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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카페팟알 (Cafe pot_R)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다. 꼭 그래야만 할까? 팥은 팥인데 팥죽이 아니라 팥빙수다.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얼죽아)는 아니지만, 여름이 아닌 겨울에 팥빙수가 먹고 싶다. 계절메뉴라서 먹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인천 개항누리길에 있는 카페팟알에서는 가능하다.

 

광동오리진으로 갈까? 카페 팟알로 갈까? 건물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점심을 먹고 왔더라면,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공복에 커피는 속이 쓰리니 자연스럽게 3층으로 된 목조건물 카페 팟알로 들어간다.

 

문을 열면,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바로 나온다. 하지만 저 안쪽에는 뭐가 있을까 급 궁금해졌다. 왼편에는 목조건물에 대한 설명이 있고, 오른편에는 화장실이 있다. 그곳을 지나면 작은 마당이 나오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음료를 주문하고 만드는 공간이 나온다.

 

팟알은 120년 전에 지어진 3층 목조건물

이름따라 간다고, 팟알이니 팥이 메인이다. 겨울이니 당연히 따끈한 단팥죽을 먹어야 하지만, 갑자기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팥빙수가 먹고 싶어졌다. 여름에만 팥빙수를 먹으라는 법은 없으니깐. 혹시나 겨울이라서 단팥죽만 되면 어쩌나 했더니, 팥빙수(8,000원)도 된단다. 

 

1층 카페 내부
창가석은 일본에 온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주문과 계산을 하고 안으로 들어오니,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아늑하다. 오래된 목조건물이라서 다다미방에 좌식 테이블이면 어쩌나 했는데, 외관만 그럴뿐 내부는 현대식으로 레트로 느낌이 난다. 그러나 1층과 달리 2, 3층은 완전 일본식 목조건물 느낌 그대로다.

 

2, 3층은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구경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작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간다.

참, 카페 팟알은 인천 구 대화조 사무소 건물이다. 근대 개항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인천항에서 배로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하던 하역 회사의 건물이라고 한다. 근대 일본 점포 겸용 공동 주택의 하나인 마치야 양식으로 1880년대 말에서 1890년 초에 지어졌다. 1층은 사무소, 2~3층은 주거 공간이다. 

 

개항누리길 일본풍 거리에는 일본 느낌으로 꾸며진 건물도 있지만, 카페팟알은 진짜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2층은 주거공간이라고 하더니,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다. 벌교 보성여관, 군산 히로쓰 가옥, 포항 구룡포 근대역사관 그리고 인천 카페팟알까지 항구 도시에는 어김없이 적산가옥이 있다. 

 

사진이 많구나 했는데, 김보섭 작가의 사진집 자유공원이다. 작품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집구경을 하느라 남의 사진은 뒷전, 내 사진 찍기에 바빴다.

 

2층은 작은 방이 2개 큰 방이 하나다. 각 방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카페로 변한 지금의 모습도 좋지만, 예전에는 이랬다라는 안내문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 주인장은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담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2층 창가
3층 다락방은 목조가옥 느낌 지대로~

3층은 다락방인 듯,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보다 더 좁고 삐거덕 소리도 심하게 난다.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단에 서서 촬영만 했다. 바닥에 냉기가 가득한 다다미방보다는 따끈따끈한 우리네 온돌방이 최고다. 

 

사진엽서가 엄청 많아요~

다시 1층 카페 안으로 왔다. 당연히 팥빙수가 나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아마도 건물을 구경하는 동안 녹을 수 있기에 미리 만들지 않았나 보다. 차가운 팥빙수에서 따뜻한 주인장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할까나. 

 

인천 카페팟알 팥빙수 등장이요~

영하의 날씨였다면 당연히 단팥죽을 먹었을 거다. 하지만 겨울치고는 따뜻한 날씨라서 차가운 팥빙수가 먹고 싶어졌다. 정작 더운 여름에는 먹지 않았는데 겨울에 먹다니, 청개구리가 확실하다. 찹쌀떡 아래 윤기나는 팥이 있고, 그 아래 고운 우유 얼음이 수북하다.

 

팥빙수가 무지 먹고 싶었나 보다. 생각보다 이가 시리도록 차갑지 않다. 부드러운 우유 얼음에 팥을 올려서 먹는다. 과하지 않은 단맛에, 팥알갱이가 단단해 보이지만 입으로 들어가니 부드럽게 부서진다. 단팥죽과 팥빙수는 국산 팥(100%)을 직접 끓여 만든다고 한다. 

 

고소한 콩가루가 숨어 있다네~

얼음이 녹기 전에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먹다가, 중간부터는 마구 섞는다. 겨울에 팥빙수는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은근 아니 꽤나 괜찮다. 겨울에 평양냉면을 먹듯, 팥빙수도 지금이 시즌이다. 그나저나 동짓날에 팥죽대신 팥빙수도 괜찮겠지. 

인천 개항누리길은 한번으로 끝낼 수가 없다. 이번에는 가볍게 동네 한바퀴를 했으니, 다음에는 완전정복이다. 곧(아마도 내년) 동인천 급행 열차를 타고 다시 와야겠다.

2021.12.23 - 걸어서 인천 개항누리길 한바퀴

 

걸어서 인천 개항누리길 한바퀴

인천 개항누리길 (인천개항장문화지구) 인천 개항 후 최초의 은행, 극장, 호텔, 공원 등 서양식 근대건축물이 세워졌다. 인천항으로 청나라, 일본, 러시아, 독일, 영국인들이 몰려왔으니,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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