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에서 용산공원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던 그 곳이, 116년 만에 활짝 열렸다. 전면 개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미군장교숙소 5단지는 금단의 땅이 아니라 누구나 갈 수 있는 땅이 됐다. 높은 담장과 철조망을 허물고, 우리는 자유롭게 용산공원을 거닐다. 전반전은 나들목에서 누리방까지.
용산 미군기지하면, 높은 담장과 철조망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에, 근처를 지나갈때면 언제나 이런 모습만 보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담장과 철조망은 여전하지만, 더이상 금단의 땅이 아니다.
지하철 중앙선 서빙고역 건너편에는 미군 장교숙소 5단지가 있다. 2~3층짜리 주택 16동과 관리속, 탁아소 등 총 18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궁금해도 갈 수 없던 그곳을 지금 이순간 뚜벅뚜벅 걸어서 들어간다.
용산공원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나들목을 통과해야 한다. 왜냐하면 QR체크도 해야하고, 공원에 들어가기 전 출입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 안에는 커다란 지도와 함께 10가지 볼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작은 리플렛이 있으니, 대충 이런 것들이 있구나 하면서 파악만 하면 된다.
용산공원에 온 첫느낌은 한국인데 한국같지 않다는 거다. 독특한 빨간벽돌 건물은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 어느 지방의 작은 마을같다. 두번째 느낌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연령대가 10~20대였다는 거다. 독특한 풍경때문인지 인물 사진을 담기 위해 여벌의 옷까지 준비하고 온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검색을 하고 오긴 했지만, 이정도로 멋진 곳일지 몰랐다. 빨간벽돌 건물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나무는 단풍으로 화려함을 뽐내기 바쁘다. 여기에 시리도록 푸른하늘까지 삼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넒은 공터가 있는 이곳은 야외갤러리로, 원래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던 곳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얼음을 저장하던 서빙고에 속했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용산에 군사기지를 조성하며 논으로 활용했다. 광복 후 용산에 미군기지가 들어서고, 한국전쟁 중 미군에 용산기지를 공여하게 된다. 1970년대 미군의 헬기장으로 사용되다가, 1986년에 한국 정부에 반환됐다. 대한주택공사는 이곳에 미군장교숙소로 건물을 짓고, 2019년말까지 임대 운영했다.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띄엄띄엄 있다보니, 그 사이사이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이 좋아서 야외에 있어도 그리 춥지 않다. 사실 이국적인 분위기에 홀려 추운줄도 모르고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잔디 위 소복하게 쌓인 낙엽조차 멋스럽다. 올해 단풍구경은 푸른수목원으로 끝냈는데, 용산공원이라는 복병이 나타날 줄 몰랐다. 원없이 단풍놀이에 푹 빠졌다.
장교숙소를 카페로 바꾼 누리방이다. 카페이니 차와 음료 그리고 디저트를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물만 마실 수 있다.
누리방 2층에서 바라본 용산공원 전경이다. 숙소가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으니, 똑같은 건물이라도 공간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여기에 늦가을이라는 계절적인 요소가 더해지니 용산공원에 오길 잘했다. 그저 궁금해서 왔을 뿐인데, 엄청난 선물을 덤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10개 볼거리 중 다섯번째가 누리방이다. 6번째는 용산공원 연구소로 업무를 위한 공간이라서 제외하고, 나머지 볼거리는 내일 공개합니다.
2021.11.18 - 용산 미군기지 아니고 용산공원이라네 (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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