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리동 역전회관 서울미래유산
벌써 가을이라고 하면 여름이 화를 낼테지만,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어제만 해도 시원한 국물을 찾았는데, 이제는 뜨끈한 국물이 땡긴다. 여기에 얼큰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된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역전회관이다.
영원할 거 같았던 폭염은 저멀리 떠났는지,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아침과 저녁은 제법 서늘하다. 에어컨을 달고 살다가, 요즈음 선풍기 바람도 차다. 벌써 가을이 온건가?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계절의 변화는 늘 경이롭다. 날씨에 따라 입맛도 달라지는 법, 시원열전도 좋지만 지금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
서울미래유산과 5년 연속 미쉐린 빕 구르망 선정.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좋은 식당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고로 나는 행운아~
오후 2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인 줄 알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다. 혼밥을 할때는 늦은 오후에 가는 일이 많아서 쉬는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줄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조금만 늦게 오면 기다림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칸막이에도 광고를 하다니, 소주회사는 마케팅을 참 잘한다. 옆테이블에서 제니가 혼술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 아닌 착각을...
역전회관은 바싹불고기가 대표메뉴지만, 점심한정으로 식사메뉴도 은근 괜찮다. 거의 다 먹어봤기에, 뜨끈한 국물 더하기 얼큰함까지 역전해장국(10,000원)을 주문했다. 선지백반은 선지가 들어 있는 소고기뭇국이라면, 역전해장국은 빨간맛 선짓국이다.
다섯가지 기본반찬은 늘 변함이 없다. 미역초무침과 땅콩조림은 거의 먹지 않고, 무생채, 겉절이 그리고 알배추나물 위주로 먹는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하더니, 이날은 전체적으로 음식이 많이 아쉬웠다. 특히 밥이 그랬다. 밥알이 부서진 듯, 윤기는 거의 없고 푸석거렸다. 갓지은 냄비밥이나 솥밥은 아니더라도, 기본은 해야할텐데 아쉽고 아쉽다.
얼큰해장국이지만,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다. 신라면 정도랄까? 매운 음식 못 먹는 1인인데, 이건 물도 마시지 않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맵지 않다. 파국까지는 아니지만, 파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파무덤(?)을 파헤치면 고추기름이 짠하고 나타난다. 빨간 선짓국이 싫다면, 소고기뭇국같은 담백한 선지백반(9,000원)을 먹으면 된다.
큼지막한 선지가 꽤 많이 들어 있다. 고기도 있지만, 선지가 9할이라면 고기는 1할쯤 된다. 해장국이니 콩나물도 있고, 선지백반에는 없는 당면이 얼큰해장국에는 있다.
그나저나 여름무는 맛이 없다고 하더니, 무가 빠졌다. 원래 무가 없었나 싶어 지난번에 먹은 사진을 보니, 그때는 무가 들어있다. 여름이라서 빠졌는지 모르지만, 무가 없어서 그런지 국물이 시원하지 않고 텁텁하다. 그래도 선지 상태는 매우 좋다.
밥을 말기 전, 초록이를 옆에 두고 반주를 해야 하지만 현재 거리두기 중이다. 해장보다는 철분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이니 더더욱 초록이를 멀리해야 한다. 반주를 하지 않으니 바로 밥과 함께 먹는다.
당면은 저작운동없이 호로록 넘어가고, 콩나물과 함께 먹으니 급 콩나물잡채가 먹고 싶어졌다. 해장국을 먹다가 콩나물잡채라니, 주말에 해달라고 해야겠다. 그나저나 이날만 그랬는지 몰라도, 밥에 이어 고기도 그전에는 없던 누린내가 사알짝~
해장국에 밥을 말면서, 선지도 한입 크기로 으깬다. 밥이 푸석거리더니 역시 말아도 그상태 그대로다. 아직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니 시원열전을 더 하라는 누군가의 계시인가? 모처럼 먹은 선짓국인데 넘 아쉽다.
양념이 강한 겉절이와 상큼한 무생채 그리고 참기름향이 좋은 알배추나물 중 이날 베스트는 알배추나물이다. 빨간 국물이니 양념이 강한 겉절이가 잘 어울릴 줄 알았는데, 참기름때문인지 알배추나물이 더 조화롭다.
좋은 건 한번 더. 아쉬움이 많으니 밥도 국도 많이 남겼다. 반주를 했다면 아쉬움도 모르고 다 먹었을텐데, 밥만 먹어서 그런가? 철분 보충으로 선짓국을 먹었지만, 역시 역전해장국에는 초록이는 필수다. 없으니 겁나 서운했다. 디저트는 시원한 자색고구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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