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About Time) | 가장 소박한 하지만 가장 위대한 시간여행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리고 러브 액츄얼리까지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한 영화는 다 봤다. 어바웃 타임만 빼고 말이다. 2013년에 개봉을 했으니, 아무리 못봐도 2~3번은 봤을텐데 이번이 처음이다. 왜 안 봤을까? 여주인공이 레이첼 맥아담스인지 몰랐고, 남주인공이 다른 영화에 비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7년 전 영화임에도 영화 줄거리를 전혀 몰랐기에 진짜로 재미나게 봤다. 늦게 봐서 아쉽지만, 놓치지 않고 봤기에 다행이다 싶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넷플릭스에서 다시 볼 수 있으니, 적어도 2~3번은 더 볼 듯 싶다.
소재가 시간여행이기에 나라를 구하거나, 영웅이 되거나, 뭔가 대단한 업적을 남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은 시간여행이라는 엄청난 소재를 사랑을 찾거나, 친구를 도와주거나, 가족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타임머신없이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감고 주먹을 쥐면,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나라면, 아니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로또 1등 번호를 알아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 떼돈을 벌고 돌아온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의 아버지와 아들은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 시대에 그런 일을 했다가 집안이 풍비박산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안의 남자들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야. 과거로만 갈 수 있는 시간여행." 아버지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누구나 처음에는 썰렁한 농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 그 방법대로 경험을 하게 되면 농담이 아니라 엄청난 가문의 비밀을 승계받게 된 주인공이 된다.
누구나 그러듯, 아들 역시 부자가 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충고로 그만 두게 된다. "네가 정말 바라는 인생을 위해서만 사용하는게 좋아."라는 아버지 말에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자친구가 있음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둘다 변호사인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마크(콜린 퍼스)와 어바웃 타임의 팀(도널 글리슨)은 많이 다르다. 사람이 순박하고 순수하지만, 마크는 매력이 철철 넘치지만 팀은 시간여행이라는 가문의 비밀이 없었더라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날 수 없었을 거다.
첫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모다. 그런데 그 외모를 볼 수 없다면, 사람의 목소리나 말투 그리고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서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팀에게 암흑카페는 영원한 사랑이 될 메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하지만 사랑보다 우정을 선택하는 바람에 과거가 달라졌고 현실 속 메리는 팀의 존재를 모른다. 메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팀은 자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시간여행을 또 하게 된다. 암흑카페가 아니라 메리와 만날 수 있는 또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나저나 러브 액츄얼리의 명장면인 친구의 아내가 된 사람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을, 대사를 잊어버린 배우를 위해 사용하다니, 이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난감했다. 같은 제작사이니 이런 방식으로 패러디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안 본 눈을 사고 싶었다.
당연히 메리와 결혼을 할 줄 알았다. 설마 반전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연히 첫사랑이 등장하고 그에게 작업을 거는 그녀가 너무 얄미웠다. 구미호에게 홀린 듯, 아무 반항없이 그녀가 하는대로 따르는 팀이 이해가 안됐고, 설마 건너지 말아야 할 다리를 건너는 건가 했다. 하지만 막장으로 가는 반전이 아니라, 이 일을 계기로 팀은 메리에게 청혼을 한다.
팀은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고, 그녀와 결혼도 했고, 자신을 닮은 아이까지 생겼으니 더이상의 시간 여행은 사치일 것이다. 그 스스로도, "갑자기 시간여행이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인생의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너무나 즐거웠기에." 하지만 다른 사람(동생)을 위해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지만,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아이가 생기는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거다. 소박한 시간여행이지만, 규칙만은 엄청 엄격하다.
아버지는 팀에게 똑같은 하루를 두번 살아보라고 한다. 첫번째는 처음이라서 긴장 속에 하루를 살게 된다. 하지만 똑같은 하루일지라도 두번째 하루는 긴장보다는 여유가 생긴다. 우리는 팀처럼 하루를 두번 살 수 없지만, 긴장 속에서도 여유를 찾으면서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다른 이들은 무척 슬프지만 팀은 그리 슬프지 않다. 왜냐하면 아버지를 보고 싶으면, 시간여행을 하면 되니깐. 하지만 메리가 셋째를 갖자고 했을때, 팀은 아버지를 영영 만날 수 없기에 고민을 하지만 과거가 아닌 미래를 선택한다. 아버지와의 진짜 마지막 날, 둘은 동시에 시간여행을 떠난다.
"우린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지금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은 과거일 수도, 현재일 수도, 그리고 미래일 수도 있다. 시간여행이라는 능력이 없어도, 우리는 모두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시간을 여행삼아 즐기자. 여행은 늘 설레고 신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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