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밀림슈퍼
아날로그 감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레트로 열풍도 영원할 것이다. 서울이 아닌 순천에서 찐 레트로 갬성(?)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저 동네 구멍가게인 줄 알았는데, 자개장이 지배하는 카페다. 1층은 슈퍼, 2층은 다방이었는데, 도시재생을 만나 커피집 밀림슈퍼가 됐다.
밖에서 보면 영락없이 오래된 동네 구멍가게다. 담배와 계란을 판매한다는 오래된 간판에, 더 오래된 공중전화도 있다.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에 있으니 설마 여기가 카페? 미닫이문 옆에 있는 커피집이라는 나무 간판이 없었으면, 카페라는 생각을 절대 못했을 거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밖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슈퍼였던 공간은 캐풰밀림이 됐다. 서울우유 냉장고에는 세모비닐이나 투박한 유리병에 담긴 우유가 있을 거 같은데, 여기서 직접 만든 밀크티가 들어있다. 차와 빵을 만드는 공간 주변은 슈퍼였고, 안쪽은 가정집이었다고 한다.
가정집이었던 공간은 4개 구역으로 나눠 각기 다른 공간연출을 했다. 어디에 앉듯, 독특하고 새롭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 촬영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주말에는 카메라를 들이대기 힘들 듯 싶다. 테이블에 소품까지 신상(?)이기 보다는, 여기에 살았던 분들이 예전에 쓰던 것들이 아닐까? 지극히 혼자만의 생각이다.
커피집답게 음료 종류가 다양하다. 뭘 마실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밀림슈페너(5,000원)를 골랐다. 커피가 2샷이 기본이라고 해서 약하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카페인에 약한 1인이라서, 커피를 잔하게 마시면 힘들다.
아무리 레트로라지만, 비디오테입은 너무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레트로 갬성을 위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진동벨이다. 그 어디에서 볼 수 없는 밀림슈퍼만의 진동벨이다. 아이디어 초대박~
여기는 다방이었던 곳이라 공간이 널찍하다. 예전 다방 느낌을 그대로 살린 듯하고, 테이블과 의자는 낡음의 미학이랄까? 통일감은 전혀 없지만, 이상하게 친숙하고 정겹다. 그나저나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자개장은 시선을 압도한다. 밀림슈퍼의 비밀병기는 아무래도 자개장인 듯 싶다.
다방이었을때 사용하던 가구(정확한 이름을 몰라서)와 주인장(마담)이 즐겨입던 홈드레스가 아닐까? 저런 느낌적인 느낌을 영화에서 종종 봤기 때문이다. 그땐 그랬지를 보여주는 작은 전시관이다.
따끈한 커피 위에 시원한 크림 그리고 토핑은 시나몬 & 설탕이다. 슈페너가 처음은 아닌데, 커피를 연하게 부탁해서 그런지, 엄청 달콤하다. 크림은 부드럽고, 시나몬은 향기롭고, 톡톡 씹히는 설탕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참, 밀림슈페너은 섞지말고 위에서부터 마셔야 한다.
서울에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가 많지만, 순천은 처음이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좋아하기에, 순천에 오면 무조건은 아니더라도 종종 찾고 싶다. 그때는 소금빵에 스콘도 먹고, 슈페너도 좋지만 밀크티를 마실거다.
유익한상점에서 밀림슈퍼를 가던 중, 아마씨 아름엄마 씨앗밥상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맛집이 아닌 밥집"과 "지속가능" 때문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기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서울출장이라서 임시휴무란다. 빠른 시일내에 순천에 다시 오라는 누군가의 음모(?)다. 미치도록 궁금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순천에 다시 갈 핑계를 만들어야겠다.
2022.06.21 -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전남 순천 유익한상점
2022.06.30 - 자주 가고 싶은 동네서점 전남 순천 책방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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