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해초섬 서울스퀘어점
조기에 소금을 더하면 굴비가 되고, 굴비에 보리를 더하면 보리굴비가 된다. 조기보다는 굴비, 굴비보다는 보리굴비다. 쿰쿰한 내음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게 바로 보리굴비의 매력이다. 행정주소는 남대문5가이지만,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건물 1층이 있는 해초섬이다.
해초섬은 서울스퀘어 건물 1층에 있다. 서울스퀘어점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체인점인듯 싶다. 비슷한 이름의 다른 곳(해초성)은 가봤는데, 해초섬은 처음이다.
위치도 한몫하겠지만, 찾는 이가 많은 곳인가 보다. 테이블은 물론 룸도 예약이 꽉 찼다.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이렇게 분주한 곳에서의 혼밥은 불편하다.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갔다. 코로나19 이후 못 만났던 지인들과의 모임이다.
아침 식사도 가능하지만 여기서 아침을 먹을 일은 그닥 없을테고, 점심이니 점심 정식 차림에서 골랐다. 사실은 모임 주최자가 예약을 하면서 메뉴까지 정했다. 보리굴비반상(23,000원)이면 좋을텐데 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다.
혼밥일때는 반찬을 다 맛볼 수 있는데, 여럿이 먹을때는 그저 가까이에 있는 반찬만 먹게 된다. 감자볶음과 나물은 없어서 못먹었고, 배추김치, 무말랭이(추정) 무침 그리고 동그랑땡 모양을 한 고기완자랄까? 소스때문인지 이날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달았다. 된장국은 4인용이며, 남도음식치고는 짜지 않고 슴슴했다.
귀한 보리굴비가 인당 한마리라니, 점심치고는 가격이 비싼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보리굴비가 들어오는 순간, 특유의 쿰쿰한 내음도 같이 들어왔다. 흰살생선의 대표주자인 조기는 소금을 만나 굴비가 되고, 보리를 만나 발효가 되면서 본연의 색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흰살생선을 포기한 대신, 맛과 풍미는 껑충 뛰어올랐다.
혹시나 싶어, 맨밥에 보리굴비 한점을 올렸는데, 목넘김이 부드럽지가 않고 뻑뻑하다. 이래서 녹차물이 필요한가 보다.
보리굴비를 먹을때는 녹차물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맹물이나 보리차물은 보리굴비가 갖고 있는 기름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녹차물은 기름도 감당하고 감칠맛까지 끌어올린다. 카페인에 약해서 녹차를 잘 마시지 않지만, 여기 녹차물은 진하지 않아서 괜찮다.
녹차물에 만 밥에 보리굴비 한점을 올린다. 입안에서 밥알이 부드럽게 퍼지면서, 그 사이사이로 보리굴비의 기름짐과 풍미가 퍼져나간다. 여기에 쫀득한 식감과 냄새와 달리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엄청 고소하다.
해초비빔밥에 보리굴비는 그닥 추천하고 싶지않다. 해초가 주는 꼬들꼬들한 식감은 좋은데, 보리굴비와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다. 더구나 강된장을 많이 넣었는지 짠맛에 짭조름한 보리굴비까지, 해초비빔밥은 슴슴한 된장국과 먹으니 딱이다.
보리굴비의 내장은 먹어도 될까? 내장을 발라서 주는 곳도 있다는데, 해초섬은 한마리가 온전하게 나온다. 내장은 쓴맛이 무지 강하지만, 알은 풍미는 물론 고소함에 감칠맛까지 대폭발이다. 아무래도 복불복이었나 보다. 내장만 먹었다는 사람도 있는데, 어란으로 변한 조기의 알을 게눈 감추듯 먹었다.
여럿이 먹을때에는 사진 찍기가 참 난감하다. 이럴때는 중앙보다는 가장자리에 앉는다. 그래야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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