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노독일처
비가 오는 날에는 짬뽕이지만, 더울 날에는 중국(식) 냉면이다. 냉짬뽕도 있다지만, 짬뽕은 뜨거워야 제맛이지 차가운 짬뽕은 영 어색하다. 고로 여름에는 시원한 중국냉면을 먹는다. 시원열전 두번째는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노독일처다.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느낌이 뭔가 싸하다. 당연히 있어야 할, 중국냉면 30% 할인행사 배너가 없다. 설마 행사가 끝났나 싶어, 전화를 하니 끝났단다. 진작에 와서 먹어야 했는데, 앗~ 나의 실수다. 제값 내고 먹으려고 하니 무지 아깝다. 다른 곳으로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중국냉면이야'라고 아침부터 생각을 했기에, 다른 메뉴가 떠오르지 않는다.
혼밥을 할때는, 12시보다는 1시가 좋다. 한적해서 음식 사진도 맘대로 찍을 수 있고, 책을 읽으며 천천히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깐.
참, 노독일처에서 노는 늙을 노(老), 독은 홀로 독(獨)으로 독특한 맛을, 일처는 오로지 한 곳이라는 뜻이다. 합치면,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 오래된 유일한 곳이라고 메뉴판에 나와있다.
계절메뉴도 계절에 따라 다르다. 겨울에는 굴짬뽕, 여름에는 중국식 냉면(12,000원). 중국에 짜장면이 없듯, 냉면도 없다. 우리 민족이 더운 여름이면 냉면, 냉국수를 즐겨 찾다보니, 중국(식)냉면이라 이름으로 메뉴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물어봤나 보다. 보이차인 줄 알았는데, 황칠차다.
단무지, 깍두기 그리고 자차이 무침은 늘 변함이 없지만, 냉면이라서 겨자와 땅콩소스가 추가로 나왔다. 그나저나 자차이무침이라 쓰고, 양파무침이라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온통 양파뿐이니깐.
중국냉면은 평양, 함흥 그리고 분식집 냉면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냉면이라고 부르니깐 냉면이지, 익숙한 냉면과는 거리가 꽤 멀다. 우선 육수는 때깔부터 다르고, 고명은 고기와 오이는 비슷하나 해파리와 새우, 당근은 어색하다. 내용물도 내용물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릇이다. 냉면 사발이 아니고 길쭉하다.
해파리냉채에 면과 육수를 더했다고 할까나? 냉면이라는 범주만 같을 뿐, 모양새는 전혀 다르다.
간 기능 강화에 좋다는 부추를 넣어서 만든 면이다. 초록색이라고 클로렐라 면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짬뽕을 먹을때도 면발이 탱탱했는데, 찬육수를 만났으니 더 쫄깃탱탱하다.
사실 겨자보다 더 필수는 바로 땅콩소스다. 냉면에 땅콩소스라니, 이건 아니다 싶을거다. 하지만 중국냉면을 먹을때 땅콩소스는 꼭 필요하다. 우리 냉면은 새콤함을 강조한다면, 중국식 냉면은 새콤과 더불어 고소함을 강조한다.
땅콩소스를 넣기 전과 후, 맑았던 육수가 탁해졌다. 넣기 전에는 시원 깔끔하지만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땅콩소스를 넣으면 부족함이 채워진다. 그나저나 냉면에 땅콩소스가 들어 있어서 그저 풀어서 먹기만 했는데, 알아서 넣으라고 하니 농도 조절을 못하겠다. 나름 많이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 먹은 중국냉면과 비교를 하니 국물이 덜 탁하다.
면만으로도 충분히 쫄깃한데, 여기에 꼬들꼬들 해파리를 더하니 식감 깡패다. 참, 부추면이지만 부추 향이나 맛은 안난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냉면 속 고기는 내 취향이 아니다. 고기는 구워야 맛이지, 물에 빠진 고기는 영 불편하다. 고기는 먹지 않은 깍두기 그릇에 옮기고, 오이와 당근으로 아삭함을 더해 면을 흡입한다.
파스타는 아니지만, 돌돌 말아서 먹어도 좋다. 해파리가 좀 더 많았으면 싶다. 고명이니 양은 당연히 적은데, 해파리만은 넉넉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칼칼하니 빨간맛이 필요할때는 자차이무침인 듯한 양파무침을 더하면 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노독일처의 자차이무침은 다른 곳에 비해 간도 강하고 자극적이다.
처음에는 시원, 새콤, 고소한 중국냉면을 어떻게 먹지 했는데, 적응이 됐는지 이제는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찾고 있다. 냉면 후 마무리는 달달한 찹쌀경단이다.
노독일처 말고, 근처에 있는 또다른 중국집 핑하오에도 중국냉면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평양냉면도 식당마다 맛이 다르듯, 중국냉면도 다를 것이다. 다름을 찾으려면 직접 가서 먹어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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