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옛날우렁이식당
신평양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렁이 전문식당이 있다. 당진특산물인 우렁이를 먹고, 백련 막걸리도 마셔야 하기에 충남 당진에 있는 옛날우렁이식당으로 향했다. 여기는 본점이며, 2, 3호점도 있다.
우렁이는 주로 집에서 먹었지, 밖에서 먹은 적은 별로 없다. 집에서는 주로 우렁된장찌개 또는 강된장을 먹었는데, 여기서는 된장찌개부터 쌈장에 무침까지 골고루 먹을 수 있다. 당진이란 곳도 처음, 우렁정식도 처음, 처음이 주는 설렘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든다.
우렁이가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니, 칼슘하면 멸치였는데 이제는 우렁이도 먹어줘야겠다. 우렁이는 연골 속의 칼슘이 뼈조직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줘서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고 한다.
외관만 봤을때는 그리 넓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꽤나 넓다. 방이라고 해야 할까나, 큰방 옆에 작은 방이 있고, 그 옆으로 건넌방도 있다. 3시였나? 4시였나?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늦은 오후에 간다면 전화로 미리 확인을 해야 한다. 우리는 2시 30분쯤에 도착을 했다.
따로 주문이 가능하지만, 옛날우렁이정식(12,000원)을 주문하면 다 먹을 수 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옛날우렁이정식은 2인 이상이다. 혼밥이라면 불가능이지만, 둘이 왔기에 당당하게 주문을 했다.
쌈밥이니 쌈은 필수, 리필도 가능하다. 당진쌀로 지은 밥인지, 고슬고슬하니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빨간국물을 보아하니, 된장과 함께 고춧가루 혹은 고추장을 넣었나 보다. 엄마표와는 다르지만, 구수하고 칼칼하니 시골된장 맛이 난다. 푹익은 호박은 아이스크림도 아니면서 사르르 녹고, 두부는 두부라서 좋다. 주인공인 우렁이는 쫄깃한 식감이 좋은데, 집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다. 쫄깃함 말고 무언가가 더 있다.
쌈장은 쌈장인데, 그동안 알던 쌈장이 아니다. 뭐랄까? 많이 하얗다. 두부를 넣은 듯 한데, 정확한 레시피는 모른다. 주인공인 우렁이는 된장찌개에도 쌈장에도 겁나 많이 들었다.
집에서 먹던 그맛과 다른 이유를 찾았다. 집에서는 쫄깃한 식감 외에는 맛이라고 할만한 맛은 딱히 없었다. 그래서 우렁이는 그저 식감으로 먹는 음식이로구나 했는데 아니다. 쫄깃한 식감 말고 뭔가가 더 있다.
우렁이는 우렁이과에 딸린 민물에서 사는 고둥의 총칭으로 참우렁이, 쇠우렁이, 큰논우렁이, 논우렁이 등이 있다고 한다. 주로 논이나 연못의 진흙이 많은 곳에서 산다.
엄마표는 우렁이를 오래 익히는데, 여기는 날 것 그대로라고 할까나? 아니면 겉만 살짝 익힌 회같다고 해야 할까나? 집에서 먹던 쫄깃함보다는 덜하지만, 집에서 느끼지 못한 육즙이 살아있다.
우렁이초무침은 우렁이 회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솔직히 우렁이는 식감이지 이거다 할만한 맛은 없는 줄 알았는데, 육즙이 있다니 놀랍다. 예상치 못한 맛이 좋기도 하지만, 어색할 때도 있다. 지금 이순간은 어색함이다. 초무침에 강된장, 쌈장, 된장찌개까지 다 좋아하는데, 우렁이가 가져다 준 어색함에 젓가락은 갈팡질팡 중이다.
제육볶음은 어디서 먹듯, 역시 고기는 고기다. 빨간맛이 진해서 맛이 자극적이고 강해 보이지만, 비주얼과 달리 순하다. 비계가 좀 많긴 하지만, 친구는 많아서 좋단다. 그래서 비계 많은 부위를 선뜻 다 양보했다. 참고로, 비계를 못먹는 1인임다.
우렁이쌈장이니 상추를 깔고, 밥이랑 마늘을 올려서 먹는다. 연한 쌈장에 육즙이 살아있는 우렁이까지 집에서 먹던 맛과는 완전히 다르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우렁이를 오래 끓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렁이로 놀란 가슴을 막걸리로 진정시켜줘야 한다. 신평양조장에서 구입한 백련 미스티 살균막걸리다. 살균막걸리는 처음인데, 지금까지 왜 모르고 살았나 싶다. 생막걸리가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다. 향이나 맛이나 살균막걸리가 백배 좋다.
우선 단맛이 응축됐는데, 살균을 해서 그런지 아스파탐의 인공적인 단맛이 아니라 쌀이나 누룩 혹은 연잎이 갖고 있는 재료 본연의 단맛이랄까? 인공적인 느낌이 없다. 그리고 막걸리라 쓰고 요구르트라 읽어야 할 정도로, 익숙한 막걸리 향도 나지 않고 맛도 부드러우면서 달달하니 좋다. 탄산이 거의 없는 고급진 맛이다.
우렁이 강된장에 제육볶음을 올려서 한쌈. 역시 쌈에는 고기가 진리다. 쌈장과 달리, 강된장은 집은 물론 다른 식당에서도 먹어서 그런지, 어색하지 않고 입맛에 맞았다.
나름 가장 기대했던 우렁이 초무침은 새콤은 좋았으니, 우렁이가 여전히 어색하다. 이런 맛인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텐데, 엄마표 우렁이 맛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진짜 우렁이 맛 앞에서는 작아져만 간다.
우렁이는 실패했지만, 막걸리는 성공했다. 살균과 생을 비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식당이 양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지역 막걸리가 있는데 굳이 장0 먹걸리를 가져다 둘 필요는 없었을 거다.
백련 생막걸리 스노우는 살균과 달리 탄산이 겁나 살아있다. 생이라 끈적임은 없고 산뜻한데, 인공감미료의 맛은 확연히 느껴진다. 살균이 응축된 단맛이라면, 생은 단맛이 옅게 퍼진다.
왼쪽은 생, 오른쪽은 살균이다.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개인적인 취향은 백련 살균막걸리다. 그나저나 연잎향을 제대로 맡아 본 적이 없어서, 막걸리에서 연잎향이 난다고 하던데 솔직히 모르겠다. 생은 익숙한 막걸리 향이고, 살균은 좀 더 고급진 향은 맞는데 그게 연잎향인지는 모르겠다.
굳이 우렁정식이 아니더라도 제육볶음만 있었어도 충분했을 거다. 하지만 엄마표와 달리 진짜 우렁이 맛을 알게 됐다는 거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다음에는 지금보다는 더 잘 먹을 수 있기를... 더불어 친구는 살균 막걸리는 두병이나 구입했는데, 왜 한병만 샀는지 그게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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