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락희옥 마포본점
서울에서 미더덕덮밥을 먹기 힘들지만, 멍게비빔밥은 쉽다. 고추장, 간장 등 양념이 더해진 멍게비빔밥도 있지만, 멍게향을 온전히 즐기려면 공덕동에 있는 락희옥에 가야한다. 주황빛깔 멍게, 너 딱 기둘려~
마산에서 직접 먹은 미더덕을 제외하고는, 올 봄 제철밥상은 락희옥에서 다 해결하고 있다. 주출몰지역에서 멀지 않은 공덕역 근처에 있기도 하지만, 제철에 맞게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니 아니 갈 이유가 없다. 가격은 살짝 높다는 건, 안 비밀.
브레이크타임이 없으니 일부러 느즈막에 간다. 왠지 전세를 낸 듯한 느낌은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한가하고 고요하니 혼밥하기 딱 좋다. 이번에 가니 봄의 삼치회 메뉴가 새로 생겼다. 삼치회는 겨울이 제철인줄 알았는데, 봄에도 먹을 수 있나보다. 여수 삼치회에 갓김치라던데, 요즘 혼술을 멀리하고 있어 아쉽지만 꾹 참았다.
락희옥은 맛있는 녀석들에도 나오고, 산지에서 올라온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갈때마다 만재도 거북손이 끌리지만, 역시나 오른쪽 상단에 있는 식사메뉴에 집중을 한다. 사실 오기 전부터 뭘 먹을지 정하고 왔기에 메뉴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촬영용으로 슬쩍 쳐다본 후 바로 주문을 한다. "멍게비빔밥(13,000원) 주세요."
반찬 하나만 달라질 뿐 나머지는 늘 동일하다. 이번에는 오징어젓갈이 새로 나왔다. 개인적을 낙지젓갈을 더 좋아하지만, 나왔으니 먹어야 한다. 알배추와 오이고추 그리고 오이는 두부를 넣어 염도를 줄인 된장에 찍어 먹으면 좋다. 애피타이저로 오이 하나를 집어서 된장에 푹 찍어 먹는다.
락희옥에서 간이 강한 녀석(?)이 아닐까 싶다. 때깔을 보면 깊고 진한 된장국이 맞는데, 더불어 짠맛도 진하다. 뚝배기에 나와서 뜨겁기에 맹물을 넣어 짠맛을 줄인다. 봄이라서 냉이를 넣었나 보다. 된장국이 워낙 진해서 냉이향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봄제철 나물은 땅 속에서 추운 겨울을 견뎌냈기에 향이 진하다.
서울에서 멍게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락희옥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다. 여기는 찐 멍게비빔밥이기 때문이다. 고추장이나 간장같은 양념없이 오롯이 멍게로 밥을 비빈다. 그래서 멍게향도, 맛도 진하다.
노랑과 주황 그 중간 어디쯤? 멍게 때깔 한번 겁나 좋다. 밥을 비비기 전 멍게부터 먹는다. 신선도가 좋은 멍게에 초장따위는 필요없다. 오직 멍게만 먹는다. 입안에 바다를 옮겨 놓은 듯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내장에 숨어 있는 쓴맛조차 좋기만 하다. 멍게로 바다를 불러냈는데, 냉이된장국으로 바다가 육지가 됐다. 이번엔 푸릇푸릇 초록의 넘실대는 차밭이다.
바다의 멍게와 육지의 쌀이 만나 멍게비빔밥이 됐다. 여기에 양념이라는 조미료는 거추장스럽다. 참기름만 살짝 더해졌을뿐 오로지 멍게만으로 밥을 비빈다. 김가루와 채소는 멍게와 밥만 있으면 허전하기에 옆에 둔 듯하다. 밥이 멍게가 되도록 비벼주면 바다는 육지가 되고, 육지는 바다가 된다.
멍게비빔밥을 몰랐을때는 주로 회로 먹었다. 멍게회도 물론 좋지만, 탄수화물을 이기기에는 부족하다. 이래서 다이어트를 할때 탄수화물을 먹지 않나보다. 밥이 주는 단맛이 더해지니 완벽한 멍게비빔밥이 됐다. 오징어젓갈을 더하기에는 멍게한테 미안해, 편마늘과 배추김치만 더해본다. 사실 양념이 진한 반찬보다는 알배추가 더 좋다.
락희옥답게 오징어젓갈도 퀄리티가 좋다. 멍게비빔밥과 함께 먹을 수 없으니, 알배추에 싸서 먹는다. 공깃밥 추가를 하고 싶은데, 위가 거부를 하니 아쉬울 뿐이다. 고추는 맵지 않고 아삭하고 시원하니 된장에 찍어 막 먹어도 된다.
멍게비빔밥에 알배추가 좋다는 거, 인정이다. 이럴때 배고픔은 정말 싫다. 두그릇은 기본에 세그릇은 선택이고 싶은데, 한그릇에 만족해야 하다니 웃프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님을 알기에, 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다시 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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