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운주당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뺨을 스치면, 호빵 생각과 함께 만두가 먹고 싶다. 작년 김장김치로 만든 엄마표 만두를 가장 좋아하지만, 엄마표가 임시 휴업 중일때는 밖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뚝배기에는 따끈한 떡만둣국이 쟁반 위에는 고기, 김치 찐만두가 2개씩 먹기 전부터 행복감 만땅이다. 대흥동에 있는 운주당이다.
주출몰지역에서 만두는 능라도였는데, 멀지 않은 곳에 또다른 만두집이 있다. 한산도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개인집무실겸 독서공간이었다는 운주당이 그곳이다. 들어가는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반전이 있다.
운주당은 처음이면 옆집도 처음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다. 가까이 가서 보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곳이다. 성기훈의 친구가 하던 호프집이 바로 여기다. 여기 문 앞에서 서서 돈을 빌려 달라고 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영업시간은 11시부터 9시까지이며, 2시부터 4시 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다. 문을 열고 좁은 통로를 따라 쭉 들어와야 한다. 의자가 있다는 건, 줄서서 먹는 집이라는 뜻. 혼밥이기도 하고 혹시나 기다릴까봐,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 1시무렵에 왔다.
한옥집이 있고, 그 앞으로 단층짜리 건물을 지었나 보다. 좁은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오니 한옥으로 되어 있는 운주당이 나타났다. 입구와 달리, 내부는 꽤나 넓다.
참, 운주당에서 이순신장군은 참모진들과 자주 대화하고 의논하였으며 토론도 즐겨 했다고 한다.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고 하니, 요즘으로 치면 24시간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인 셈이다. 혼밥이라 대화하고, 의논하며 토론을 할 일은 없지만, 대신 맛나게 먹을 자신은 있다.
만두전골이 메인인듯 싶은데 혼자는 무리다. 고로 떡만둣국(8,000원)을 주문했다. 만두가 몇개 들어있냐고 물어보니, 2개가 들어간단다. 그래서 메뉴판에는 없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고기반, 김치반으로 찐만두(6,000원)을 추가로 주문했다.
고명은 고기와 파 조금으로 단순하다. 맑은 국물에 만두는 2알 떡국떡은 가득 들어있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만둣국이 있다. 만두가 먹고 싶어서 왔는데, 괜히 떡만둣국을 주문했나 싶다. 하지만 괜찮다. 이럴줄 알고 찐만두를 추가주문했으니깐.
맑은 국물이라서 멸치육수인가 했는데, 육향이 확 올라온다. 사골은 아닌 듯 싶고, 양지나 사태 등 고기로 육수를 냈나보다. 강한 육향에는 후추 팍팍이 필수다.
떡국떡은 말랑하면서도 쫀득하다. 퍼지지 않아서 식감이 살아 있고, 육수와 잘 어울린다. 굴떡국을 훨씬 더 좋아하지만, 고기국물도 나쁘지 않다.
메뉴판에는 고기만두, 김치만두만 나와있지만 반반도 가능하다. 찐만두, 만둣국 모두 같은 만두다. 중국, 일본식과 달리 우리네 만두는 꽉찬 속은 기본, 치대지 않아 식감이 풍부하다. 고기와 함께 여러 재료가 들어 있어서 육즙 가득은 아니지만, 식감은 아삭하고, 맛은 담백 고소하니 조화가 좋다. 여기에 만두피는 하늘하늘하니 얇디 얇다.
김치만두는 고기만두에 고춧가루와 배추를 좀 더 추가한 듯 싶다. 빨간맛이지만, 매운맛은 일절없다. 처음이라서 둘다 먹었지만, 다음부터는 고기만두만 먹을 생각이다. 확실히 김치만두는 김장김치로 만든 엄마표(빚는 건 내가)가 최고다.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더해서 먹어도 좋지만, 여기 간장소스가 무지 괜찮다. 일반 양조간장은 아니고, 만두에 어울리도록 따로 간장을 만들었나 보다. 짠맛은 줄이고, 식초를 더해 신맛을 추가했다. 만두에 간장을 많이 찍어도 짜지 않으니, 고기만두에는 김치보다는 간장이다.
왕만두이긴 하나 만두 킬러라서 6개쯤은 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위가 작아졌는지,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 4개로 만족하고, 2개는 포장을 했다. 혹시나 해서 용기를 따로 챙겨 갔고, 주말에 만두라면을 끓어서 자알 먹었다.
판매용 만두도 있지만, 칼칼한 만둣국이 궁금해서 한번 더 먹으러 갈 예정이다. 그때도 역시 찐만두는 무조건 추가다.
2021.04.19 - 속이 꽉~ 찬 만둣국 마포동 능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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