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동2가 명각이네
2인부터라고 누가 말해줬더라면, 혼밥이지만 2인분을 주문했을 거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에 갓지은 냄비밥은 못먹고, 대신 구수한 숭늉은 먹었다. 지도앱이 없으면 찾기 힘든 영등포동에 있는 명각이네다.
고독한 미식가는 고로아저씨가 주인공, 고독한 애주가는 개그우먼 허안나가 주인공이다. 고독한 반주가라는 컨셉으로 유투버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알콜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니, 하고 싶어도 못한다. 반주가는 아니지만, 밥은 먹어야하고 냄비밥을 한다고 곳이 있다는데 아니 갈 수 없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명각이네는 주로 식당 근처에 있는 공업사 직원분들이 가는 곳인데, KBS 직원들도 자주 찾는 곳이란다. 고독한 애주가가 아니었다면, 냄비밥을 하는 식당이 있는지도 몰랐을 거다.
영등포역 근처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강성심병원에서 내렸다.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 근처까지 왔는데, 명각이네보다는 냄비밤 전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식당은 1층이 아니라 지하에 있다.
지하이지만,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다. 좌식에 입식테이블까지 공간도 은근 넓다. 오픈 주방이라 냄비밥을 하는 광경을 직관할 수 있다. 12시는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 찾을테니, 일부러 1시가 지나서 도착을 했다. 그래야 여유롭게 혼밥을 할 수 있으니깐.
메뉴가 있긴 하지만, 명박이네는 백반집이라서 요일마다 메인 반찬이 다르다. 생선을 좋아하기에, 목요일 생선정식을 먹으러 왔다. 참, 백반은 6,000원이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주문을 받고 나서 냄비밥을 해야 하니 당연히 늦게 나오는구나 했다. 그런데...
자극적인 반찬은 전혀 없다. 간도 심심하니 집밥같은 백반이다. 이날은 오이, 무말랭이, 콩나물 무침 그리고 배추김치가 나오고, 양념간장을 더한 도토리묵이 나왔다.
집에서 제대로 된 안동간고등어를 먹고 있는데, 명각이네도 고등어다. 다른 생선이면 더 좋겠지만, 직접 선택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냥 먹어야 한다. 그래도 노릇노릇 바삭바삭 촉촉하니 좋다.
고독한 애주가 영상도, 검색했던 블로그도, 명각이네 메뉴판도 그 어디에도 냄비밥은 2인부터라는 안내문이 없다. 혼밥이니 당연히 1인분을 주문했는데, 주인장이 1인분에는 갓집은 냄비밥이 안나와요라고 알려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밥이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냄비밥은 맞는데, 갓지은 냄비밥은 아니다. 냄비밥은 1인분을 할 수 없어서, 2인분부터 한단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2인분을 주문했을텐데 다시 주문을 하려니 넘 늦었다.
갓지은 냄비밥은 어쩔 수 없지만, 숭늉은 포기할 수 없다. 주인장에게 혹시 숭늉을 먹을 수 없냐고 물어보니, 잠시만 기다려 달란다. 그리고 주방에서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버너에 올린다. 바쁠때는 숭늉도 먹기 힘들다고 하던데, 느즈막에 오길 잘했다.
갓지은 냄비밥은 아니지만, 미리 담아둔 공깃밥에 비하면 퀄리티가 좋다. 그러나 윤기가 좔좔 흐르는 밥은 아니다. 밥에 비해서 반찬은 와우~ 대단해 이 정도는 아니지만, 짜거나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따끈한 밥에 고등어 한점은 진리다.
밥은 실패했지만, 숭늉은 성공했다. 그냥 밥인데, 냄비때문일까? 훨씬 더 구수하고 심지어 달달하다. 숭늉도 좋고, 바삭한 누룽지로 먹어도 좋겠다 싶다. 숭늉이 이정도인데, 갓지은 냄비밥은 얼마나 좋을까?
숭늉에는 젓갈이 딱인데, 없으니 오이무침을 올려서 먹는다. 숭늉만 먹어도 좋지만, 그럼 넘 심심하니깐 반찬으로 변화를 주면서 먹었다. 숭늉은 국물 한방울까지 남기지 않았다. 이게 메인이니깐.
이번에는 몰랐기에 갓지은 냄비밥을 놓쳤지만, 다음에는 무조건 2인분을 주문할 거다. 동태찌개가 나올때 월요일에 가서 과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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