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생과방 (feat. 수문장 교대의식)
한옥카페는 가봤지만, 궁궐카페는 처음이다. 경복궁에서 차와 다과를 즐기다니,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쭈욱 계속 되길 바라면서, 경복궁에서 마주한 특별한 시간 생과방이다. 더불어 경복궁 수문장교대의식도 함께 했다.
경복궁 소주방은 광화문보다는 국립민속박물관 입구로 오면 얼마 걷지 않아도 된다. 생과방 체험을 위해서는 경복궁 입장료(어른 3,000원)를 내야 한다. 궁궐활용사업 국민참여단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는 없다. 물론 일반인은 유료, 참여단은 무료이지만, 이번에는 유료(입장료만)다.
밤에 왔을때는 안내해주는 관노비가 있었지만, 아침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괜찮다. 경복궁 별빛야행과 장소가 같아서 도움없이 혼자서 잘 찾아갔다.
경복궁의 소주방 전각에 위치한 생과방은 궁중의 육처소 가운데 하나이며, 국와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준비하던 곳으로 생물방 혹은 생과방이라고 불렀다. 경복궁 생과방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임금이 먹었던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먹고 마시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어디서? 바로 궁궐에서.
시식체험은 12월 5일까지 하며, 매주 화요일은 경북궁 휴궁일로 운영을 하지 않는다. 예약은 온라인으로 해야 하며, 네이버 예약만 가능하다. 온도 체크에 명부(QR코드) 작성 그리고 손소독까지 철저하다.
아무리 멋지고 운치있는 한옥카페라도 궁궐카페를 이길 수 있을까? 미세먼지는 최악의 날이지만, 궁궐에서 차를 마신다고 하니 도착을 했는데도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다. 불과 얼마 전에 여기서 임금이 드신 수라상을 먹기도 했지만, 그때도 지금도 꿈만 같다.
6가지 궁중병과는 다 먹을 수 있지만, 궁중약차는 5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건공다, 삼귤다, 감국다, 모과차, 오미자, 강계다 중에서 영조가 즐겨 마셨다는 건공다를 골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 만난 궁중약차이기 때문이다.
참, 궁중병과와 약차를 선택하고 결제를 한다. 다과는 여기서 직접 받고, 나인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차를 갖다 준다.
위드 코로나이지만, 1인석에 칸막이까지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적막한 분위기이지만, 조심스럽게 첫발은 내딛었다. 경복궁 생과방은 복원을 했기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예전부터 있었다면 내부출입은 언감생심이다.
궁중병과는 직접 들고 들어왔지만, 약차는 나인이 가져다 준다. 차는 직접 우려서 마셔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매우 잘 설명해준다.
건공다는 조선 왕 중 최고의 장수를 누린 영조 임금의 사랑을 받은 궁중약차다. 몸을 보하는 인삼, 비위(소화기)를 보하는 백출, 속을 데워주는 건강(말린 생강) 그리고 감초 등으로 구성됐다.
주악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대추, 은행 다진 것을 섞어 송편 모양으로 빚은 후 기름에 지진 떡이다. 조선시대 귀한 손님이 왔을때 다과상에 내던 음식이라고 한다. 주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경복궁 별빛야행과 밤의 석조전에서도 먹어봤다. 다과 중 유분감이 가장 많다.
편강은 생강을 얇게 저며 설탕에 조린 뒤 말린 한과다. 맛이 맵고 성질은 약간 따뜻한 생강은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복돋게 한하고 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즐겼다고 한다. 편강은 달달함과 쓴맛이 공존한다.
호두정과는 알이 굵고 단단한 호두를 골라 꿀을 넣고 조린 뒤 노릇하게 튀겨낸 전통 과자다. 바삭하고 달콤하며 고소해서 먹다보면 어느새 순삭이다.
매작과는 밀가루에 칼집을 넣은 후 기름에 튀겨 만드는데 치자나 생강 등 천연 재료를 섞어 그 색과 모양이 다양한 전통 과자다. 마치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한과라는 의미로 궁중에선 매엽과라고도 불렀다.
약과는 유밀과의 하나로 약이 되는 과자라는 뜻이다.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등 옛 조리서에도 수록되어 있다. 1948년 조선상식에는 "조선에서 만드는 과자 가운데 가장 상품이며 온 정성을 들여 만드는 점에서 특색있는 과자"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서여향병은 궁궐에서 즐겨 먹던 마로 만든 향기로운 떡이다. 생마를 쪄서 꿀에 재운 후 찹쌀가루를 묻혀 튀기거나 지진 뒤 잣가루를 입힌 궁중떡이다. 처음 먹어봤는데, 낯설고 생소한 맛이다.
시간은 흐르고 건공다는 더 진해져 간다. 인삼향이 강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아이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살짝 추웠고 자리에 핫팩이 있었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약차를 마셨으니깐.
한량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했는데, 지금 이순간 나는 한량이다. 아무래도 왕족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군가 손바닥에 왕자를 쓰면 왕이 될 수 있다고 혀를 놀리지만,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에 욕심을 버리고 한량이 됐다.
참, 경복궁 생과방 이용시간은 1시간이다. 그런데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다 나온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한시간을 충분히 채울텐데, 코로나19가 참 밉다.
약차는 더운물을 더 달라고 해서 마시면 되는데, 다과 리필은 모르겠다. 나오면서 따로 구입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이벤트 차원에서 진행하는 거라서 안된단다. 경복궁 생과방 참 좋은데, 이렇게 단발성으로 끝내지 말고 궁궐카페라는 컨셉으로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다.
입장료까지 내고 왔는데, 생과방 체험만 하고 가는 건 너무 아깝다. 그래서 향원정을 다시 찾았는데, 미세먼지 심각주의보가 애통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영은 멋지다.
며칠 후 다시 찾은 경복궁. 이번에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보러왔다. 수문장 교대의식은 왕실을 호휘하는 수문군의 복식과 절차 등을 조선시대 모습대로 재현한 전통문화행사다. 솔직히 큰 기대를 안했는데, 결과는 왜 이제야 봤는지 엄청 후회했다.
올해 경복궁 수문장은 안전한 근무를 위해 도깨비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조선시대의 우비를 복원한 우장을 새로 도입했다고 한다. 10시와 14시 두번을 하며, 2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관람객이 너무 없다. 코로나19라서 그런가 했는데, 수문장 교대의식은 문 밖이 아니라 안에서 진행된다.
교대 의식이 끝난 후 수문장의 지휘에 따라 수문군은 퇴장을 한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입장료 없이 관람이 가능하며, 안내멘트로 설명을 해줘서 관람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왜 이제야 봤나 싶지만, 늦게라도 보길 잘했구나 싶다.
경복궁 생과방부터 수문장 교대의식까지 박물관은 살아있듯, 경복궁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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