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태극당 서울역점
동네빵집이라 하고 싶지만, 워낙 오래된 곳이라 전국구 빵집이라고 해야겠다. 태극당은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되는 서울빵집이다. 무궁화 로고와 모나카 그리고 SINCE 1946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는, 장충동에 있는 본점이 아니라 태극당 서울역점이다.
서울역에 가면 무조건은 아니더라도 뭘 먹어야 할때, 어김없이 버거킹으로 갔다. 4딸라였다가 이제는 대부분 5딸라가 됐지만, 가볍게 한끼를 해결하기 좋은 곳이다. 그런데 옆집에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되는 태극당이 들어왔다. 태극당은 장충동이 주출몰지역이던 시절에 자주 갔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더니, 주출몰지역이 바뀌면서 발길을 뚝 끊었다.
태극당 서울역점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3월에 잠시 들려 도나스만 사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오래 있고 싶어 기차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을 했다. 서울역광장점도 있지만, 여기는 역사 안에 있는 서울역점(3층)이다. 일반적인 베이커리 카페와 달리 회전율이 빠르다. 하긴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들리는 곳이니 오래 죽치고 앉아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둘 다 이름은 태극당 서울 생도나스인데, 노란 종이는 유자앙금 도나스가, 흰 종이에는 흰앙금 도나스가 들어있다. 여전히 레트로가 유행인데, 태극당은 레트로가 아니라 그냥 찐이다. 왜냐하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깐. 그래서 빵이름이 정겹고 구수하다.
쉬본케익과 고방카스테라에 이어 또다른 카스테라 미드리느다. 해바라기는 과자 사이사이에 버터크림이 얇게 발린 과자, 마가론은 고소한 피넛버터 맛의 과자다. 부드럽고 달달한 카스테라에 이어 과자까지 도장깨기를 하고 싶다.
오란씨도 아니고 오란다는 세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빵이다. 겉은 달콤한 소보로 중앙에는 부드러운 카스테라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수제 사과잼이 들어 있다. 이 빵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예전에는 하루 한개 겨우 팔리는 빵이었는데, 해외에서 온 손님이 추억을 떠올리면서 한가득 구매하기에, 그 손님을 위해 지금도 만들도 있다고 한다.
요즘 커피도 있고, 옛날 스타일의 다방커피도 있다. 그리고 다른 빵집에서는 보기 힘든 쌍화차와 유자차, 오미자차도 있다. 우유랑 밀크티가 끌렸지만, 수면부족으로 카페인이 매우 몹시 필요했다. 고로 아이스 아메리카노(4,300원)를 주문했다.
모나카는 아이스크림이므로, 빵 진열대에는 없고 카운터 아래 커다란 냉동고 속에 들어 있다. 여러 개를 사면 5시간 녹지 않게 포장을 해준다고 하지만, 하나만 먹을 거라서 포장은 필요없다고 했다. 양옆에 있는 녀석(?)이 오리지널이다.
카페인에 약한 1인에게 2샷은 무리다. 하지만 피곤을 저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카페인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 쓰디 쓴 커피줄 알지만, 쓴맛을 참아내야 한다. 설탕의 도움을 받을까 하다가, 달달한 빵을 먹고 마시니 참을만 했다.
이건 오리지널 모나카이고, 둥그런 모양은 찹쌀모나카다. 아이스크림은 둘 다 같은데, 겉을 감싸고 있는 피 혹은 빵이 다르다. 오리지널은 바삭, 찹쌀은 쫀득이다. 보관 상태가 워낙 좋아서, 바로 먹으면 깡깡하니 1~2분 후에 먹으라고 직원이 알려줬다.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었고, 이내 맛을 봤다. 요런 느낌의 아이스크림이 많기도 하고 자주 먹어서 그런지, 모나카가 와~ 엄청~ 대단하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70년 세월의 맛이랄까? 태극당에 왔으면 모나카는 기본으로 먹어줘야 한다.
오란다만의 매력은 알겠다. 소보로에 카스테라 그리고 딸기쨈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 좋긴 한데, 굳이 한번에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각각의 맛이 어우러지지 않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랄까? 그 손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내취향은 아니다.
어릴적 집에서 어무이가 해주던 도나스 맛이랄까? 가운데가 뻥 뚫린 링도나스의 맛과 아주 비슷하다. 기름은 살짝 과하지만, 그 기름으로 인해 더 고소하고 더 바삭하다. 여기에 흰앙금이 더해지니 달달함이 폭발을 한다. 커피의 쓴맛을 한번에 잡아주니 좋다.
전체적으로 빵이 올드하다 느낄 수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빵이 아니라 시대를 끌고 온 빵이다. 한동안 멀리했는데, KTX 타러 서울역에 가게 되면 어김없이 들려야겠다. 먹어야 할 빵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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