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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별빛야행

낮과는 다른 밤의 경복궁은 신비롭기만 하다. 낮에는 그저 유적지 느낌이라면, 밤에 오니 관람객이 아니라 시간여행자가 된 듯하다. 진짜 조선시대로 간듯 모든 것이 낯설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시 복원된 향원정은 고혹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경복궁 별빛야행이다.

 

창경궁과 덕수궁 야경은 가봤지만, 경복궁은 처음이다. 특히 별빛야행은 워낙 인기가 많아서 티켓팅조차 못했는데, 문화재청에서 하는 궁궐활용사업 국민참여단이 되어 방문을 했다. 그동안 남들이 다녀온 후기만 보다, 드디어 가게 된 경복궁 별빛야행, 결론부터 말하면 "대박" 

 

경복궁 별빛야행은 경복궁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이벤트다. 단지 야경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고종 임금의 초대를 받고 참석한 우리는(조선시대에 싸이월드가 있있다면 1촌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귀한 손님이 되어 경복궁에 도착을 하고, 외소주방에서 왕이 하사한 정갈한 수라상을 맛본다. 그리고 장고, 집옥재, 팔우정, 건청궁, 향원정 등 고종이 거닐던 그 길을 거닐다.

 

별빛야행이라고 해서 경회루나 근정전, 교태전에도 가는구나 했는데, 국립민속박물관 입구로 들어와 바로 외소주방으로 들어간다. 내시는 아니고 관노비(명칭을 알려줬는데 기억이 안남)를 따라서 이동을 했다. 조명은 있지만, 궁궐의 밤은 도시과 달리 많이 어둡다.

 

외소주방
금강산 아니 경복궁 별빛야행도 식후경!
그분의 빈자리!

공간이 주는 무게랄까? 식당이 아니라 궁궐에서 밥을 먹는다고 하니 움직임 하나도 조심스럽다.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더 그러겠지만,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고요하기만 하다. 상궁마마님이 찬품단자에 대해 설명을 한 후, 수라간 궁녀가 음식을 갖다준다.

 

찬품단자는 잔치에 올리는 음식의 목록을 적은 문서라고 한다. 찬품이란 요즘말로 반찬을 뜻하며, 주로 큰 잔치때 많이 쓰였다. 별빛야행에는 임금이 드신 수라상을 도슭(도시락의 옛말)의 형태로 4단 유기합에 담았다.

도슭수라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문화공간으로 궁중음식 보급에 힘쓰고 있는 한국의 집에서 직접 조리를 했다.

 

1단은 배추김치, 명란젓, 대하잣즙채, 호두조림.

 

2단은 전복초, 소머리편육, 더덕구이 탕평채.

 

3단은 진지, 떡갈비, 전2종(새송이전, 애호박전)

 

4단은 석류탕. 뜨거운 육수는 궁녀가 따로 부어준다.

 

도슭수라상 상차림!

오호~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진짜 시간여행자가 되어 조선시대에 온 듯하다. 음식은 하나하나 본연의 맛이 살아 있으면, 전복초가 가장 좋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작은 그릇에 나온 건 물김치인 줄 알았는데 광어찜이다. 탕은 따끈해서 좋았지만, 도시락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밥이 식어서 살짝 아쉬웠다.

임금이 드신 수라상을 먹어 본 소감은, "내가 왕이 될 상이냐?" 손바닥에 왕자를 적고 다녀볼까나.

 

씹는 소리조차 낼 수 없는 분위기에서 국악공연이 시작을 했다. 가야금일 듯 한데,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정적인 분위기라서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먹기만 했다.

 

후식은 사인귤피차, 편강, 도라지정과, 그리고 주악이다. 

 

식사가 끝나면 상궁마마님을 따라 본격적인 야행이 시작된다. 이때 전문해설사가 함께 한다.

 

자경전

고종은 현종의 어머니 신정왕후(조대비)의 양자였기에 왕이 될 수 있었다. 흥선대원군은 이에 보답하고자, 조대비를 위한 거처를 궁 안에서 가장 화려하고 섬세하게 만들었다.

 

별빛야행인데 별은 하나뿐!
그때는 백안산 지금은 북악산!
인왕산!
집견당!
함화당!

