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도화동 남해바다
매생이떡국, 매생이탕, 매생이전은 먹어봤지만, 매생이국은 아직이다. 참기름으로 향과 맛을 더한 매생이국은 추운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왜냐하면 지금이 제철이니깐. 매생이국 먹으러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남해바다에 왔다.
서울에서 매생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종로5가에 있는 남해굴국밥과 원효로3가에 있는 땅끝마을이다. 더 많은 곳이 있을텐데, 발품 팔아 찾아낸 곳은 여기뿐이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주출몰지역에 있는 남해바다를 모르고 있었다. 이래서 아는게 힘이 아니라 맛이다.
남해바다는 바다먹거리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해산물 킬러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작년 봄, 여기서 삼치회와 도다리쑥국을 먹었는데, 겨울이니 매생이국을 먹는다.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는 듯, 늦은 오후에 가도 먹을 수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본관에 신관 그리고 2~9호실과 별관까지 엄청나다.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니 코시국에 적합한 식당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남해바다는 밥보다는 술을 부르는 메뉴들로 포진되어 있다. 해산물킬러에게 사방이 지뢰밭(?)이지만, 혼밥하기에 딱 좋은 메뉴이자, 빈혈 예방에 좋은 매생이국(7,000원)을 주문했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다 보니, 반찬 하나하나 다 맛깔스럽다. 좀 과하게 익은 알타리 김치로 참치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데, 김치찌개같은 볶음으로 먹어도 괜찮다. 여기에 잘 익은 배추김치를 더하고, 새콤한 오징어 오이무침과 숙주나물무침 그리고 계란말이와 멸치볶음까지 반찬만으로도 밥 한공기 뚝딱이다.
남해바다는 밥보다는 술이 메인이다 보니, 다른 곳에 비해 밥양이 적다. 그래서 공기밥 추가는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즉, 밥이 부족하면 부끄러워 하지 말고 거침없이 리필을 요청해도 된다.
매생이는 환경에 민감해서 오염된 바다에서는 성장이 더딘 대표적인 무공해 식품이라고 한다.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높아 숙취해소에도 좋지만, 칼륨이나 엽산, 칼슘이 풍부해 빈혈 예방에도 좋다. 늘 뚝배기에 들어 있는 매생이를 먹었는데, 이렇게 커다란 대접에 나오니 정말 김이 하나도 없다. 김은 없지만 무지 뜨거운 매생이국, 이래서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을 준다고 했나 보다.
단조로울 수 있는 매생이국에 참기름을 더하니 고소함이 폭발을 한다. 매생이와 참기름은 궁합이 좋다고 하던데, 향뿐만 아니라 맛도 매우 훌륭하다.
매생이만으로도 충분한데 홍합이 두어개 들어 있다. 고명일까? 아니면 육수일까? 홍합이 살짝 퍽퍽한 것으로 보면 육수이지 않을까 싶다. 홍합으로 인해 국물맛은 깊어졌는지 모르지만, 매생이에는 굴이 절친이다.
매생이가 처음이 아닌데, 굴이나 콩나물, 떡국떡이 없어서 그런지, 매생이가 끌어당기는 힘이 어마어마하다. 국이니 숟가락으로 먹어야 하는데,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스르륵 빠져나간다. 매생이가 이렇게나 응집력이 강했나 싶다.
면은 아닌데, 매생이국을 먹을때 면치기는 필수다. 마치 파스타를 먹듯, 돌돌 말아서 호로록 호로록 먹으면 된다. 입안 가득 매생이의 고소함과 바다의 향이 퍼진다.
면치기가 어느 정도 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밥을 말아야 한다. 밥이 살짝 부족한 듯 싶어, 추가를 할까 하다가 국을 남기지 않고 다 먹기 위해서 참기로 했다. 밥보다는 매생이가 우선이니깐.
밥을 말았으면, 반찬을 하나씩 올려서 먹어야 한다. 하지만 매생이만은 예외다. 왜냐하면 자체만으로도 완벽하기에 굳이 반찬을 더할 필요가 없다. 밥을 말았는데도 후루룩 후루룩 가볍게 넘어간다. 간이 슴슴하니 매생이 맛과 향이 더 찐하게 올라온다. 이렇게 좋은데 남기고 싶어도 남길 수가 없다. 매생이국을 먹었으니, 다음에는 매생이굴떡국이다.
2021.04.14 - 상생의 정석 삼치회 도화동 남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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