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남해굴국밥
굴과 함께 매생이 시즌이 돌아왔다. 초록빛 바다 물에 두손을 담그지만, 초록빛 매생이 물에 두손을 담갔다가 큰일난다. 겁나게 뜨거우니깐. 매생이굴떡국을 먹으러 종로5가에 있는 남해굴국밥에 간다.
매생이 산지는 전남 강진과 완도다. 제철 음식은 산지에서 먹어야 하지만, 당장 갈 수 없으니 산지직송으로 먹는다. 작년에 처음 왔는데, 매생이 시즌과 함께 다시 찾았다.
요즈음 QR코드보다 안심콜이 더 편하다. 전화로 인증을 하고 자리에 앉는다. 남해굴국밥은 브레이크타임이 없어, 느즈막에 가서 혼밥을 한다. 낮술을 즐기는 어르신을 보니 부러움 가득이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 밥만 아니 떡국만 먹어야 한다.
식사에 안주류까지 술을 부르는 음식이 가득이다. 메뉴가 참 많은데, 작년도 올해도 늘 하나만 주문을 한다. 떡매생이(작년에는 10,000원 올해는 11,000원)라 쓰고, 매생이떡국이라 읽는다.
완성된 매생이 국에서는 전혀 열기가 올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매생이의 입자가 열기도 뚫지 못할 만큼 촘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운 사위 매생이 준다라는 속담이 있다. 미운사위라도 좋다. 매생이를 자주 먹을 수만 있다면야.
뚝배기 가득 초록빛 매생이 바다다. 다른 계절에도 (냉동) 매생이를 먹을 수 있다지만, 제철은 이길 수 없다. 겨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이유, 매생이 그리고 굴이다. 그 둘이 저 안에 있으니, 행복한 한끼가 아닐 수 없다.
매생이는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음식이다. 엽록소와 식이섬유도 풍부해 포만감을 주는데, 소화와 흡수도 무지 빠르다. 더불어 숙취와 우울증 그리고 육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매생이를 몰랐을때는 오로지 김만 먹었는데, 이제는 김도 먹고 매생이도 먹는다. 매생이는 길이가 15cm, 굵기가 2~5mm로 머리카락보다 얇다고 하는데, 얼마를 넣어야 저렇게 진해질까?
매생이와 찰떡궁합인 굴 그리고 쫀득한 떡국떡도 들어있다. 남해굴떡국은 전라남도 완도 매생이를 사용한다. 참기름 한방울로 매생이의 진한 풍미에 고소함이 더해진다.
무지 뜨겁기에 무조건 덜어서 먹어야 한다. 미역과 파래는 저작운동이 필요하지만, 김이나 감태, 매생이는 저작운동 없이 혀와 입천장만으로도 먹을 수 있다. 매생이가 뭉쳐져 있지만, 극강의 부드러움이라서 그냥 후루룩 마시듯 먹으면 된다.
요즘 빈혈로 고생 중인데, 이건 음식이 아니라 약이다. 내 몸으로 들어가, 살은 되지 말고 피만 되어라~
혼자 먹는데 반찬을 너무 많다. 조금만 달라고 미리 말을 해야 했는데 못했다. 고로 반찬도 야무지게 먹어야 하는데, 솔직히 먹고 싶은 맘이 없다. 왜냐하면 매생이굴떡국은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기 때문이다.
자박하게 남았을때는 숟가락보다는 그릇을 들고 물처럼 후루룩 마시면 된다. 세번을 덜어 먹으니 한뚝배기 끝이다. 밥을 말아서 먹어야 하지만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디저트를 먹으러 광장시장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진한 풍미와 고소함 그리고 극강의 부드러움까지 매생이는 해초계의 에르메스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구운김처럼 구운 매생이는 만들 수 없는 것일까? 빈혈약대신 먹으면 딱일텐데 아쉽다.
2021.01.01 - 매생이가 잔뜩 들어간 매생이굴떡국 종로5가 남해굴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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