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우동이요이요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하면 다른 곳을 가고 싶어도 못간다. 여기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깐. 돈가스는 도화동에 있는 아소비바라면, 우동은 용강동에 있는 우동이요이요다. 우동 면에 있어서 진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메뉴판이 없다면, 여기가 식당이 맞나 했을 거다. 안쪽에 있어 무심코 걷다가 지나친 적이 몇번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자주 왔는데, 올해는 우동이 그리 먹고 싶지 않았나 보다. 올들어 처음이다.
돈가스와 카레 종류를 제외하고, 우동은 거의 다 먹었다. 여름이 왔으니 시원한 납작우동이 끌리지만 상큼하고 고소한 붓가케우동(8,500원에서 10,000원으로 인상)으로 결정했다. 물가가 비상이라더니, 여기도 가격이 올랐다. 알마 전까지만 해도 만원 미만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옛말이 된듯 싶다.
1시가 넘어서 왔는데도 사람이 은근 많다. 하지만 이내 빈테이블이 더 많아졌고, 한산한 분위기에서 혼밥을 즐겼다. 우동이요이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1인 1면 주문시 면추가가 무료다. 먹다가 중간에 추가를 해도 되지만, 주문할때 바로 추가를 한다. 그래야 많이 먹고 있다는 티가 나지 않으니깐.
기본찬은 단무지에 비해 덜 달고 더 아삭한 상추대 나물과 먹기 좋게 잘 익은 깍두기다. 석박지와 달리, 분식집이나 우동집 깍두기는 왜이리도 작은 걸까? 이렇게 썰기도 힘들텐데, 혹시 무채칼처럼 도구가 따로 있는 건가? 그냥 문득 궁금해졌다.
붓가케는 우동에 차가운 쯔유(간장)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먹는 일본식 냉우동이다(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건 19금). 우리식 우동은 면보다 국물이라면, 일본식 우동은 국물보다 면이다. 따끈한 국물도 좋아하지만, 면발을 온전히 느끼고 싶을때는 붓가케 우동을 선택한다. 물론 자루우동이나 납작우동도 있지만, 거기에는 수란이 나오지 않는다.
쯔유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 레몬만 뿌리고 면을 먹는다. 면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48시간동안 정제수와 천일염만을 사용해 온도 10도에 맞춰 면을 숙성한다고 한다. 그래서 떡이 친구하자고 할 정도로 탱탱하면서 쫀득하고 부드럽다. 양념없이 먹으니 면의 질감은 확실히 느껴지는데, 맛은 심하게 밍밍하지만 밀가루 풋내는 전혀 없다.
라면이나 국수처럼 면을 잔뜩 들어서 후루룩 먹고 싶지만 안된다. 너구리의 2.5배랄까? 굵기가 엄청나다. 그래서 한 가락씩 먹어야 한다. 평범한 아빠 숟가락이라면, 여기 우동을 담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깊고 넓은 숟가락이라서 한 가락 정도는 올려서 먹을 수 있다.
쯔유로 인해 감칠맛이 더해져, 식감에 맛까지 조화롭다. 반찬은 연출용이며, 면만 먹어도 충분히 좋다. 면은 몇 번 씹다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 그렇게 했다가는 배탈이 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탱탱하고 쫀득함을 느끼면서 저작운동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면 추가까지 했으니 사이드는 없어도 되지만, 고로케(2,000원)가 먹고 싶어 주문했다. 겉은 당연히 바삭하며, 속은 부드럽다. 맵지 않은데 청양고추가 있는지 알싸함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카레맛이 강하지 않아, 듬뿍 찍어 먹어도 고로케 맛이 온전히 느껴진다.
우동을 반정도 먹었다면 이제 수란이 등장할 차례다. 처음에는 상큼한 레몬과 감칠맛 쯔유로 즐기고, 여기에 고소함을 더해 마무리를 한다. 분명 국물이 없었는데, 쯔유와 수란으로 인해 국물이 생겼다. 계란인데 버터를 넣은 듯, 풍미가 올라온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레몬을 넣어 고소함과 감칠맛이 가득이다. 여기에 탱탱하고 쫀득한 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하다. 고로케를 먹지 않았다면, 남기지 않았을 텐데 완동을 못해 살짝 아쉽다. 우동이요이요는 진심이 느껴지는 곳이자, 면발 추가가 무료라서 애정한다.
2021.05.10 - 어서와~ 납작우동은 처음이지 용강동 우동이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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