함화당은 고종에게 있어 침전뿐 아니라 외국사신을 접견하는 등 중요한 정치공간이었다고 한다.

 

장고!

수라간 궁녀의 실수를 재미나게 표현한 작은극이 진행됐다. 대장금때문인지 자꾸만 그녀가 장금이로 보인다. 그녀의 잘못은 따뜻하게 지적해주는 분은 한상궁 마마님. 

 

장고는 궁궐의 장독대!

작년에 왔을때는 들어갈 수 없었는데, 특별한 손님을 위한 행사이니 개방을 했다. 장독의 모양은 다 같은 줄 알았는데, 지역마다 모양새가 다르다고 한다.

 

집옥재로 향해 가는 중. 그나저나 야경이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손각대만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넘 힘들다. 나름 수동모드로 찍어보려도 했으나, 떨사라서 야경모드로 촬영을 했다. 떨사가 없어서 좋은데, iso가 6400이다. 

 

왼쪽부터 팔우정, 집옥재, 협길당!

여기는 경복궁에서 이국적인 공간이다. 팔우정만 봐도 중국풍이 느껴지는데, 건축양식도 그렇다고 한다. 집옥재는 양 옆벽에 벽돌을 쌓고 내부는 중2층으로 지었다. 고종의 개인 서재이자 외국 사신 접견소로 사용됐다.

 

경복궁에 여러번 왔지만, 팔우정 내부는 처음 들어왔다. 늘 밖에서만 봤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겁나 새롭다. 

 

집옥재 내부!
개인서재답게 책이 많아요~

예전에 집옥재를 개방했을때 왔던 적이 있는데, 밤에 오니 역시나 새롭다. 밤이라서 그런가, 더 중국스런 느낌이 강하다. 참, 여기서 고종이 하사한 작은 선물(1회용 카메라)을 받았다. 

 

건청궁으로 가던 중 얼음~

작년에 왔을때 복원 중이라 볼 수 없었던 향원정이 눈 앞에 뙇! 여기에 야경까지 "별빛야행의 하이라이트는 향원정이라고 이 연사 두손 모아 강하게 외칩니다."

 

건청궁

창덕궁에 낙선재가 있다면, 경복궁에는 건청궁이 있다. 단청이 없는 사대부집 가옥 양식으로 고종은 명성황후와 이곳에서 기거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등이 가설된 곳이다. 일제강점기때 철거되어 조선총독부 미술관으로 지어졌다가, 복원공사를 거쳐 2007년에 다시 돌아왔다.

 

샌드아트 관람 중~
마네킹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다. 그는 러시아 건축사 사바틴으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목격한 인물이다. 명성황후 시해장소와 약도를 기록했으며 러시아 공사관에 이를 보고했다고 한다. 

 

곤녕합 옥호루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곳!

장안당 뒷편에 공터가 있는데, 2층의 서양식 건물 관문각이 있었다. 사진자료만 남아 있다고 하던데, 어떤 모습일지 사진 자료를 토대로 영상으로나마 복원이 됐으면 좋겠다.

  

향원정 그리고 취향교
복원 전에도 갈 수 없던 그 곳을~
취향교를 건너 향원정을 더 가까이 가까이~

향원정은 고종이 건청궁에 기거하던 중 경회루 서북쪽에 연못을 파고 그 중앙에 지은 정자다. 건청궁에서 향원정까지 취향교로 놓아 바로 갈 수 있었다. 취향교는 한국전쟁때 파괴가 됐는데, 원래 위치가 아닌 곳에 복원을 했다가, 다시 복원을 거쳐 예전의 위치로 돌아왔다. 

 

향원정은 2층으로 바닥에는 온돌이 있었다고 한다. 내부는 들어갈 수 없지만, 다리를 건너 가까이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밤에 보는 향원정의 아름다움은 사진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삼각대만 있었다면, 더 잘 담아낼 수 있었을텐데 손각대라서 너무 아쉽다. 그런데 삼각대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왜냐하면 삼각대를 갖고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플래시도 안된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광클을 해서라도 꼭 티켓팅을 해야 한다. 흔하지 않은 경험이고, 밤에 보는 고궁은 낮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더불어 평소에는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으며, 임금님이 드신 도슭수라상은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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