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히말라야어죽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건, 보양식을 챙겨 먹으라는 신의 계시(?)다. 예전에는 삼계탕을 즐겨먹었지만, 이는 어죽을 몰랐을때다. 신들도 반한 그맛을 알고나니, 보양식하면 어죽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히말라야어죽이다.
혼밥이니 당연히 1시가 넘어서 갔다. 사진처럼 늘 한가로운 분위기에서 밥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만석은 아니지만, 빈테이블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이 겁나 많다. 이게 무슨 일일까? 메뉴판 옆에 있는 안내문을 보니 방송에 나왔다 보다.
며칠 전,히말라야어죽으로 블로그 유입이 꽤 많이 됐던 적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무래도 그때였나 보다. 무슨 방송에 나왔나 검색을 하니 지상파는 아니다. 그렇다면 유튜브로 검색을 하니 나온다. 성시경의 먹을텐데라는 영상에 성시경의 맛집이 아니라 양희은의 맛집으로 히말라야어죽이 소개됐다.
그들은 우럭구이를 시작으로 아나고전골, 감자전, 제육볶음 그리고 아스타팜이 들어있지 않는 히말라야 막걸리를 마셨다. 소개해 준 음식 중 우럭구이는 아직인데, 혼자 먹기 부담스러워서다. 겹치지 않은 메뉴 중에서 보양식으로 좋은 건, 어죽(12,000원)뿐이다.
영상에서 성시경은 이렇게 말했다. 조미료를 쓰는 곳은 음식마다 비슷한 감칠맛이 있는데, 이집은 감칠맛이 각각 다르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집이다. 어쩜 내생각과 같은지, 히말라야어죽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식마다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지고, 반찬 하나하나 본연이 맛이 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는다면 여기 음식은 심심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영상 속에서 미친듯이 맛있다고 했다고, 무조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랜 단골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어죽 바다에 들깨섬이다. 죽이라서 국물이 걸쭉하다면 오산,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그리고 보양식답게 깊은 맛도 있다. 어죽은 민물고기로 만들어서 비린내 혹은 흙냄새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역시나 (경기도) 오산이다. 민물고기가 들어 있는지 흔적을 찾을 수도 없지만 흙, 비릿한 냄새는 일절 나지 않는다.
어죽은 충청도 토속음식이다. 식당에 따라 밥이 따로 나오는 곳이 있다는데, 히말라야어죽은 밥은 물론 국수(소면)도 한데 어우러져 있다. 쫄깃한 국수 면발을 좋아하지만, 어죽만은 예외다. 어죽에는 푹 퍼진 국수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물론 밥도 퍼진 느낌이 강하게 난다. 어죽은 국수와 밥을 함께 넣어 오래 끓이다 보니, 그렇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퍼진 면이지만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겁나 뜨거워서 숟가락으로 퍼먹었다가는 입천장이 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호 불면서 국수를 먹고, 밥을 먹다가, 살짝 식었다 싶으면 숟가락을 사용해서 국수와 밥을 같이 먹는다.
해산물 킬러답게 어죽이 몸에 맞나 보다. 에어컨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데, 땀이 난다. 어죽 한그릇으로 면역력이 강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흘리고 있는 땀은 노폐물,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은 보양식 어죽이다.
히말라야어죽도 브레이크타임이 있다.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 5월 28일부터 6월 11일까지는 주인장의 개인사정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20.11.13 - 파김치와 붕장어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도화동 히말라야어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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