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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Boyhood) &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 리얼 생존영화 & 호랑이와의 동고동락

넷플릭스도 놓친 영화 보기. 주말에는 어김없이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하다보니, 넷플릭스를 볼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막무가내로 보고 싶은 영화를 폭풍검색 했지만, 요즈음 나만의 영화대 영화랄까? 비슷한 두 편의 영화를 본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의 영화를 몰아서 보고나, 갱스터무비처럼 장르물을 찾아서 본다. 이번에는 나름 성장영화로 고른 두편이다. 

 

보이후드, 더이상 이런 성장영화를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역과 성인을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게 보통인데, 12년 동안 같은 배우로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즉, 주인공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은 6세부터 18세까지 성장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보이후드와 달리 정반대다. 아역과 청년기 그리고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른 인물이 연기를 했다. 성장영화가 맞다고 할 수 있는데, 보이후드가 너무나 막강하다보니 성장인듯 성장아닌 판타지 영화다.

 

장면이 바뀔때마다 메이슨은 쑥쑥 자란다!
6세부터 18세까지 12년이라는 시간

6세는 누구, 10세는 누구, 그리고 18세는 누구 이렇게 배우를 달리해 가면서 영화를 촬영해도 될텐데, 감독의 고집이랄까? 한 배우가 6세부터 18세까지 12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있다. 배우의 성장을 영화에 담다니, 이보다 더 획기적인 성장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독특하고 기발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165분의 런닝타임은 살짝 아니 많이 버겁다. 영화관이 아니라 집이었기에 중간에 졸아도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영화관에서 봤다면 딥슬립 영화로 망작이라고 했을 거 같다. 

 

성장영화답게 그 나이에 맞는 고민과 아픔, 슬픔, 기쁨 등을 담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메이슨과 누나 사만다는 엄마와 산다. 아빠는 매일 볼 수 없지만, 주말가족처럼 정기적으로 만남을 지속한다. 같이 사는 엄마는 훈육에 있어 엄한 편이라면, 아빠는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친구같다. 터놓고 성교육을 하기도 하고, 어른이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봐준다. 메이슨처럼 누나인 사만다도 배우가 바뀌지 않는다. 아빠인 에단호크도 그대로 나온다. 12년이라는 세월,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을 하지만 아빠(에단호크는)는 늙어간다. 

 

엄마는 남자 보는 눈이 없던 것일까? 그나마 첫 남편인 에단호크가 가장 베스트(?)인 거 같다. 두번째 남편은 대학교수로 번듯했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아빠가 됐고, 세번째 남편은 연하남인데 역시나 술만 마시면 아이들을 구박했다. 그런 가정환경에서도 잘 자란 메이슨과 사만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아빠가 있었기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던 거 같다. 

 

성장 영화이기에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야 하는데, 미국과 우리나라의 환경은 너무나 다르다. 이혼을 하고 재혼을 했지만, 친아빠와의 만남을 지속하고, 새아빠가 싫으면 친아빠에게 갈 거 같은데 끝까지 엄마와 함께 산다. 아이의 초등, 중등, 고등 그리고 대학까지 우리나라 환경과는 너무나 많이 다르다. 런닝타임도 길고, 장면마다 확 바뀌는 메이슨의 폭풍성장은 놀라움보다는 당황스럽다. 성장영화라서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게 장점인 줄 알았는데, 굳이 같은 배우여야 했을까 싶다. 6세의 메이슨과 18세의 메이슨은 딴 사람이라도 해도 될만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많았더라면 조금은 더 재미나게 봤을 거 같은데,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중년의 성인 연기자가 나오고, 곧이어 어린 파이가 나온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보이후드와 달리 배우는 다르지만, 아역에서 성인까지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성장영화가 맞다. 그런데 어린시절 파이와 중년시절 파이는 카메오처럼 잠시 나올뿐, 메인은 청소년시절 파이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아빠는 아이들의 교육의 위해 동물원을 팔았다. 자신들은 캐나다로, 동물들은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해 배를 탔지만, 엄청난 폭풍우에 배는 침몰하게 된다. 

유일한 생존자는 파이 한사람뿐이지만, 침몰하는 배에서 극적으로 얼룩말이 탈출했다. 그리고 바나나를 타고 구조선까지 온 오랑우탕을 구한 후, 사람인 줄 알고 구했더니 사람이 아니라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호랑이다. 조그만 구조선에 인간은 파이뿐, 얼룩말에 오랑우탄 그리고 호랑이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된다. 천막으로 가려진 구조선 밑에 숨어 있던 하이애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같이 살아요~

배가 고픈 하이애나는 얼룩말에 이어 오랑우탄까지 공격을 한다. 그리고 파이를 잡아 먹으려고 할때, 배멀미로 잠자코 있던 호랑이에 의해 일거에 제압된다. 3마리의 동물은 죽고, 좁디좁은 구조선에는 호랑이와 파이 뿐이다. 싸우지 말고 친구처럼 함께 동고동락을 하면 될텐데, 호랑이는 곧 죽어도 어흥만 한다. 한 배를 탈 수 없으니, 파이는 자신의 거처를 만들기 위해 뗏목을 만든다. 구조선과 자신의 뗏목은 두꺼운 줄로 연결이 되어 있다. 

 

비상식량으로 채식주의자 파이는 근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호랑이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 마실 물에 낚시로 잡은 물고기까지 리처드 파커의 먹거리는 파이 담당이다. 그런데 고마움도 모르는지, 리처드 파커는 파이만 보면 어흥하기 바쁘다. 이때 파이는 호랑이를 얌전하게 만들 꾀는 낸다. 바로 배멀미를 이용하는 거다. 육지에서 살던 녀석에게 배멀리는 독약과도 같으니, 요리저리 구조선을 흔들어 녀석을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배에 탈때마다 목숨을 걸 수 없으니 해결책이 필요하다. 같이 살려면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지. 길들이기 힘들지만 훈련할 수는 있으니까."

 

실사가 아니라 3D임을 아는데도, 마치 실사인 듯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금까지 아이패드로 영화를 봐왔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면서 이건 대형화면으로 볼 걸 하면서 후회했다. 만약 홈시어터가 있더라면, 영화를 좀 더 재미나게 봤을 거 같다. 멋진 영상미를 담기에 아이패드는 너무 부족하다. 

 

리처드 파커가 있었기에 파이는 생존할 수 있었을 거다.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 있었더라면, 외로움에 죽었을 거 같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난 리처드 파커, 동고동락한 파이를 바라봐줘도 될텐데 너무 매몰차게 숲으로 사라졌다. 혹여 자신땜에 파이가 구조되지 못할 거 같아서 그런 것일까? 파커의 마지막 행동은 물음표다. 보이후드는 아쉬운 영화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는 대형화면으로 한번 더 보고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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