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 VS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사이코 패스 아들 VS 중매쟁이 아들
전혀 결이 다른 영화지만, 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같이 봤다. 스릴러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아들의 잔인한 살인을 두고, 어릴때 부터 현재까지 엄마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장면이 시간순이 아니라 조각조각이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중간에 놓칠 수 있다. 허나 넷플릭스에서 보는 거라서 되돌리기를 하면 된다. 로맨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두 주연배우의 중년이 아닌 앳띤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오는 아들은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해진다. 그에 반해 케빈에 대하여에 나오는 아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엄마의 사랑스런 아들이 아니라,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듯 싶지만, 그런 아들이 되게 만든 인물은 엄마가 아닐까 싶다. 모정이 부족했던 탓일까? 아니면 원치 않은 임신이라서 엄마가 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일까? 잔인한 행동을 일삼는 아들보다는 그런 아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엄마에게 눈길이 더 간다.
2012년에 개봉한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는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가 등장한다. 첫장면에 등장하는 토마토 축제는 피의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이 아닐까 싶다. 요즘같은 시국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토마토 축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겠지만, 2011년 제작이니 그때는 가능했다.
영화는 시간순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토마토 축제가 나오고, 뜬끔없이 현재로 돌아오더니 길거리에서 어떤 여자에게 에바(틸다 스위튼)는 "지옥에서 떨어져 버려"라는 욕과 함께 따귀를 맞는다. 누가봐도 어이없는 상황인데, 케빈의 엄마인 에바는 별다른 반응없이 그 자리를 피할 뿐이다. 또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누군가를 보고는 이내 숨어 버린다. 잠시 후 계산대 앞에서 계산을 하는데 다 깨져버린 계란을 보고 점원은 바꿔주려고 하지만 그녀는 됐다면서 빨리 그 자리를 피하려고만 한다. 과거에 여행가로 잘 나갔던 엄마는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시간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임신을 했고 아들이 태어났다. 아기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엄마 나 배고파, 엄마 나 응가했어라고 말을 하면 되지만, 아기는 자신의 감정을 울음으로 대신한다. 산후우울증은 아니고, 엄마로서 자격부족이랄까? 에바는 아기가 울자, 달래줄 생각은 안하고 제풀에 지쳐 울음을 멈출때까지 냅둔다. 유모차에 태워 시끄러운 공사장에나 가고, 출산을 하면 모성은 자동적으로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녀는 아니었나 보다.
케빈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생긴 건 아마도 이때부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남들에 비해 말도 느리고, 기저귀도 꽤 오랫동안 착용한다.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서일까? 기저귀를 갈아주자마자 다시 용변을 본다. 그러다 에바의 실수인지 일부러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케빈의 팔이 부러진다. 이때부터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뒤바뀌게 된다. 왜냐하면 엄마의 실수가 아니라 자신의 실수로 사고가 났다고 의사와 아빠에게 말했고, 기저귀대신 화장실에서 제대로 용변을 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보면 케빈는 아빠가 아니라 엄마를 많이 닮은 듯 싶다. 케빈이 약을 올리기도 하지만, 엄마에게도 폭력성이 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들의 장난감을 개박살 냈기 때문이다. 어릴때 부터 아빠와 취미로 시작한 활쏘기는 어느덧 그에게 살인무기가 된다. 운명의 그 날, 에바는 케빈이 피해자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학교로 간다. 하지만 아들이 주문한 자전거 자물쇠가 학교 체육관에 걸려 있는 거 본 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임을 알게 된다.
영화를 보는내내 궁금했다. 케빈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을까? 에바 역시 궁금했는지 케빈에게 물어본다. "감옥에서 2년 됐으니 이제는 말해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잉~ 모른다니, 그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해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칠 뻔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들을 꼭 안아준다. 이건 도대체 무슨 행동일까? 어찌됐든 케빈은 아들이니깐, 보듬어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인지. 마지막 에바의 행동은 계속 의문점으로 남는다.
1993년에 개봉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은 노라 애플론 감독, 톰 행크스, 맥 라이언이 등장한다. 휴대폰이라는 신문물이 등장하기 전에 나온 영화로, 28년이나 됐다. 귀여운 여인과 함께 로맨스 영화로 많이 좋아했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숱 많고 팽팽한 피부를 보고 있노라니, 세월은 참 야속하구나 싶다.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며, 사랑은 매직이라고 믿는 두사람. 약혼자가 들으면 무지 화를 낼텐데, 애니(맥 라이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운명의 남자가 생긴 거 같아. 한번도 본 적 없는 시애틀에 사는 남자야." 비가 많이 내리는 도시라는 시애틀, 스타벅스로 인해 더 유명해진 도시다.
아빠에게 새로운 아내가 필요하다면서 라디오 방송에 전화 인터뷰를 한 조나(아들). 그로 인해 샘(톰 행크스)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씨로 유명세를 치룬다. 아들은 애니의 편지를 읽고 그녀가 자신의 새엄마임을 직감하고, 아빠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애니를 보고 운명이라 직감한다. 아들이 말하는 애니와 아빠가 우연히 본 애니가 같은 인물인 줄 둘은 전혀 모른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제대로 보려면, 영화 러브 어페어의 줄거리를 알아야 한다. 워낙 리메이트를 많이 한 작품이라서 1995년에 개봉한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나오는 러브 어페어를 봐도 된다. 애니와 친구는 첫번째 러브 어페어를 보면서 샘에게 편지를 쓴다. "발렌타인 데이에 앰파이어 스테이즈 빌딩에서 우리 만나요."
예전에는 엄청 감명 깊게 봤는데, 지금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엇갈리고 못 만나고를 반복하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예전에는 놓쳤던 장면이랄까? 약혼에, 할머니 반지를 결혼반지로 받았고, 그릇 세트 등 신혼집을 꾸미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러쿵 저렁쿵해서 매직같은 운명적인 남자를 만났다는 애니의 말에 약혼자는 너무나 쿨하게 그녀를 보내준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약혼녀 말에 놀라지도 않고 화도 안내는 남자, 그에게도 딴 여자가 생긴 걸까?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아니라 이별 앞에서 겁나 쿨한 약혼자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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