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김만수키친
이번 여름 마지막 시원열전의 주인공은 열무냉면이다. 폭염이 한창이던 7월에 먹고, 폭염은 사라졌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해 또 먹으러 갔다. 살얼음 동동이 그때는 무지 시원했는데, 지금은 서늘하다.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김만수키친이다.
폭염고 가고, 열대야도 갔지만, 한낮 무더위는 여전하다. 그래도 가을이 온듯 하늘은 높고, 말은 아닌데 자꾸만 입맛이 돈다. 뜨끈한 국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시원열전을 하고자 김만수키친을 다시 찾았다.
1시에도 사람이 많았기에, 이번에는 2시쯤 왔다. 예상 적중, 한산하니 혼밥하기 딱 좋다. 참, 김만수는 주인장 이름이 아니라, 김밥의 김, 만두의 만, 국수의 수다.
열무냉면과 열무국수는 여름 계절메뉴이니 다음에 오면 없을거다. 지난번에 열무냉면에 고기만두를 먹었기에 이번에는 열무국수에 김치만두를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하얗고 툭툭 끊기는 밀가루 면발보다는 가늘고 질긴 냉면 면발이 더 끌린다.
"열무냉면(7,000원)이랑 김치만두(4,000원) 주세요." 공기반 소리반이듯, 고기반 김치반이면 좋을텐데 안된단다.
셀프 코너에서 가져온 국물과 단무지 그리고 간장이다. 김치도 있지만, 먹지 않으니 담지 않았다. 물은 종이컵과 일반컵 둘 다 있지만, 냉면 국물에 집중해야 하므로 가져오지 않았다.
집에서 만두를 할때, 김장김치를 잔뜩 넣어서 만두소를 만들기에 아삭한 김치 식감이 살아 있다. 이건 김치양념만두라고 해야 할까나? 우리집 김치만두와는 많이 다르다. 빨간 양념이 과해서 매울까 걱정했는데, 매운맛은 거의 없다. 고기와 김치 중 선택을 하라면, 단연코 고기만두다.
매운 냉면을 먹을때는 위를 보호해야 하므로 삶은 계란을 먼저 먹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노른자가 풀어지면 국물이 탁해지니, 삶은계란은 반찬 그릇으로 옮긴다.
분식집에서 자가제면을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이다. 그런데 자가제면을 하는 분식집이 있어도 어색할 듯 싶다. 왜냐하면 분식집 냉면은 요 면발이 딱이니깐. 아는게 힘이라고 하지만, 모르는게 약일때도 있다. 면발을 만드는 원재료가 궁금하지 않아~
평양냉면은 양념을 추가하지 않지만, 분식집 냉면에는 식초와 겨자를 꼭 넣는다. 식초는 두바퀴 정도 돌리고, 겨자는 저정도 넣어서 더 새콤알싸하게 먹는다.
모든 작업이 끝났다. 젓가락을 들고 공격적으로 돌진이다. 날씨가 확실히 선선해졌나보다. 지난번에는 젓가락질 몇번에 얼음이 다 녹았는데, 지금은 여전히 살얼음 동동이다.
평양, 함흥, 진주, 분식 등 그 어떤 냉면을 먹어도 가위질을 하지 않는다. 밀가루로 만든 면도 그러하다. 면치기는 못하지만, 가위질만은 절대 사절이다. 진한 육향에 은은한 메밀향은 전혀 없지만, 분식집 냉면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고기만두와 냉면도 그러하더니, 김치만두와 냉면도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냉면은 고기랑 먹어야 하나보다. 이제 가을이 오고 있으니, 불판을 앞에 두고 고기를 뜯어줘야겠다.
분식집 만두의 영원한 친구는 냉면이 아니라 단무지다. 마지막 만두가 아니라, 아직 2개나 더 남았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건 좋은데, 여름 계절메뉴 콩국수와 열무냉면은 끝이 아니라 잠시만 안녕이다. 내년 여름 폭염과 함께 또 먹으러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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