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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VS 살아있다 | 한국판 매드맥스 VS 혼자보다는 둘이 좋아

개인적으로 좀비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위킹데드가 나왔을때 엄청 잼나다는 말에 봤다가 잔인한 장면에 눈은 감았고 3편까지만 보고 말았다. 킹덤은 어찌어찌하다 시즌1은 봤지만, 시즌2는 넷플렉스 회원인데도 아직 안 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좀비가 나오니깐. 공포영화에 비해서 무섭지는 않지만, 끔직하고 징그럽고 암튼 싫다. 그러데 특이하게도 부산행과 서울역은 여러번 봤다. 영화관에서 본 적은 없지만, 영화 채널을 통해 서너번 본듯 하다. 부산행은 좀비보다는 배우때문에 봤고,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은 실사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서 봤다.

 

부산행 2편이라 할 수 있는 반도가 개봉했을때, 영화관에서 볼까 말까하다가 좀비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지 않았다. 기다리다보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겠지 했는데, 드뎌 그날이 왔다. 원래는 반도만 보려고 했는데, 관련영화에 살아있다가 나와서 두편을 연달아 봤다. 반도는 좀비영화라 하기에 다른 스토리가 너무 강하고, 살아있다는 좀비영화는 맞는데 두사람의 생존전략에 관심이 더 가는 영화다.

 

부산행 그후 4년이라고 해서, 그때 살아남은 아이(공유의 딸)와 임산부(정유미)가 또 등장하는구나 했다. 그때 부산은 청정지역이라고 했는데, 4년이 지난 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국가가 사라지고, 그저 반도라는 지역으로 세계에 소개될지는 몰랐다. 4년이나 지났으니, 먹잇감이 떨어진 좀비는 죽지 않았을까 했는데,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소리와 빛에 강한 종족으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좀비, 반도는 그들 차지가 됐다.

 

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탐욕이다. 좀비가 무섭지만, 그곳에 남겨진 달러를 갖기 위해 사람들은 죽을 줄 알면서도 반도 땅을 밟는다. 좀비가 소리와 빛에 강하다는 습성을 알고 있기에 저녁에 움직이면 쉽게 돈을 갖고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민으로 홍콩에서 살고 있는 한정석(강동원) 역시 돈땜에 다시 돌아간다. 인천항으로 배가 도착을 했고, 폐허가 되어 버린 땅에서 버려진 차를 타고 돈이 들어있는 트럭을 찾고자 오목교 부근으로 이동을 한다.

 

밤에 움직였기에 아직은 좀비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돈이 들어 있는 트럭을 찾았고 인천항으로 다시 이동을 하려는데, 사건은 이때 터진다. 갑자기 대낮처럼 밝아지더니, 여기저기서 좀비가 출몰을 하고, 좀비보다 더 잔인한 사람들이 차를 타고 등장을 한다. 이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부산행 2편인 줄 알았는데, 그저 스토리만 이어질뿐 속편이 아니라 전혀 다른 영화이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4명이 왔고, 이중 2명이 살아남았다. 한명은 나쁜눔 소굴로 다른 한명인 강동원은 한국판 매드맥스의 주인공인 민정(이정현)네 집으로 간다. 반도에 사람이 살아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반도에 외지인이 들어올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정석도 민정도 서로가 서로에게 놀란다. 하지만 정석의 이야기를 통해 반도를 떠날 수 있는 길이 생겼음을 알게 된 민정은 아이들을 위해 탈출 계획을 세운다. 

 

반도가 좀비영화가 아닌 이유는 좀비를 그저 노리개로 이용하는 인간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부산행에서는 떼를 지어 다니는 좀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는데, 반도에서는 불빛으로 소리로 좀비들을 사육한다. 물론 모든 좀비를 다 사육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이용해 요리조리 잘 피해다닌다.

 

좀비들로부터 피해야 하고, 탐욕 많은 황중사(김민재)와 그 일당으로부터도 피해서 인천항에 도착을 해야 한다. 이때 한국판 매드맥스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를 못봤다면 샤를리즈 테론이 이정현이구나 했을텐데, 진짜는 그녀의 딸(느낌적인 느낌은 공유의 딸이 아닐까 의심) 준이(이레)다. 부산행을 봤기에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이와 여자는 죽지 않을거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가 대신 죽을 거고, 악당은 전부다 죽는다. 부산행에서 공유는 좀비가 되기 직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반도에서 강동원은 어떨까? 다른 결말은 다 맞았는데, 주인공만은 예측과 달랐다. 그리고 너무나도 뜬금없는 결말에 황당까지... 연상호감독의 영화 서울역, 부산행, 염력 그리고 반도까지 다 봤는데, 아무래도 부산행만 운이 좋았나 보다. 

