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락희옥 마포본점
고기 반찬 하나 없지만 절대 섭섭하지 않다. 톳을 시작으로 냉이, 달래 그리고 돌나물까지 제철 봄나물 열전이다. 냉이는 된장국으로 나머지 봄나물은 비빔밥으로 먹으니 봄내음 가득 잔치가 열렸다. 공덕동에 있는 락희옥이다.
봄 먹거리 찾으러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데, 락희옥이라는 밧줄에 발이 묶였다. 이거 놔라 하면서 풀어야 하는데 그러자니 메뉴 구성이 맘에 쏙 든다. 더불어 미세먼지도 많은데 멀리 가기도 귀찮다. 락희옥 마포본점은 가까운데 있으니 요즘 일주일에 한번 꼴로 온다.
그새 봄메뉴가 또 추가가 됐다. 도다리쑥국에 이어 봄나물 비빔밥을 먹어야 하는데 두릅전과 숙회도 먹고 싶다. 하지만 혼밥이기에 다 먹을 수 없으니, 이번에는 봄나물비빔밥(10,000원)이다.
락희옥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고 혼밥이라서 늘 느즈막에 간다. 한두 테이블정도 사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롯이 나 혼자다. 혼밥을 하려니 살짝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쫄지 않는다. 왜냐하면 혼밥만렙이니깐.
기본찬은 다섯가지가 나오는데, 하나만 바뀔뿐 나머지는 늘 똑같다. 지난번에는 콩자반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좀 많이 딱딱하다. 숟가락으로 잔뜩 먹었다나 턱이 아프다. 버섯볶음인데 양념이 중국풍스럽다. 봄나물 비빔밥이 나오기 전, 알배추와 오이 그리고 고추로 입맛을 끌어올린다.
요즘 톳에 푹 빠져 있어, 혹시 더 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단다. 살짝 데친 톳은 초록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톳을 바다의 불로초라고 하던데, 그만큼 몸에 좋다는 의미일 거다. 고로 제철 톳은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 톡 떠지는 식감이 날치알과 비슷하지만, 맛은 완전히 다르다. 달래간장을 더해 먹으니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락희옥은 전반적으로 간이 심심한 편이지만, 유독 된장국은 간이 강하다. 아마도 시골된장이라 그런 듯 싶지만, 짠맛이 강해 맹물을 넣어 염도를 조절했다. 봄이라서 냉이 된장국이라니, 요런 센스 겁나 좋다. 시골된장이라 맛도 향도 강하지만, 냉이 역시 지지 않는다.
봄나물 비빔밥답게 새싹과 치커리(?)를 빼면 톳, 달래, 돌나물 모두다 제철 봄나물이다. 계란후라이를 올리면 더 좋을까? 아니다. 봄나물 향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내면 안된다. 여기에 밥과 달래간장만 더하면 된다.
봄나물비빔밥의 일등공신은 단연코 톳이다. 톳 식감이 비빔밥을 살렸고, 마무리는 냉이된장국이다. 밥 한번 먹고, 된장국 한번 먹고, 봄에 봄을 더하니 봄봄이다.
2그릇이 아니다. 밥을 1/3정도 남기고 비볐기에 남은 밥을 다 넣고, 여기에 추가한 톳도 다 털어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달래간장대신 두부랑 같이 된장국을 넣었다. 간장의 깔끔함에 된장의 구수함을 더하니 이제야 제대로된 봄나물비빔밥이 됐다. 다른 나물에 비해 톳이 무지 많지만 괜찮다. 톳 맛에 푹 빠져있으니깐.
비빔밥을 좀 더 많이 먹고자 숟가락을 버리고 알배추를 선택했다. 입 안 가득 아니 터지도록 알배추쌈 봄나물비빔밥을 먹는다. 배추의 아삭함 뒤 톡톡톡 톳이 터진다. 고기랑 생선 반찬이 하나도 없지만, 절대 서운하지 않다. 봄나물만으로도 충분하니깐.
구수한 시골 된장국을 품은 냉이를 봄나물비빔밥에 올린다. 이건 완벽한 반칙이다. 냉이와 톳은 육지와 바다로 절대 만날 없는데, 지금 이순간 이들은 하나가 됐고, 드디어 봄 합주곡을 완성했다.
이렇게 좋은데 어찌 남길 수가 있을까? 위가 허락한다면 한번 더를 외치고 싶지만, 주인맘과 달리 위는 자기 주장이 뚜렷하다. 그만 먹으라고 하니 아쉽지만 숟가락을 놓았다. 두릎전과 숙회는 낮술을 해야 하기에, 다음 코스는 주황빛깔 멍게비빔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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