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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용강동 르네상스베이커리

세월은 무시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38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빵집이 주출몰지역인 마포에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걸어서 3분 거리에 파000트가 있지만, 가볍게 무시를 하고 10분을 더 걸어서 용강동에 있는 르네상스베이커리로 향했다.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르네상스베이커리

SINCE 1982. 그저 간판만 봤을뿐인데 신뢰가 팍팍~ 동네빵집이 많이 사라진 요즘에 38년이나 지켜왔다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거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저녁 11시까지, 빵집이니 브레이크타임은 없다.

 

서울시 제과제빵 명인으로 지정한다는 명인패. 동네빵집이라고 가벼이 봐서는 절대 안된다. 명인이 만든 빵, 그 맛을 좀 봐야겠다.

 

르네상스베이커리는 빵집이면서 카페도 겸하고 있다. 포장은 사각접시에, 매장에서 먹는다면 타원형접시를 이용하면 된다. 먹고 갈 예정이니 타원형 접시에 종이호일을 깔았다.

 

빵이 참 많아요~

냉장보관 중인 빵부터 스캔을 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커다란 초코파이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그 초코파이는 아니고, 정확한 명칭은 머랭크림 초코파이다. 다크초코렛 속에 부드러운 머랭크림이 들어 있단다. 그 옆에는 비주얼은 약식같은데 호박카스테라다. 시식이 있어 조금 먹어봤는데, 약식은 아니고 카스테라가 맞다. 콩고물이 잔뜩 묻어있는 건, 인절미빵이다.

 

타르트부터 파이까지 미니어처 열전이다. 오른쪽부터 미니 수플레, 에그타르트, 호두파이 그리고 토핑에 따라 이름이 다 다를 거 같은 타르트가 잔뜩 있다. 한입에 다 털어넣을 수 있지만, 그럼 아까우니깐 조금씩 먹어야 한다. 

 

매장에서 바로 먹기에는 살짝 과한 식빵 군단 그리고 잼에 다양한 쿠키까지 여기도 포장전용일 듯 싶다. 아래칸 빵은 시식이 가능했는데, 다 먹어본 결과 왼쪽 끝에 있는 아몬드 러스크가 가장 좋았다. 

 

허니 카스테라, 쇼콜라 클래식 그리고 화이트 엔젤이다. 이중에서 화이트엔젤은 계란 흰자로만 거품을 올려 만든 소프트한 저칼로리 케익이라고 한다. 베스트 제품이라더니, 역시 입에 넣는 순간 샤르르 녹아서 사라진다. 

 

앙버터에 프레첼 그리고 소시지빵까지 친숙한 빵은 여기 다 모여있다. 익숙한 빵보다는 색다른 빵이 먹고 싶던차, 비주얼부터 눈길을 확 사로 잡은 마르게리타 피자. 기존에 먹었던 피자빵과는 확연히 다른 고퀄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따로 시식도 없으니, 쟁반에 담았다.

 

혼자서 케익 한판을 다 먹는 유튜버가 무지 부럽지만, 그들은 윗길, 나는 아랫길이다. 고로 케익은 그저 눈으로만 먹는다.

 

마르게리타피자(3,900원)와 에그타르트(2,800원)를 고르고 커알못이니 커피 대신 팥빙수(소, 8,000원)을 선택했다. 피자는 뜨근하게 팥빙수는 차갑게, 잠시후 열정과 냉정사이를 왔다갔다할 예정이다. 총 3권짜리 소설이라, 지난주 1권을 다 읽고 지금은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 2권을 읽고 있다. 혼밥 아니고 혼빵 시작이다.

 

팥빙수, 마르게리타피자, 에그타르트

빙수에 들어가는 팥은 직접 만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핕빙수 원탑은 현대백화점에 있는 밀탑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몬드를 빼면 밀탑과 비주얼이 많이 비슷하다. 요즘 화려한 빙수가 참 많지만, 개인적으로 예스러운 팥빙수를 더 좋아한다. 

 

팥알갱이가 으깨지지 않고 하나하나 다 살아 있다. 단맛이 살짝 과하게 느껴지지만, 원래 핕빙수의 팥은 단맛으로 먹는거다. 알갱이는 살아있지만, 억세고 단단하지 않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으깨지고, 여기에 아삭함과 고소함을 담당하는 아몬드가 더해지니 삭감도 맛도 좋다. 그동안 몰랐는데, 팥빙수에서 아몬드는 꼭 있어야 할 특급조연이 아닐까 싶다. 팥이 주는 단맛도 살짝 상쇄시켜 주니 완전 괜찮다.

 

풍미 가득한 페이스트리에 수제소스와 토마토, 바질, 모짜렐라가 들어간 피자라고 한다. 진짜 마르게리타 피자와 비슷한 듯 하나, 요건 피자라기보다는 피자빵이다.

 

바질은 너무 조금이라서 잘 모르겠고, 토마토와 소스의 조합은 참 좋다. 모짜렐라 치즈와 올리브가 토마토만큼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는 그저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게 바로 단짠단짠의 묘미일까나. 달달한 팥빙수를 먹으니 짭짤한 마르게리타 피자가 끌리고, 피자를 먹으니 팥빙수가 끌린다. 단으로 시작해 짠으로 가도 좋고, 짠으로 시작해 단으로 가도 좋다. 

 

팥빙수는 먹을때, 처음에는 얼음 질감을 느끼면서 먹어야 하니 절대 비비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얼음이 녹게 되면, 원하지 않아도 비벼야 한다. 예전에는 나의 숟가락, 너의 숟가락 그리고 우리 모두의 숟가락을 담가 팥빙수를 먹었는데, 지금은 덜어서 먹던가, 1인 1팥빙수를 해야 한다. 

 

단짠없이 단단으로만 가려고 하니, 너무 힘들다. 바닥을 보여야 매우 흡족한데, 아쉽지만 팥빙수는 여기까지다. 에그타르트는 다음날 먹는다면 냉동보관을 하라고 했는데, 3~4시간 뒤에 먹었다. 빵부분은 단단할 줄 알았는데, 전체적으로 다 부드럽고 촉촉하다. 성심당이나 이성당은 기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르네상스 베이커리는 걸어서 갈 수 있다. 고로 당분간 밥대신 빵을 즐겨 먹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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