 

같은날 좀비 영화 2편은 무리일 듯 싶어, 반도는 토요일 살아있다는 일요일에 봤다. 반도와 달리 살아있다는 좀비를 좀비라 부르지 않는다. 그냥 좀비라고 해도 될텐데, 새로운 감염물질로 대한다. 아파트와 같은 밀집지역에 더 감염이 잘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면, 물리고 얼마 후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난다. 식인능력까지 있기에 무조건 피해야 한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는 뭘까? 연결되어 있는 거 같아도, 문을 잠그면 완전 밀실이 된다. 그곳에 오준우(유아인)가 고립되어 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모르다가, 베란다에서 본 끔찍한 광경에 그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는다. 하지만 인터넷이 있어, 얼마동안 소통을 했지만 그마저도 이내 끊어진다. 데이터에, 와아피이, 문자, 전화 그리고 물까지 우리가 쉽게 사용했던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고, 탈출은 커녕 물려 죽느냐, 굶어 죽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고립이 됐을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식량을 배분하는 거다. 구조가 언제 될지 알 수 없기에, 최대한 오래 살 수 있을 정도로 먹거리를 나눠야 한다. 좀비를 피해 옆집에서 먹거리를 훔쳐오기도 했지만, 자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빈집이라고 해도, 좀비가 숨어 있을지 모르니깐. 외딴 섬에 고립된 톰 행크스에게 윌슨이 있었듯, 고립된 공간에서 혼자서 버티기란 겁나 힘들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록 힘든 나날을 보내다, 준우는 좀비가 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한다.

 

하지만 자살 직전, 건너편 아파트에서 누군가가 신호를 보낸다. 고립된 인간은 너 혼자가 아냐. 나도 이렇게 살아 있어~ 좀비에게 들키까봐 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저 불빛이나 제스처만으로 의사소통을 할 뿐인에도 준우와 유빈(박신혜)은 혼자보다는 둘이라는 사실에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됐다. 

 

캠핑에 대한 취미가 한개도 없었는데, 살아있다를 보면서 캠핑욤품 한두개는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하나 싶다. 어떤 이유에서 고립이 됐을때, 스마트폰이나 드론과 같은 디지털장비보다는 아날로그 장비가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드론으로는 밖의 상황을 멀리 높게 확인할 수 있지만,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망원경으로는 건너편에서 살고 있는 준우의 자살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 아무 계획없이 생존을 시작한 준우에 비해, 나름 체계적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 유빈이 생존의 달인처럼 느껴진다.

 

하나에서 둘이 됐지만, 여전히 떨어져 있다. 누군가가 좀비로부터 공격을 당해도 도와줄 수가 없다. "잡아 먹히든, 굶어 죽든" 그들은 선택해야 한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기에, 그들은 만나야 한다. 그런데 준우와 유빈의 집이 아닌 왜 제 3의 장소였을까? 유빈이 망원경을 통해 확인을 했을때, 유독 8층만 좀비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았고, 좀비도 없다. 고로 우리 지금 당장 만나 8층에서~

 

유빈은 등산과 캠핑을 했기에, 좀비의 공격을 받지 않고 줄을 연결해서 공중으로 이동할 줄 알았다. 1층으로 내려가 좀비를 때려 눕히고 그때 준우와 만나 땅에 떨어져 있던 총을 챙겨 준우가 살고 있는 아파트 8층으로 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결말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이 되는 총을 챙기기 위해서 그렇게 한 듯 싶다. 

 

반도도 그렇고, 살아있다고 그렇고, 마지막 장면이 참 엿 아니 판타지같다. 홍콩으로 가야할 배가 좀비에게 점령당하자 그들은 망연자실 하늘만 바라본다. 그때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리고, 할아버지의 헛소리가 사실임이 밝혀진다. 살아있다에서도 그들을 구조할 헬기가 등장한다. 두번의 총질로 자신들의 위치를 좀비에게 알린 준우와 유빈은 죽으려고 한다.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헬기 소리, 둘은 좀비 숲을 헤치고 힘들게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들리던 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하늘은 고요하기만 하하다. 이때 닫혀진 옥상 문이 열리고 좀비떼가 그들을 향해 뛰어온다. 영화 시작부터 살아있어야 한다를 외치는 그들에게 반전는 사치다. 제목대로 그들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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