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1가 삼각지원대구탕 본점
혼밥을 즐겨한다지만, 보글보글 탕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먹어야 한다. 다양하게 주문을 할 수 있고, 양이 많으니 국물은 더 진국이 된다. 혼자라서 좋을때도 있지만, 대구탕은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더 좋다. 한강로1가에 있는 삼각지원대구탕 본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는 거 같다. 왜냐하면 오후 3시쯤 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고 바로 먹었기 때문이다. 점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고, 저녁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한가하니 넘나 좋다. 지난번에 혼자왔을때는 바쁜 점심시간이라서 구석진 자리에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자리를 선택해서 앉았다.
대체적으로 요런 탕은 2인분이 기본인데, 삼각지원대구탕은 1인분도 가능하다. 혼밥이라면 3가지 탕 중에서 하나는 선택해야 하지만, 둘이 왔으니 대구탕(10,000원)과 내장탕(10,000원) 각각 1인분씩 총 2인분을 주문했다. 대가리탕이 살짝 궁금하긴 하지만, 요건 3인 이상 가야 제대로 먹을 수 있을 듯 싶다.
기본찬은 동치미와 대구아가미로 만든 장재젓 무김치 뿐이다. 대구탕 자체가 워낙 좋으니, 반찬은 그닥 없어도 된다.
부탄가스를 넣어서 쓰는 버너와는 비교가 안되는 화력, 대구탕 국물의 진함은 불도 한 몫을 하는 거 같다. 끓기 전에는 냄비뚜껑을 열면 안되는데, 직원분(주로 이모님이라고 부름)에게 들키기 전에 살짝 열고 후다닥 찍고 다시 닫았다. 1인분도 양이 적지 않았는데, 2인분은 확실히 양이 많다.
대구탕이 끓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테이블에 있는 간장 + 식초 + 겨자 + 후추를 알아서 적당히 앞접시에 담으면 끝. 초장이나 고추냉이, 다진청양고추는 테이블에 없으니 따로 요청을 해야 한다. 소스를 만들고 잠시후, 뚜껑을 열고 국자로 양념을 섞어야 한다. 직접 하는 건 아니고, 직원이 알아서 다 해준다.
대구탕이 한소큼 더 끓여지면 미나리와 콩나물부터 내장, 대구순으로 먹으면 된다. 그런데 그 타이밍을 모를때는, 이모님에게 물어보면 된다. "지금 먹어도 되나요?"
미나리는 아삭함이 사라지기 전에 먹어야 한다. 아까 만들어둔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고, 대구탕 자체에 어느정도 간이 되어 있으니 그냥 먹어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소스없이 먹는 걸 더 좋아한다.
왜 대구탕, 내장탕 구별을 했는지 이제는 안다. 대구탕은 커다란 대구살 한점과 내장이 조금 들어 있고, 내장탕은 오롯이 내장만 들어 있다. 고로 둘이 왔다면, 각각 하나씩 주문하는 게 현명하다. 그래야 내장맛도 즐기고 대구맛도 즐길 수 있으니깐. 육고기는 살코기만 먹지만, 물고기는 내장킬러다. 부드럽게 녹아 사라지는 이리, 넌 참 매력적이야~ 참, 곤이는 알, 이리는 정소, 애는 간을 뜻한다. 원대구탕 내장탕에는 곤이는 없고, 이리는 많이, 애는 조금 들어 있다.
공깃밥은 무제한 제공이라지만, 무리하면 절대 안된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선택이 아닌 필수인 볶음밥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절하기 위해 공깃밥은 둘이서 하나를 먹는다. 내장도 물론 좋지만, 사실 백미는 국물이다. 밥을 말아서 국물을 탁하게 만들기 보다는, 적셔서 먹는게 좋다. 그나저나 이 좋은 국물에 녹색가를 빠진다면 이는 레드카드다. 밥과 함께 해도 좋고, 술을 더해도 좋고, 암튼 다 좋다.
내장을 더 좋아하기에, 대구살은 친구에게 양보를 했다. 그래야 내장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깐. 대구탕을 먹을때 계속 끓이면서 먹어야 하는데, 진국인 국물이 졸아드니 아까워서 가스불을 꺼버렸다. 육수 추가가 되는지 몰랐기에 했던 귀여운(?) 실수다.
치즈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이리와 달리, 도톰한 대구살은 쉽게 부서지지 않고 탱글탱글하다. 내장에 대구살 그리고 전혀 맵지 않고 깔끔하니 딱 떨어지는 국물까지 조화가 아니 좋을 수 없다.
공깃밥과 달리 볶음밥(1인분 2,000원)은 무료가 아니다. 참기름 솔솔 나는 밥에 남은 공깃밥을 더하고, 감칠맛 담당 장재젓 무김치를 함께 넣어 전문가의 솜씨로 재빨리 볶는다. 역시나 직접 하는게 아니고, 직원이 다 알아서 해준다.
볶음밥이 후식인 우리 식문화, 참 맘에 든다. 따지고 보면 케익의 주재료는 밀가루, 밀가루는 탄수화물, 쌀도 탄수화물, 거기서 거기다. 코로나19시대이니 냄비에 숟가락을 넣지 않고, 국자를 이용해 덜어서 먹는다. 그저 평범한 볶음밥이라 할 수 있지만, 장재젓 무김치로 독보적인 볶음밥이 됐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볶음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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