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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5가 남해굴국밥

작년부터 이어진 매생이 사랑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매생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용산에 있는 땅끝마을뿐이라 아쉽던 찰나, 광장시장 건너편 약국골목 근처에서 새로운 곳을 찾았다. 이렇게 많이 줘도 되나 싶을만큼 매생이가 잔뜩 들어간 매생이굴떡국, 종로5가에 있는 남해굴국밥이다.

 

요즈음 모르겠는데, 예전에 라디오를 즐겨 들을때 '종로5가 ㅂㄹ약국' 광고가 어김없이 나왔다. 광고효과인지, 종로5가에 가면 항상 그 약국이 떠오른다. 남해굴떡국에 가려면 그곳을 지나쳐야 한다. 광고땜인지 다른 약국에 비해 사람이 꽤나 많다. 영양제라도 하나 살까 하다가, 제철음식이 보약이지 싶어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굴국밥 집이라는데, 김치찜에 닭한마리에 홍어삼합까지 메뉴가 겁나 많다. 음... 제대로 찾아온 거 맞나 싶지만, 후진은 없다. 오로지 직진 뿐이다.

 

남해굴국밥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고 해서,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보이는 노트에 연락처를 적고 있는데 주인장이 슬며시 오더니 말도 안했는데 알아서 적고 있다면서 기특하게 쳐다본다. '이건 기본이죠'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냥 웃고 말았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메뉴부터 물어보는 주인장, 매생이떡국이 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그럼 그걸로 주세요."

 

테슬라, 테진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대놓고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하긴 같은 회사 제품이니깐. 혼밥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슬라와 진아 중 무엇을 마실까 행복한 고민을 할테지만 혼자라서 바라만 봤다. 

 

선 주문 후 메뉴판 정독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매생이굴떡국이 안보인다. 아래로 시선을 돌리니 떡매생이(10,000원) 보인다. 여기서는 떡매생이가 매생이굴떡국인가 보다. 그나저나 입구에서도 느꼈지만 메뉴가 참 다채롭다. 굴전에 굴회무침이 끌리지만, 혼밥이라 참아야 한다. 어라~ 여름에는 메밀막국수에 묵채밥을 한단다. 묵밥 엄청 좋아하는데, 여름에 다시 올 핑계거리가 생겼다.

 

남해굴국밥 매생이굴떡국 등장이오~

혼밥이니 반찬은 조금만, 아삭하게 잘 익은 깍두기에 향이 좋은 파래무침, 겉절이에 마늘종무침이 나왔고, 반 1/2공기도 함께 나온다.

 

뚝배기라고 하지만, 와우~ 무서울 정도로 펄펄 끓고 있다. 저 상태로 바로 먹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랑 벗겨지겠다. 고로 지금은 포토타임, 이럴때는 연사가 정답이다.

 

둥둥 떠있는 건, 챔 아니 참기름이다. 매생이만으로도 충분히 고소할텐데, 참기름이 더해지니 고소함 폭발이다. 

 

참기름을 흐트려뜨려야 해서, 국자로 한번 두번 젓고 나니 굴과 떡국떡은 희미하게 보일뿐 온통 매생이다. 어떤 곳은 매생이 가락이 보일 정도로 조금 준다는데, 여기는 매생이가 넘쳐 흐른다. 이런 매생이굴떡국 대환영이다.

 

이렇게 채도가 진한 녹색을 본 적이 있을까 싶다. 단골도 아니고 처음인데 매생이를 이렇게나 많이 주다니, 앞으로 종로5가 보령약국이 아니라 종로5가 남해굴떡국이다.

 

매생이에 시선을 뺏기긴 했지만, 오동통한 굴에 쫀득한 떡국떡도 들어 있다는 거, 놓치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 음식은 매생이굴떡국이니깐. 

 

포토타임을 갖긴 했어도 뚝배기는 여전히 뜨겁다. 고로 앞접시에 덜어 먹어야 한다. 매생이가 워낙 많으니, 굴과 떡국떡은 노래 가사처럼 보이지 않아~

 

마치 면을 먹듯, 젓가락으로 매생이를 올려 숟가락에 살포시 올린다. 비린맛은 일절 없고 고소함만 가득이다. 뭉텅이라 저작운동이 필요할 듯 싶지만 전혀 아니다. 입안에 넣으면 지가 알아서 풀어지면서 스르륵 사라진다. 매생이가 없어진 입안에는 고소한 바다향만 남아 있다.

 

매생이만 먹어도 좋고, 굴을 더해도 떡국떡을 더해도 아니 좋을 수 없다. 새해가 됐으니 한살을 먹었고, 여기에 떡국도 먹었으니 확인사살(?)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떡국이라면 두살을 먹어도 괜... 이건 아니다. 나이는 한살만 먹자.

 

매생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더해도 좋다.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은 반찬 없이 그냥 먹을때가 더 좋다. 매생이는 장흥 특산물인 줄 알았는데, 남해굴국밥 매생이는 완도산이다. 철분, 요오드, 각종 무기염류와 고단백질, 비타민 A,C, 그리고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골다공증에 좋고, 숙취해소, 성인병 예방, 원기회복 그리고 다이어트에도 매우 좋단다. 매생이와 찰떡 궁합은 굴, 소고기 그리고 참기름이다. 소고기와 매생이의 조합,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두번째도 앞접시에 덜어서 먹고, 세번째부터는 뚝배기다. 1/3정도 남아 있을때, 밥을 추가한다. 떡국으로 시작해 국밥으로 끝낸다. 

 

기울기 기법을 이용해 남김없이 다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매생이굴떡국 아니 매생이굴국밥이니깐. 그나저나 매생이가 뭉텅이로 있었는데, 이제야 가락이 조금 보인다. 

 

완도의 매생이와 통영의 굴, 겨울 영호남의 만남은 무조건 대찬성이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장흥이나 완도로 달려가, 매생이 밥상을 만나고 싶다. 그때까지는 용산과 중로5가를 왔다갔다 하면서 매생이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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