. 왼쪽 소스는 웨지감자용이고, 오른쪽 피클은 버거용이다.
버거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세트처럼 웨지감자가 같이 나왔다. 감자튀김만 먹으면 누구나 다 아는 맛인데, 여기에 소스를 더하니 은근 아니 꽤 괜찮다. 특히, 매운맛을 내는 빨간가루(페페론치노)가 엄청 매력있다.
순천특별시는 수제맥주의 이름이다. 패션후르츠, 망고와 같은 열대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데, 첫맛은 엄청 쓰다. 메뉴판을 보니, 알콜도수는 4.6%인데, 쓴맛은 62다. 과일맛이니 에일 맥주 계열인 줄 알았는데, 쓴맛 가득 IPA 맥주다. 쓴맛이 과일맛을 다 잡아먹었는지, 풍미는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커피의 쓴맛도 힘든데, 맥주의 쓴맛은 그 강도가 훨씬 세다. 참, 원래는 맥주가 가득 들어있었는데, 2층으로 갖고 올라오다 쏟아질까봐 살짝 맛을 봤다.
순천양조장은 매일 새벽에 직접 참깨번을 굽고, 100% 냉장 소고기(미국산) 패티를 사용한다. 그리고 10일 동안 숙성 후 직접 훈연한 베이컨(스페인산)을 쓴다고 메뉴판에 나와 있다.
수제버거답게 겁나 두툼하다. 손으로 들고 한입에 베어먹어야 하는데, 입이 작아서 어렵다. 그동안 수제버거를 멀리했던 이유가 이제야 생각났다. 버거왕도 양도 양이지만 깔끔하게 먹기 위해 주니어와퍼만 먹는데, 아무래도 버거를 버거답게 먹지 못하겠다.
칼과 나이프를 잡고, 한입 크기로 썬다. 패티에서 나온 육즙은 고다치즈와 만나니, 풍미가 아니 좋을 수 없다. 여기에 바삭한 양파튀김을 더하니 식감까지 좋다. 부드러운 번은 이 모든 걸 하나로 만들어 준다. 어니언버거를 먹고 순천특별시를 마시면, 버거의 느끼함은 제로지만 대신 맥주의 쓴맛만 남는다.
베이컨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는 맛이 다르다. 직접 만든 느낌이 확실히 난다. 왜냐하면 꽤 두툼하고 고기 질감도 살아있다. 칼질을 하니 자꾸만 내용물이 빠져나와서, 결국 다함께가 아니라 골라서 먹었다. 빵을 먼저 먹고, 패티와 베이컨, 그리고 튀긴 양파를 먹는다. 들어갈때는 각각이지만, 입안에서 하나가 된다. 치즈는 녹지 않았기에 쌈처럼 한입에 해치웠다는 거, 안 비밀이다.
버거를 버거답게 먹지 못했지만, 치맥과 피맥에 이어 버맥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 IPA 맥주는 멀리하고 싶다. 이왕 먹는데 패티를 추가할까 했지만, 안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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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잘 보고 공감누르고 갑니다
순천 다녀오신 지 얼마 안된 거 같은데, 또 다녀오셨네요.
양파를 튀겨서 버거 안에 넣는다는 게 독특한 거 같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마치 고구마튀김처럼 딱딱해 보이지만, 양파로 튀겼으니 씹는 순간 부드럽게 씹힐 거 같구요.
디핑소스에 페퍼론치노 가루도 매력적이네요.
추천해준 맥주가 양파님 입맛에 맞지 않아 조금 아쉬웠겠습니다.
다음에 한번 더 가야할 명분이 생겼네요.ㅋ
와 여태봐왔던 수제버거중에 비쥬얼 최고네요
저도 창녕갔을때 양파튀김버거 먹고싶었는데 문닫아서 못먹었네요
까칠양파님이 맛나게 드시고온걸보니 대리만족!ㅋㅋ
햄버거가 땡기네요 ㅎㅎㅎ 잘 보고 갑니닷
수제버거는 언제나 옳아요 ㅎㅎ 진짜 맛나보이네요 ㅎㅎ
우와~~ 저도 수제버거 먹고싶네요~~~~ 군침 넘어가요👍
와~ 버거 비주얼이~~ 정말 두툼하니~~
이건 칼로 썰어야 되겠는 걸요. ㅎ
맥주 이름들도 넘 특이하네요. ^*^
와 정말 비주얼이 장난아니네요. 버거 하나만 먹어도 배 엄청 부를 것 같아요. 요즘 미국에서 브루어리 찾아서 다니는데 한국 가면 꼭 가보고 싶네요 ㅎㅎ 실내 인테리어 분위기도 뭔가 잘 맞는거 같아요 ㅎㅎ 버거에 맥주라니 ㅎㅎ
비주얼이 장난이 아닙니다.
목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ㅎㅎ약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양조장에 돗자리깔아주면 몇날 며칠을 안 일어나고
주구장창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천국이 따로 없겠네요~
어니언햄벅은 양파를 썰어 넣은 음식인 듯..느끼한 육류에 물린 사람은 새로운 맛의 경험이겠습니다!
포스팅잘보고 갑니다
오늘도 하는 일마다 기쁨이되고
숨쉬는 순간순간 마다 즐거움과 사랑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
수제 버거 자체만으로도 너무 맛있는데 무려 수제 어니언 버거라니 비주얼도 무척 갑이고 엄청난 맛깡패일 것 같네요 ㅎㅎ
술을 할 수 없는 저는 버맥은 곤란하지만, 크기는 확실히 마음에 듭니다.
가게 이름이 참 재미있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쥬얼이 완전 합격인데요??
버거는 못먹어봤는데요! 매번 맥주만 먹고나와서ㅋㅋㅋ 다음엔 도전해볼게요~~
와 육즙이 느껴지는거같아요 버거속이 실하네요
현지인이지만 양파님 포스팅을 통해 순천을 더 많이 알게되는거 같네요 ㅎㅎ
저도 푸짐한 버거일수록 먹기 힘들어서 속상해요.
이럴땐 입이 좀 늘어나서 한입에 앙 먹으면 더 맛있을텐데 싶죠.
버맥하러 순천양조장 꼭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좋은 휴일 되세요~^^
와~~두툼하고 내용물이 알차네욬ㅋㅋ
맛집 포스팅 잘 봤습니다. 구독하고 가요~~
와~ 비쥬얼이 정말 대박이네요^^
군침이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