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구시장 신세계찜닭
초복에는 초계탕을, 중복에는 인삼추어탕과 인삼튀김을 먹었으니, 말복에는 안동찜닭이다. 흔할 수 있기에 서울이 아닌 찜닭의 고향 안동에 갔고, 원조의 맛을 보고 왔다. 닭보다는 당면이 주인공인 듯 싶으나, 고향에서 맛본 찜닭은 서울과 확실히 다르다. 경북 안동 구시장에 있는 신세계찜닭이다.
안동찜닭은 이름 그대로 안동에서 시작된 향토음식이다. 조개구이와 함께 찜닭 열풍이 불었고, 서울에는 00찜닭이라는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50번은 넘도록 안동찜닭을 안동이 아닌 서울에서 주구장창 먹었다. 열풍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지만, 지금도 어렵지 않게 서울에서 안동찜닭을 먹을 수 있다.
신선한 해산물이라면 원조(산지)를 중요시 하지만, 안동찜닭은 굳이 안동까지 가서 먹을 필요가 있나 했다. 안동에 올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찜닭 하나 먹자고 안동까지 가고 싶은 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왜냐하면 안동으로 여행을 왔으니깐.
시장은 시장인데, 안동구시장은 안동찜닭에 특화되어 있는 시장이다. 마치 맛집골목에 들어온 듯, 여기도 찜닭 저기도 찜닭 온통 찜닭뿐이다. 예상을 하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솔직히 몰랐다.
안동찜닭을 최초로 만든 원조집도 있고, 현지인 추천을 받은 식당도 있다. 둘 중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해야 하는데, 둘 다 좌식 테이블이라서 양반다리를 해야 한다. 맛도 중요하지만, 편안 자리도 중요하기에 입식 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아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영화 신세계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신세계찜닭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리뉴얼을 했을까? 아님 새로 생긴 곳일까? 밖에서 보니 분위기가 요즘 느낌이고 좌식이 아닌 입식 테이블이다. 상대적으로 노포 느낌은 덜하지만, 맛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세계로 들어갔다.
역시나 이집도 방송에 나왔다. 사실 여기뿐만 아니라, 찜닭골목에 있는 식당 중 방송에 나오지 않는 식당을 찾는 게 더 어려울 거다. 그러니 방송에 나온 곳은 우선순위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분 만에 찜닭 2마리에 공깃밥 2개를 먹는다? 성공하면 20만원, 실패하면 5만원. 와우~ 대식가여도 무리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고기랑 밥은 다 먹을 수 있더라도, 당면이라는 복병이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 생각보다 빨리 나올 수 있는 건, 닭을 먼저 삶고 주문이 들어오면 당면과 채소를 넣어 볶기 때문이다. 한여름 뜨거운 열기 앞에서 안동찜닭을 만들고 있는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빈자리가 없을만큼 사람이 많더니, 계산을 할때쯤 내부가 썰렁하다. 거리두기 3단계? 아니면 올림픽? 안동찜닭은 술과 함께 보다는,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서 식당에 오래 있지 않나보다. 하긴 우리도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었으나, 시원한 콜라로 대신했다.
안동찜닭과 조림닭의 차이는 뭘까? 통닭은 딱히 끌리지 않지만, 조림닭은 매우 몹시 궁금하다. 하지만 둘이서 다 먹을 수 없기에, 안동찜닭 중 2~3인용(28,000원)을 주문했다. 녹색이도 있지만, 제주에 가면 한라산이 있듯, 안동에는 안동소주가 있다.
비주얼이나 냄새는 서울에서 먹던 찜닭과 비슷 아니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양이 많으며 국물은 적고, 음식 때깔은 서울과 달리 연하다. 참, 순한맛, 보통맛 그리고 매운맛 중 선택을 해야 하는데, 보통맛으로 골랐다.
바로 나왔으니 당연한 건데 무지 뜨겁다. 커다란 당근과 감자는 서울과 동일하다. 아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을 테고, 서울에 있는 찜닭 식당들이 그대로 따라했을 거다. 목살이 2개나 들어 있던데, 중은 한마리는 아니고 한마리 + 알파가 아닐까 싶다.
안동찜닭의 매력은 바로 요 당면이다. 드디어 다른점을 찾았다. 서울은 넙데데한 당면이 들어 있는데, 안동은 일반 당면이 들어있다. 찜닭 국물을 충분히 품고 있는 넙데데 당면과 달리, 둥근 당면은 오도독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식감이 재밌다.
안동과 서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맛이다. 서울은 진한 때깔만큼 맛도 진하다. 하지만 원조의 맛(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지만 암튼)은 서울에 비해 순하다. 때갈도 연하고 맛도 연하다. 간이 밍밍하다는 건 아니고, 자극적이지 않다는 거다. 이게 진짜 안동찜닭의 맛이라면, 앞으로 서울에 있는 찜닭집은 못가겠다.
치킨무는 너무너무 시큼해서 배추김치를 달라고 했다. 김치는 처음부터 나오지 않으니, 따로 요청을 해야 한다.
당면부터 집중 공략을 해야 했는데, 화수분도 아닌데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국물이 있어야 공깃밥을 비벼 먹는데, 당면이 국물을 다 흡수해 버렸다. 남아 있는 국물을 지키기 위해서 당면을 모조리 쓸어담았다.
당면산은 천천히 누군가의 뱃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이나 안동이나 가슴살은 여전히 퍽퍽하다. 남은 국물에 가슴살을 잘게 찢고 감자를 으깬 다음, 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어야 하는데 배가 부른다. 밥은 포기지만, 고기와 당면은 야무지게 다 해치웠다.
안동의 아들답게 그가 오면 그날 모든 고객은 공짜로 찜닭을 먹을 수 있단다. 방송에 나온 집으로 굳이 가야 한다면,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식당이 한번쯤은 방송에 나왔으니깐.
안동구시장과 공영주차장과의 거리는 걸어서 3~5분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으로 가면 된다. 식당에서 주차증을 주니, 잊지 말고 꼭 챙겨야 한다.
서울에서 먹었던 안동찜닭과 안동에서 먹은 안동찜닭은 다르다. 나의 취향은 때깔도 맛도 진한 서울보다는 순한 안동이다. 안동, 이번에 첫방문인데, 또 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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