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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묵호 장터생선구이

묵호에 온 이유, 제철 도루묵을 먹기 위해서다. 알이 꽉 찬 도루묵은 지금이 시즌이다. 구이부터 찌개까지 열마리 이상 먹었지만, 실제는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살은 가시가 많아서 발라먹기 힘들지만, 알은 오도독 오도독 맛은 물론 식감까지 끝내준다. 강원 묵호에 있는 장터생선구이다.

    

묵호에 가면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이번에는 경후식이다. 묵호항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질녘이 됐고, 배꼽시계는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하긴 점심도 먹지 않았으니, 배가 매우 몹시 고프다. 묵호항 근처에 식당이 즐비하지만, 회 아니면 대게가 메인이다. 도루묵 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찌개와 구이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별루 없다. 하지만 괜찮다. 이럴 줄 알고 다 검색을 하고 왔으니깐. 

 

묵호항에서 숙소(묵호역 방향)로 향해 오다 보면, 동쪽바다 중앙시장이 나온다. 장터생선구이는 시장 입구 맞은편 건물 1층에 있다. 이름처럼 생선구이가 메인이지만, 검색은 물론 출발하기 전에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왔으니 도루묵찌개도 먹을거다.

 

본관과 별관이라고 해야 하나? 문이 2개더니, 내부도 둘로 나눠져 있다. 처음에는 다른 곳인 줄 알았는데, 같은 곳이다. 늦은 오후라서 손님도 거의 없고, 한적하니 딱 좋다. 

 

두루묵찌개(11,000원)는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 혼자서 2인분이면 양이 많을텐데 괜찮냐고 주인장이 물어본다. 그래서 찌개에 구이까지 먹을 거라고 했다. 놀라는 주인장을 보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과한 듯 싶어, 혹시 도루묵구이 반(5,000원)만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안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가능하단다.

 

강원 묵호 장터생선구이 도루묵찌개 & 도루묵구이 등장이오~
미역줄거리 볶음 / 오이 피클(장아찌) / 버섯볶음
배추김치 / 어묵볶음

그리고 오징어젓갈과 메추리알 장조림이다. 반찬이 7가지나 되다니, 확실히 서울보다는 인심이 후하다. 새콤한 오이장아찌와 오징어젓갈 그리고 미역줄거리 볶음이 입에 맞았다. 

 

구이는 따뜻할때 먹어야 해요~

찌개가 먼저 나왔지만, 찌개는 계속 끓이면서 먹어도 되니, 구이부터 먹으란다. 1인분에 10마리인에 1/2이라서 5마리가 나왔다. 12월에 도루묵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알때문이다. 톡톡 터지는 식감은 날치알이 최고라고 하지만, 이는 도루묵 알을 모를때 하는 소리다. 이 맛에 빠지면, 겨울에는 무조건 도루묵을 아니 먹을 수 없다. 

 

알을 감싸고 있는 끈적한 점액질을 싫어하는 이도 있지만, 그 점액질 또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마치 치즈가 쭉 늘어난 듯, 도루묵 알이 점액질을 따라 길게 늘어난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도룩묵 알로 ASMR을 하고 싶지만, 장비가 없으니 혼자서 즐긴다. 그냥 먹어도 좋고, 밥에 올려서 먹어도 좋고, 찌개 국물을 더해 먹으면 더 좋다. 도루묵구이는 담백함 속에 짭조름이 파고드는 맛이다. 

 

2인분이라 양이 겁나 많아요~

왜 말짱 도루묵이라고 할까? 그 어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피난 중에 이름모를 생선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어부에게 이름을 물으니, 묵이라고 대답을 했다. 맛에 비해 이름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해, 은어라고 부르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 궐로 돌아온 선조는 그 맛을 잊지 못해 은어를 다시 먹었다. 그때 맛있게 먹던 은어가 지금은 맛없는 은어가 되자, 선조를 다시 명령을 내렸다. "도로, 묵이라고 하여라." 

선조가 피난을 간 곳에는 도루묵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백성들을 놔두고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간 선조가 미워서, 억지춘향으로 붙여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조에게는 도루묵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도루묵이 아니라 은어다. 그만큼 제철 도루묵은 맛이 좋다.

 

처음에는 고급진 떡볶이 국물 맛이 났는데, 계속 끓이다 보니 깊고 진한 맛이 났다. 보기와 달리 전혀 맵지 않고 달큰하니 연쇄살국마를 부르는 국물이다.

 

알에게 모든 영양분을 다 줬나 보다. 살은 부드러운데 가시도 많아 먹기 힘들다. 비린내는 단1도 없지만, 알보다는 맛이 덜하다. 12월의 도루묵은 살보다는 알이 주인공이다.

 

간이 강하지 않아 녹색이랑 함께 먹어도 충분히 괜찮다. 하지만 국물에는 밥이다. 가시가 많아서 말아서 먹으면 안되고, 국물이 밥에 스며들도록 숟가락을 잠시 담갔다가 표고버섯이나 감자를 올려서 먹는다. 이때 도루묵 알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역시나 2인분은 양이 많다. 도루묵 알만 공략을 하다보니, 반찬을 많이 남겼지만 그래도 도루묵은 거의 다 먹었다. 알이 끈적한 점액질에 싸여있어 간혹 덜 익은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알을 풀어서 살짝만 익히면 된다. 

역시 제철 음식은 산지직송도 좋지만, 산지가 최고다. 신선함은 두말하면 입만 아프고, 맛도 확실히 다르다. 묵호에 오기 정말정말 잘했다. 그나저나 총 몇마리의 도루묵을 먹었을까? 알까지 계산을 한다면 정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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