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 | 사실이 아닌 진실을 밝혀라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인 이야기다. Weird Hair Guy로 부르고 싶은 러셀 크로우가 주인공, 인터넷판이지만 열혈 기자인 레이첼 맥 아담스 그리고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벤 애플렉이 하원의원으로 나온다. 칼(러셀 크로우)과 스티븐(벤 애플렉)은 대학동기이자 절친이다. 스티븐에 관한 스캔들이 터지자, 신문사는 특히 편집장은 그를 감싸는 칼을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칼은 흔히 말하는 기레기가 아니라, 공사구분이 확실한 기자다. 힘들때 찾아온 친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지만, 친구에게 벌어진 일을 기자의 눈으로 철저하게 파고 든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보면서, 예전에 봤던 스포트라이트가 떠올랐다.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이라는 엄청난 권력 앞에 지지 않고 기자로서 할일을 다 했다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 친구일지리도 감추거나 피하지 않는다. 기자의 명예를 위해 한점 부끄럼없이 취재를 하고, 마감 시간쯤은 가볍게 무시하며 끝까지 취재를 한다. 당신들의 열정을 누군가가 배웠으면 좋겠는데, 요즘하는 행태를 보니 그저 출퇴근 시간만 지키고 싶은 직장인인 듯 싶다. 보도자료나 불러주는대로 기사를 쓰니,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위험천만한 취재는 할 맘도 생각도 없을 거다. 그러니 독자 한사람으로서 요즘 신문은 볼 기사가 없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을 한다. 킬러에 의해 어떤 사람이 죽고, 이를 지나가다 목격한 사람 역시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다음날 어떤 여자가 출근을 하기 위해 역에 왔고,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게 된다. 전혀 다른 2개의 사건, 하지만 칼은 죽은 사람을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사하던 중 지하철에서 죽은 여자의 번호를 발견하게 된다. 죽은 여자는 자신의 친구인 스티븐 하원의원의 비서로 청문회 조사 팀장을 받고 있다.
비서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임을 알게 되고, 이와 관련해 곤경에 처한 스티븐을 도와주기 위해 칼은 심층취재에 돌입한다. 왜냐하면 칼은 타 언론사에세 스티븐과 비서의 불륜관계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청문회에서 그의 입지를 좁히려는 공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티븐이 국가 보안 민영화 입찰을 반대하며 거대 기업의 이익을 막으려고 청문회를 주최한 인물이다. 같은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는 인터넷판 담당기자인 델라(레이첼 맥 아담스)와 함께 공조취재를 한다.
"추측성 정보는 안돼. 철저히 확인 조사해."라고 말했던 편집장은 칼이 알고도 특종을 놓치자 노발대발한다. "새경영진은 기사의 품격보다 판매부수를 중시해." 편집장은 스티븐의 스캔들 특종을 칼이 일부러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둘은 절친이라 칼이 스티븐을 감싸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은 스캔들 너머의 진실을 보고 있기에, 스캔들 기사로 사건이 묻히면 안된다고 판단한다.
칼과 델라의 심층취재를 통해 놀라운 진실이 밝혀진다. 비서는 청문회 당사자인 거대기업이 고용한 스파이로 스티븐을 가까이에서 사찰하는 게 그녀의 임무다. 하지만 둘이 불륜관계가 되면서, 비서는 자신의 업무에 소홀하게 되었고, 이에 화가난 거대기업은 그녀를 암살한다. 그리고 비서를 스티븐에게 소개한 인물로 또다른 정치인이 등장하게 된다. 4백억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스티븐은 막으러 했고, 이를 그냥 둘 수 없는 거대기업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마감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칼은 또다른 정치인에게 찾아가 취재를 한다. "내일 나올 기사때문에 확인할 게 있어서요. 콜린스의원측에 소냐(비서)를 추천하셨다죠?" "기사를 내는 즉시 자넨 해고 될거야." 돌아오는 답변은 협박일지라도 칼은 취재를 멈추지 않는다.
사건의 중심에 거대기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칼은 엄청난 특종을 쓰게 된다. 이를 뒤받침하기 위해 스티븐이 직접 신문사에 찾아와 인터뷰까지 해주니, 스캔들 특종을 놓친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의 씨앗이 툭 떨어진다. 스티븐의 아내인 앤의 한마디로 인해, 칼은 다 작성한 기사를 삭제하고 다시 취재에 돌입한다. 우정보다는 기자가 먼저다.
"독자는 진정한 기사와 쓰레길 구별한다는 걸. 누군가는 진실을 써주길 원할거라는 걸." 한국 언론 신뢰도 세계 40개국에서 꼴등, 부끄러운 현실이다. 칼의 대사가 더 맘에 와닿는 건,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가 없다. 아니 찾아보면 있겠지만,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듯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출퇴근이 중요한 기자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끝까지 물고 뜯는 찐기자를 만나고 싶다. 불러주는대로 쓰거나 제목 장사질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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