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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유산 다동 부민옥

삼각지원대구탕을 시작으로 광화문미진까지 뜻하지 않게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된 곳을 갔다왔다. 요즘 멀리 가기도 힘들고, 아니 당분간 멀리 갈 수도 없으니 서울에서 놀아야 한다. 이왕이면 의미있게 놀기 위해, 서울미래유산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 듯, 역사가 맛을 만든다. 64년,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동에 있는 부민옥이다.

 

SINCE 1956. 부민옥은 고층빌딩 숲에서 나홀로 단층 건물을 유지하고 있다. 현 운영주의 어머니인 창업주 송영준이 종로구 다동에서 개업해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름 육개장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부민옥을 모르고 있었다니 원통하고 속상하다. 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참 다행이다.

 

서울미래유산. 늠름하도다. 서울사람으로서 서울미래유산 탐방은 앞으로 계속 된다. 

 

1시가 넘으니 붐비지 않아서 좋다. 혼밥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64년이 말해주듯, 어르신 손님들이 많다. 오랜 단골인 듯, 직원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부럽기 그지 없다. 처음 왔으니, 너와 나 오늘부터 1일.

 

개업 초기에는 육개장 단일 메뉴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식사에 안주류까지 많다. 그러나 내 눈에는 오직 너만 보인다. "육개장(9,000원) 하나 주세요."

 

육개장의 정석 부민옥

기본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멸치볶음이 나왔다. 육개장은 밥이 따로 나오는데, 고슬하니 국에 밥을 말아도 푹퍼지지 않을 거 같다. 

 

첫느낌은 어랏~ 이게 육개장인가 였다. 왜냐하면 그동안 먹었던 육개장은 진한 빨간국물인데, 이건 그저 맑디 맑다. 소고기무국에 고추기름을 살짝 더한 듯한 비주얼이다. 지금까지 먹은 육개장은 아무래도 진짜 육개장이 아니었던 거 같다.

 

아직 맛은 모르겠고, 우선 푸짐한 양이 맘에 든다. 큼지막한 파와 고기를 먼저 먹고 싶지만, 웬지 국물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다. 맑고 투명한 국물이라 진함보다는 얕음일거라 예상했는데 아니다. 맑고 투명한데 깊고 진하다. 그리고 훅 치고 들어오는 이 달큰함은 파가 원인인 듯 싶다. 소고기무국이 시원하다면, 부민옥 육개장은 시원 더하기 달큰 그리고 개운함이다.

 

이렇게 굵게 양지고기를 주는 데가 또 있을까 싶다. 더구나 양도 엄청나게 많다. 오랜 단골손님이 찾고 또 찾는 이유를 알 거 같다. 그리고 쪽파, 실파 아니다. 굵직한 대파가 고기만큼 역시나 잔뜩 들어있다. 육개장하면 늘 따라오는 고사리, 부민옥 육개장에는 없다. 오로지 고기와 파, 이 둘만으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니, 그저 신생아 손님에게는 고마울 뿐이다.

 

오래 오래 끓였을테니, 고기도 파도 당연히 부드럽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국물에 이어 건더기까지 먹고 나니, 녹색이가 아른거린다. 폭염에 낮술은 절대 안하는데, 이걸 참으려고 하니 너무 힘들다. 이번에는 꾹 참지만, 다음에는 꼭 낮술을 하리라.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는데, 여기 오면 누구나 살국마가 될 거 같다. 끝도 없이 숟가락질을 하다가, 안되겠지 싶어서 서둘러 밥을 말았다. 

 

역시 밥을 넣으니 국물이 살짝 탁해졌지만, 비주얼만 그럴뿐 맛은 변함이 없다. 밥을 말기 전에 고기랑 파를 많이 먹었는데도 여전히 가득이다. 그나저나 부민옥 주방장은 예나 지금이나 손 하나는 엄청 큰 분일 거 같다. 

 

밥이 없을때, 있을때 큰 차이 없다. 그냥 겁나게 좋을 뿐이다. 그리고 국물이 워낙 좋으니, 밥에 김치만 올려도 좋다. 더구나 전혀 맵지 않으니, 매운 거 못 먹는 울 조카도 충분히 먹을 거 같다.

 

깍두기와 배추김치 중 개인적인 취향은 깍두기다. 그런데 솔직히 김치없이 그냥 육개장만 먹어도 좋다. 왜냐하면 그만큼 훌륭하니깐. 

 

아무리 파가 좋다고 해도, 저정도 굵기의 생파는 먹지 못한다. 하지만 대파 모양새는 유지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끓여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풀어진다. 알싸하거나 맵지 않고 달큰달큰하다. 음식이 나오기 기다리면서 주변 테이블을 보니, 사람들이 모두 다 인사를 하듯 밥을 먹고 있다. 왜 그럴까 했는데 나 역시도 인사를 하듯,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숟가락만 들었다 놨다를 반복 중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부민옥 육개장을 남기는 건 유죄다. 아니 남기려고 해도 남길 수가 없다. 육개장도 이리 좋은데, 복국에 선짓국은 또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부민옥에 가면 육개장만 먹을 거 같다. 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서울미래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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