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몰리션(Demolition) &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 사랑바보남 & 사랑집착남
데몰리션과 위대한 개츠비는 사랑인 줄 몰랐던 남자와 떠난 사랑을 다시 찾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사랑이라는 주제만 같을뿐, 시대나 이야기의 흐름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편을 엮은 이유는 어딘가 모르게 공통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있지만, 사랑을 모르는 그들이랄까? 험난한 인생수업을 받고 나서야, 두 남자는 알게 된다. 그녀를 사랑했었고, 떠난 사랑은 붙잡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제이크 질렌할이 나오는 2016년 개봉작 데몰리션은 주연배우와 제목만 보고,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를 다룬 스릴러 장르가 아닐까 했다. 얼마전 방구석 1열에서 제이크 질렌한 주연의 나이크 크롤러를 봤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는 스릴러는 커녕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이 워낙에 유명하기에, 원작 소설부터 보고 영화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50페이지 정도 읽다가 책을 덮고, 영화를 봤다. 1922년의 미국을 상상으로 그려내기에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캐릭터의 심리묘사는 책이 더 나을 거 같지만, 개츠비 저택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파티는 영화가 훨씬 낫다.
영화 첫장면에 아내는 운전을 하고, 남편은 조수석에 앉아 있다. 냉장고에서 물이 새고 있는데 고쳐달라는 아내의 투정에 대답을 하기도 전에 교통사고가 난다. 아내의 장례식날, 남들은 슬퍼하는데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는 우는 연기를 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내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기를 그만두고 병원에 있을때 돈만 먹어버린 자판기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자판기 회사에 편지를 쓴다. 환불원정대를 소환하면 될텐데, 코로나19로 미국에 갈 수 없으니 그가 직접 환불을 요청한다. 그런데 환불만 하면 되는데, 주저리 주러리 신세한탄을 한다. 아무도 읽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속마음을 글로 담아 편지를 쓴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편지를 누군가 읽었고, 그녀로부터 회신이 왔다.
"전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아내가 죽었는데 괴롭거나 속상하지도 않아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게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데이비스는 그나마 편지에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데, 자꾸만 그녀가 보인다. 떨쳐내고 싶은데 그럴수록 아내의 환영은 계속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의 편지를 읽은 자판기 회사의 고객센터 직원은 어느새 친구가 된다.
아내의 환영을 지우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을 찾기 위해서일까? 그의 선택은 물이 새고 있는 냉장고를 고치기는 커녕, 아예 박살을 낸다. 냉장고를 시작으로 화장실 전등, 사무실 컴퓨터, 2천불까지 카푸치노 머신 등 모조리 분해를 해버린다.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집을 분해 아니 무너뜨린다. 처음에는 철거 중인 집에 가서 담당직원에게 돈을 주고 망치를 들더니, 자신이 결혼을 해체한다면서 결국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박살을 낸다.
영화를 보면서 저 행동이 의미하는게 뭘까 했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게 되지만, 처음에는 상식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내의 환영은 자꾸만 나타나고, 그럴수록 그의 폭력성은 더 대담해진다. 자신의 편지를 읽어준 그녀와 그녀의 아들로 인해 서서히 안정을 찾게 되지만, 결국 무표정한 그를 표정있는 남자로 만들어 준 사람은 아내다. 왜냐하면 데이비스는 몰랐다. 그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색다른 사랑이야기가 보고 싶다면, 영화 데몰리션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2016년 개봉작이다. 데몰리션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소설 F.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원작이다. 소설 속 개츠비의 모습이 디카프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을만큼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로미오에서 개츠비로 디카프리오의 필모그래피는 언제나 화려하다.
1922년 뉴욕은 도덕이 해이해지고, 재즈가 유행하고, 불법이 난무하며, 주가는 끝없이 치솟았던 시절이다. 돈만 있으면 속도위반쯤은 식은죽 먹기다. 돈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 한 남자가 있다. 매일밤 엄청난 파티를 주최하는 그는 집안 좋고, 학벌 좋고, 돈 많고, 여기에 성격까지 좋다.
엄청난 저택에 살고 있는 개츠비는 밤마다 뉴욕의 저명인사를 불러모아 화려한 파티를 연다.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치고, 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한 여자만은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그녀를 파티에 초대하기 위해 개츠비는 옆집에 사는 닉(토비 맥과이어)을 이용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그녀와 닉은 사촌이니깐.
그녀의 이름은 데이지, 지금은 뷰캐넌 집안의 남자와 결혼을 한 유부녀다. 하지만 5년 전 그녀는 개츠비의 여자였다. 둘은 사랑은 영원할 거 같았으나, 그녀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개츠비는 가난한 장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나고 억만장자가 된 개츠비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지금의 남편도 돈 많고 집안 좋고 간혹 바람을 피우긴 하지만 괜찮은 남자다. 하지만 옛정이 무섭다고 개츠비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 남편과 달리 그는 바람을 피우지도 않고, 자신만 바라봐 줄 거 같다. 여기에 자신을 만나기 위해 파티를 했다고 고백을 하고, 돈도 남편보다 더 많아 보인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개츠비를 선택할까?
영화 초반에는 닉의 비중이 많아서 개츠비는 언제 나오나 했다. 하지만 개츠비가 등장하고, 데이지와 그가 만나고, 그 중간에서 다리가 되어준 닉은 개츠비의 절친이 된다. 이제 둘이 다시 만나 결혼을 하는구나 했는데, 영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죽고, 그죽음으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가 죽는다.
과거를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닉의 말과 달리, 개츠비는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데이지와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그와 달리,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그에게 뒤집어씌우고 떠나버린다. 누가 부창부수 아니랄까봐, 남편도 자신의 잘못을 죄다 개츠비에게 씌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시간차가 있지만 같이 죽고, 타이나틱에서는 그녀를 살리고 그는 죽음을 선택한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배신, 배반으로 인해 죽게 된다. 허망한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는 오직 닉뿐. 친구는 잘 사궜는데, 데이즈와의 영원한 사랑은 집착이었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막장 느낌이 나지만, 화려한 영상미는 책에서는 느낄 수 없으니 영화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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