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동 후와후와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5월은 봄이라고 하고 싶은데, 날씨는 완연한 여름이다. 콩국수도 개시를 했으니, 시원열전을 다시 준비해야겠다. 히야시는 시원하다는 뜻인데, 히야시 유자소바는 그닥 시원하지 않지만 정식이라서 엄청 푸짐했다. 신도림동에 있는 후와후와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전략인지 층마다 음식점이 포진되어 있다. 백화점에서 밥을 먹을때,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가 아니면, 맨 위층에 있는 식당가로 향했지만, 여기는 층을 잘 살펴야 한다. 후와후와가 있는 곳은 5층이다. 구석진 곳에 있어 자칫 놓칠뻔 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잘못 타는 바람에 쉽게 찾았다.
일본 스타일의 가정식을 만드는 곳으로 솥밥이 시그니처라고 한다. 주문 후 밥을 짓는다고 하니, 갓지은 밥을 먹을 수 있다. 그걸 잘 알면서도 나의 시선은 메밀국수에 꽂혔다. 날이 덥다보니, 계속 시원한 국수가 땡긴다. 단품에 약 3,000원을 추가하면 정식을 먹을 수 있는데, 두툼한 돈가스가 같이 나온다. 혼밥이 아니면 둘 다 먹을 수 있는데, 혼밥이라 솥밥은 가을쯤에 먹기도 하고 히야시 유자소바 정식(12,800원)을 주문했다.
밑반찬은 건조한 단무지와 묵은지로 추정되는 김치볶음이 나왔다. 옆에는 국수에 넣어서 먹는 간무와 와사비다. 단무지는 아삭을 넘어 꼬들꼬들해서 좋았는데, 김치볶음(?)은 신맛과 단맛이 지배하는 애매한 맛이다.
주문을 하기 전에 직원에게 사진과 실제가 비슷하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유자소바와 달리 돈가스는 메인이 아니라서 사진과 달리 미니돈가스가 나오면 어떡하지 했는데, 비슷하게 나왔다. 튀김도 바삭하고 고기도 두툼하다. 그런데 육즙이 없어도 너무 없다. 메마른 돈가스는 매력이 없다.
메밀로 만드는 평양냉면은 구수한 메밀향이 살아 있는데, 비율의 차이일까? 육수의 단맛때문인지, 유자소바는 메밀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툭툭 끊기는 맛은 있는데, 평냉과는 많이 다르다.
살엄음에 얼음 동동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하야시라는데 시원함이 거의 없다. 각얼음을 두어개 넣으면 딱 좋겠지만, 한창 바쁜 점심시간이라서 추가요청은 하지 않았다. 일본식 메밀국수답게 육수는 단맛이 지배한다. 간무와 와사비를 넣었지만, 양이 너무 적은지 톡 쏘는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숟가락에 올려서 먹는 건 백퍼 연출용이고, 원래는 젓가락으로 후루룩 후루룩 흡입을 한다. 메밀국수와 돈가스를 같이 먹으면 어떨까? 같이 나왔기에 함께 먹어봤는데, 따로 먹을때가 훨씬 좋다. 고기와 냉면의 조화는 좋지만, 돈가스는 튀김이라서 거시기(?)하다. 즉, 굳이 같이 먹을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유자때문인가 보다. 예전에 먹었던 소바에 비해서는 향이 좋으니 맛도 좋게 느껴진다. 여기에 푸짐한 양까지 좋았는데, 시원하지 못한 육수가 아쉽다.
히야시 유자소바 정식을 주문하기 전, 주변 테이블을 봤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로 솥밥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그니처 메뉴를 따라야 했는데, 처음 왔으면서 튀는 행동을 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는 영화를 보러 종종 가는 곳이니, 가을이 아니라 담달에는 기필코 쭈구미 날치알 치즈 솥밥을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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