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동 소녀방앗간 현대백화점디큐브시티점
요즘같은 때에는 일반 식당보다는 백화점 식당이 더 안심이 된다. 자체적으로 방역을 철저히 하니깐. 지하에 음식점이 몰려있는 푸드코트보다는 한적하니 떨어져있는 5층을 찾았다. 신동림동에 있는 소녀방앗간 현대백화점디큐브시티점이다.
혼밥은 1시 넘어서, 예전에는 바쁜 점심시간대를 피해 갔는데, 요즈음 코로나19로 인해 2시를 넘어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브레이크타임이면 어쩌나 했는데 백화점이라서 그런지 영업 중이다. 소녀방앗간,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어뗜 곳인지 잘 몰랐다. 글을 읽으니, 아마도 산나물과 관련된 음식이 나오나 보다.
입구 앞에 있던 메뉴판. 산나물로 만든 밥이라니, 달래장을 넣어 쓱쓱 비비면 한그릇 뚝딱이다. 개인적으로 나물밥을 좋아하니, 여긴 내취향이로구나 했다. 뭐 먹지, 잠시 고민을 하고 산나물밥과 고춧가루제육볶음(9,800원)을 주문했다.
습관이 됐는지 원산지는 꼭 확인을 한다. 일반 물이 아니라 찻물이다. 무심한 듯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인다. 테이블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제철 재료로 오늘의 반찬을 만들며, 재래식 발효장의 깊은 맛으로 맛은 낸다고 한다. 그리고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감미료도 최소화, 식약처 기준보다 염도를 낮게 조절해 음식을 낸단다.
나물은 묵나물인 듯 싶고 은은한 나물향이 입맛을 돋운다. 그런데 일반 공기밥에 비해 밥그릇이 크긴 하지만, 밥이 그릇에 반도 차지 않을만큼 양이 적다. 따로 공깃밥 추가도 없던데, 양이 적어도 넘 적다.
경북 청송에서 깨끗하게 재배한 고추를 곱게 빻은 양념에 국산 돼지고기를 숙성해 맛을 냈단다. 매콤하다는데 전혀 맵지 않고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좋다. 그런데 염도를 식약처 기준보다 낮춘다고 하던데, 이날만 그런지 간이 살짝 간간하다.
오징어로 무친 나물같은데 이건 염도가 엄청나다. 한입 먹는 순간 윽~ 짜다가 바로 나왔다. 오이장아찌인 듯 아닌듯, 장아찌 특유의 아삭함은 없고 물렁하다.
무말랭이를 된장에 버무린 거 같은데, 아삭한 식감만 날뿐 정체를 잘 모르겠다. 반찬은 아쉬움이 많지만, 산나물밥에 수저를 따로 준 거 맘에 든다. 요즘 개인수저를 구비할까 고민 중이다. 어쩔 수 없이 외식을 자주하는데, 공동수저통에 든 수저를 보면 이제는 거부감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통을 열어서 수저를 꺼냈을까?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공동수저통은 이제 사라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산나물로 인해 고두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진밥도 아니다. 다른 반찬대신 양념간장만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딱인데, 반찬에 간장이 없으니 아쉽다. 은은한 묵나물 향으로 인해 밥만 먹어도 좋다.
밥에는 역시 고기가 진리다. 염도가 약하다고 했지만, 반찬만 집어 먹으면 짠맛이 확 난다. 고로 제육볶음을 먹을때 밥은 꼭 같이 먹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쌈을 참 좋아하는데, 여기에 삶은 양배추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 기존 반찬이 맘에 들지 않으니, 자꾸만 다른 반찬이 생각난다.
밥이라는 녀석을 포용력이 엄청난 거 같다. 무엇을 올려도 다 만족감을 준다. 짠맛이 강하다 싶으면 밥을 더 먹으면 되고, 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밥을 덜 먹으면 된다.
밥에 비해 고기가 많은 거 같아, 고기만 먹었는데 윽~ 짜다. 밥양을 보고, 이거 나물밥을 추가해야 할 거 같은데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먹고 나니 과식은 아니어도 포만감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나물밥은 조금 더 먹고 싶었다.
어렸을때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손대면 가루가 될 거 같은 건나물이 잔뜩 있었다. 집에 갈때면, 다 똑같은 나물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 챙겨주셨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산을 누비면 나물을 캐고, 삶은 후 햇살 좋은 날 잘 말려서 보관을 해둔다. 산나물 밥상을 받고 "할머니 나물반찬 무지 맛있어" 이렇게 말해야 했는데, 그때는 그저 김만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먹을 정도로 엄청 잘 먹는다. 오늘따라 우리 할머니가 무지무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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