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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 추억 재미 그리고 판타지

8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로 영화관에서 개봉작을 봤다. 그때는 체온측정만 했는데, 이제는 전자명부작성에 체온측정까지 한다. 코로나19가 가져단 준 일상의 변화다. 그때는 살짝 낯설었는데, 이제는 겁나 자연스럽다. 마스크 없이는 밖에 나가지 못하고, 카톡 QR코드로 하는 전자명부 작성도 일상화가 됐다. 이게 바로 2020년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1995년의 모습은 어땠을까? 궁금하다면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니라, 삼진그릅 영어 토익반을 보면 된다.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전화를 하는 신문물이 나오기 전, 삐삐로 연락을 주고 받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컴퓨터라는 문물은 있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화면을 터치할 수도 없고, 지금처럼 화려한 그래픽 겜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다. 고아성는 1992년생, 이솜은 1990년생 그리고 박혜수는 1994년생으로 그녀들에게 1995년은, 고아성은 3살, 이솜은 5살 그리고 박혜수는 첫돌이 지난 아기다. 헤어스타일부터 메이크업, 복장 등 1995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 티가 많이 나지만, "직장 생활은 배신의 연속이지"라는 명대사를 날린 배우가 가장 1995년도스러웠다. 

 

영화 미녀삼총사가 생각나~

어릴적 꿈은 커리어우면인 이지영(고아성)은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이다. 커리어우먼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실상은 전혀 아니다. 상고를 나왔기에 대학 나온 동료에 비해 승진 기회는 거의 없고, 그저 잡일을 도맡아 한다. 뒷정리 담당과 청소는 기본, 여기에 아침마다 직원들을 위해 커피를 탄다. 누구보다 빨리 커피를 타기 위해 시간싸움을 하지만, 그녀의 꿈은 여전히 커리어우먼이다.

 

머리도 좋고 아이디어도 풍부하지만 상고출신이라서 역시나 커피와 잡일을 도맡아 하는 마케팅부 정유나(이솜). 상고 출신은 진급을 못하고, 결혼을 하면 회사는 그만둬야 한다면 늘 뼈때리는 직설 화법을 날린다.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출신이지만 역시나 상고 출신이라 가짜 영수증을 메꾸는 일을 하는 회계부 심보람(박혜수). 집안 형편만 좋았으면 상고가 아닌 대학을 나왔을 거고, 제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커리어우먼이 됐을 거다. 커피를 타지 않아도 됐을 거고, 진급을 못해 속상하는 일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녀들의 현실은 출근을 하자마자 제복으로 갈아입고, 다른 직원들을 위해 오늘도 커피를 탄다.

 

대기업이라 직원을 맘대로 퇴사시킬 수 없으니, 나름 괜찮은 방법을 생각해 낸다. 토익 600점 이상은 대리로 진급 가능.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정리해고라고 말은 안했지만, 대리 진급은 누가봐도 핑계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이건 가느다란 동아줄과도 같다. 중고등 6년동안 영어라는 교과서를 들고 수업을 받았는데도 토익시험을 위해 따로 공부를 해야 하다니, 지금은 어릴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네이티브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갖고 놀지만, 그때는 문법위주의 공부만 했었다. 

 

런닝타임이 110분인데, 커피 타고 토익공부하고 이렇게 간단한 구성으로 영화가 끝난다면 망작이 됐을거다. 영화가 시작할때, '1990년대 실제 있었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렇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한 이자영은 직접 관련 보고서를 만들지만, 상사에게 보고는 대리가 한다. 회사는 즉각 실수를 인정하고, 생각보다 적은 양이라는 검사보고서를 피해 주민에게 보여주면서 합의서를 작성한다. 이렇게 끝나는가 싶은데, 자꾸만 찜찜하다. 분명 꽐꽐꽐 폐수가 나왔는데...

 

수학 영재인 심보람의 계산으로 엄청난 양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부고발을 하기 전에 우선 증거부터 찾아 다닌다. 이때부터 영화는 첩보물이 된다. 영화 미녀삼총사가 생각날 정도로 몰래 잠입을 하고, 결정적은 증거가 될 진짜 보고서도 입수하고, 3명이서 하기 어려운 일은 어리버리한 상사의 도움을 받아 스모킹 건도 찾아낸다. 마지막으로 언론을 이용하려는 찰나, 치밀하고 꼼꼼한 대기업 앞에 그녀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페놀사건만으로 영화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더 엄청난 비밀이 등장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판타지로 넘어간다.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생에서 장그래가 말한 우리 회사와 삼진그룹 말단 여직원이 말하는 우리 회사는 아마도 같을 것이다. 우리 회사이니, 어떠한 위험이 닥쳐도 내 일처럼 앞장서서 해낼 것이다. 

 

영화와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앞장서서 일을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결국 돈을 버는 건 재벌가 사람들이고, 직원들에게는 대리라는 진급과 상여금 정도가 혜택이지 않을까 싶다. 가만히 앉아서도 일년에 몇천억의 수입이 생기는 재벌 구조는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나라 돈 많은 사람들은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기부한다던데, 우리나라는 상속세가 너무 많다는 기사만 보인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깐. 한번쯤은 그런 판타지를 꿈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유쾌하게 1995년도를 추억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100만 관객을 넘었다고 하더네, 계속 롱런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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