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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밤의 석조전

어둠이 내려앉은 덕수궁은 고요하기만 하다. 야경이 처음도 아닌데, 석조전은 처음이다. 3년 전 내부 관람을 했을때와는 다른, 가배와 뮤지컬이 더해진 밤의 석조전이다. 더불어 덕수궁 야경도 살짝.

 

대한문 월대는 복원중!

"귀하,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밤빛이 석됴뎐을 그리는 시간, 그대 위한 마음을 궁 안에 두었으니 시름은 놓아두고 달빛이 내리는 궁 길을 거닐어 오십시오. 오시는 길은 우리 상궁이 안내할 것입니다." 신축년 가을밤 궁의 일등 상궁이.

경복궁 별빛야행에 이어 이번에는 덕수궁 밤의 석조전이다. 창덕궁 달빛기행도 있었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창덕궁까지 트리플 궁궐 야경을 완성할 수 있었는데 살짝 아쉽다.

 

궁궐활용사업 국민참여단을 하길 잘했다 싶다. 석조전 내부 관람은 아무때나 할 수 없는데, 낮도 아닌 밤의 석조전은 어떨까? 벌써부터 두근두근 떨린다. 대한문에서는 본인 확인을 했고, 여기서는 자리 배정과 함께 핫팩과 이어폰을 받았다. 

 

경복궁에 이어 덕수궁까지 낮과는 다른 밤의 고궁은 아름답기만 하다. 여기에 늦가을의 낭만까지 더해지니 황홀하기만 하다.

  

제 자리를 찾은 광명문!

상궁마마님을 따라 밤의 석조전에 오르다! 앞서 있다 보니, 요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 측면을 지나 석조전으로 향한다. 단체로 이동을 하다보니, 돌발행동은 금지다. 중화전 정면을 담고 싶지만 지금은 안된다.

 

밤의 석어당!
준명당 앞 사슴조각을 지나면 석조전이라네~

경복궁에 있는 서양식 건물 관문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덕수궁 석조전은 여전히 건재하다. 석조전은 유럽식 궁궐로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를 품고 있다. 궁궐다운 모습으로 보낸 시간은 11년, 75년이 넘도록 미술관, 의사당, 회의장, 박물관 등으로 다른 얼굴로 살아왔다.

석조전은 고종과 순헌황귀비의 공간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고종은 덕수궁 함녕전에서 주로 생활을 하고, 순헌황귀비는 준공 이듬해에 별세했다.

 

복장을 보니 지금은 대한제국 시대!
중앙홀!

유일하게 석조전을 제대로 사용한 왕은 영친왕이다. 그 이후 일제는 덕수궁 중앙공원화 정책에 따라 미술관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2009년부터 복원공사를 시작했고, 인테리어는 고증자료와 영국 메이플사의 카탈로그를 근거해 재현을 했다.

 

1층에서 바라본 2층!
석조전 복도!

석조전은 1층은 접견실, 식당, 중앙홀, 귀빈대기실로 공적 공간이고, 2층은 황제서재와 침실, 황후거실과 침실 등 사적 공간이다.

 

공식적인 행사 후 만찬을 베푸는 공간 대식당!
석조전 2층 공간!

2층에서 본 1층 중앙홀이다. 저기 보이는 탁자는 창덕궁 희정당에서 보관하던 것을 갖고 왔다고 한다.

 

고종이 즐겨 마시던 가배, 우리도 마신다. 어디서? 석조전 테라스에서.

설마 커피만 마셨을까? 우리를 위해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를 스트리밍이 아니라 라이브로 들었다. 황해도 민요 몽금포 타령, 니콜로 파가니니의 칸타빌레 그리고 아리랑 타령 본조 아리랑 등 총 5곡이다.

 

무릎담요까지 준비한 센스~
여기 따끈한 가배 한잔이오~

가배를 마시면 주전부리도 먹는다. 주악, 약반 그리고 호박씨다식이다. 주악은 경복궁 별빛야행에서도 먹었는데, 약과랑 비슷하다. 

나에게 이 시간에 커피는 사악과도 같다. 커피대신 삼귤다라는 차도 있지만, 석조전 그리고 고종인데 차보다는 가배다. 2번 홀짝하고 끝냈지만, 석조전에서 가배를 마시다니 꿈같은 현실이다.

 

클래식 선율을 들으며 석조전 야경에 취하는 중. 

야경 하나!
야경 두울!
아경 세엣!
야경 네엣1

석조전은 슬리퍼도 다르다. 격식있고 멋스럽다.

 

석조전 테라스에서 담은 사진 중 베스트 컷이다. 상궁마마님이 이렇게 멋진 포즈를 취해 주다니, 사실은 도촬이다. 촬영부터 한 후에 사진을 보여드렸고, 허락을 받아서 올린다. "마마님 아름다우십니다."

 

황후침실
황후거실

순헌황귀비는 석조전 준공 직후 별세해 사용하지 못하고, 영친왕과 혼인한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가 잠시 사용했다. 욕실과 화장실은 황제, 황후 침실 옆에 각각 따로 있다. 

 

황제서재

황제서재 테이블에 놓여 있는 책은 국제법이라고 한다. 지금과 달리 이때는 서양서적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경복궁 집옥제에 약 4만권의 책이 있는데, 그중 서양서적은 8,000권이다. 문호를 개방해야 했던 시기였으니, 외세에 대한 공부는 필요했을 거다. 지금도 그러하듯, 외교는 매우 몹시 중요하니깐.

 

황제침실
침대옆에 있는 간이 세면대!

오얏꽃은 이화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자두나무꽃이며, 대한제국 황실 상징으로 사용된 문양이다. 문장의 구성은 오얏꽃을 매우 간결하게 정형화해, 다섯 개의 꽃잎을 좌우대칭으로 배치하고 각각의 꽃잎에 세 개의 꽃술을 일정하게 배열한 것이 기본 형태다. 

 

접견실

밤의 석조전 마지막 이벤트는 창작뮤지컬 손탁호텔 관람이다. 2곡만 들어서 살짝 아쉽긴 했지만, 분위기때문인지 금세 빠져버렸다. 공연과 배우는 촬영이 안된다고 해서 공연 전에 후다닥 담았다. 

손탁호텔은 1902년 건립된 조선 최초의 서구식 호텔이다. 서울 중국 정동에 위치해 있었는데, 지금은 철거되고 터만 남아 있다. 뮤지컬 손탁호텔은 손탁과 호텔이라는 실존 인물과 공간을 바탕으로 작가가 탄생시긴 허구적 인물들이 사건을 만들어 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접견실은 중앙홀과 연결되어 있다!

한시간의 시간여행이랄까? 우리 뒤에도 2팀이 더 있어서, 쫓기듯 아쉽게 끝났지만 밤의 석조전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석조전의 야경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귀한 체험이니깐.

참, 해설사에게 들은 설명에서 가장 기억나는 부분은 덕수궁 중명당은 덕혜옹주(고종이 환갑에 낳은 늦둥이)를 위한 유치원이었단다.

 

덕수궁 중화문!
덕수궁 정전 중화전!
중화전 옆 석조전!

고종의 하사품이랄까? 멋진 티스푼을 선물로 받았다. 석조전 테라스에서 가배를 마시고, 접견실에서 뮤지컬을 보다니, 귀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내부 관람 아니면 가배와 뮤지컬로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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