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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 락희옥 마포본점

홍매화로 봄을 봤으니, 이제는 봄을 먹어야 한다. 봄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많지만, 그중에서 지금 이순간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제철 도다리와 여린 쑥으로 만든 도다리쑥국이다. 작년에는 통영에서 먹었는데, 올해는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락희옥에서 먹는다.

 

락희옥에서 도다리쑥국을 먹게 될 줄 이때만해도 몰랐다. 봉은사에서 홍매화로 봄을 봤으니, 락희옥에서 멍게비빔밥으로 봄을 먹을 생각이었다. 멍게도 봄이 제철이고, 여기는 특별한 양념없이 멍게와 채소, 김가루만 들어있다. 고추장 범벅 비빔밥이 아니라, 멍게의 향과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찐 멍게비빔밥이다. 

 

작년에 왔을때에 비해 테이블 간격이 꽤 떨어져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때문이다. 락희옥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브레이크타임이 없다는 거고, 낮술을 환영한다는 거다. 그런데 락희옥 주류리스트에는 녹색이가 없다. 요즘 혼술은 멀리하고 있지만, 혼밥은 언제나 환영이다. 

 

락희옥 메뉴판

원래 계획은 멍게비빔밥이나,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도다리쑥국이 손짓을 하는데 아니 먹을 수가 없다. 그런데 멍게비빔밥도 참 좋은데, 둘 다 먹을 수 없어 5초동안 고민에 빠졌다. 나름 고심해서 내린 결론은 봄을 알리는 꽃이 홍매화라면, 봄을 알리는 음식은 멍게보다는 도다리쑥국이다. "여기 도다리쑥국(19,000원) 주세요."

 

기본찬 등장이오~
2가지 김치와 콩자반

개인적으로 콩자반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락희옥 콩자반은 예외다. 왜냐하면 단맛이 과하지 않고, 콩에 씨앗까지 맛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두툼하지만 부드러운 계란말이는 짜지 않아서 맨입에 먹어도 좋다. 알배추와 고추, 오이는 아삭하고 시원해서 애피타이저로 먹어도 좋고, 디저트로 먹어도 좋다. 

 

락희옥 도다리쑥국 등장이오~

유기그릇을 보면 대접 받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고슬고슬한 밥은 취향저격에, 밥은 많지도 적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개인적으로 쑥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딱 나오자마자 쑥이 너무 많아서 살짝 당황을 했다. 하지만 여린 쑥이라 그런지, 향도 맛도 강하지 않아 먹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고춧가루는 비주얼담당인듯, 매운맛은 거의 없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넙치가 으뜸이라고 한단다. 산란을 위해 영앙분인 지방을 많이 축척하고 있어서 맛이 가장 좋을 때이기 때문이다. 도다리는 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흰살 생선이다.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넙치(광어)는 입이 크고 이빨이 있고, 도다리는 입이 작고 이빨이 없다. 넙치는 주로 양식이 많지만, 도다리는 양식이 되지 않아 거의 자연산이라고 한다.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자연산이라고 생각하고 먹어야겠다. 반토막이라 살짝 아쉽지만, 어두육미이니 나쁘지 않다.

 

산란을 앞두고 있다더니, 오호~ 알이 들어 있다. 어찌보면 살보다 더 귀하니, 야무지게 먹어야겠다. 진한 초록색 쑥에 하얀 도다리 알, 하얀색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나.

 

뚝배기가 뜨거우니, 유기대접에 덜어서 먹어야 한다. 옷이 날개라고 하더니, 그릇도 날개인가 보다. 유기그릇이라 그런지 더 있어보이고, 더 고급져 보인다.

 

여린 쑥향을 잡아 먹지 않을 정도로 된장은 소량 넣은 듯 싶다. 시작은 은은하게 올라오는 쑥향이 담당을 하고, 마무리는 옅지만 깊은 된장이 중심을 잡아준다. 국물이 이리 좋은데 내용물은 아니 좋을 수가 없다. 부드러운 도다리살은 혀와 입천장만으도 스르륵 사라지고, 쑥 역시 부드럽게 넘어간다. 

 

작년 통영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었지만, 전날 과음으로 인해 제대로 맛을 음미할 수 없었다. 그저 해장을 위해 국물만 연신 들이켰는데, 이번에는 국물에 건더기까지 골고루 다 먹고 있다. 도다리도 은근 가시가 많은 생선이라 밥을 말아서 먹지 말고 따로 먹는게 좋다. 여린 쑥이라서 많이 올려도 향이 강하지 않다. 식감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도다리와 잘 어울린다.

 

도다리가 반토막만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한마리가 다 들어 있다. 반토막이라서 서운했던 거 취소다. 19,000원이니 점심치고는 과한 가격이긴 하나, 이맘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기에 한번쯤은 누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도다리쑥국을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봄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깐.

 

꽃샘추위가 한번 정도 오겠지만, 확실히 겨울은 가고 봄이 왔다. 봉은사 홍매화에 도다리쑥국으로 봄맞이를 제대로 했으니, 또다른 봄 밥상을 찾아 떠나야겠다. 톳, 멍게, 미더덕, 주꾸미가 제철이라고 하던데, 다 먹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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