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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강동 모이세해장국

까칠하고 독특한 입맛의 보유자답게 내장탕은 못 먹지만, 선짓국은 먹을 줄 안다. 한국식 푸딩이라고 해야할까나, 탱글탱글하고 차진 식감이 너무 맘에 든다. 철없는 어른이지만, 철분이 부족할때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이보게 선지해장국 한그릇 때리려 가세나." 용강동에 있는 모이세해장국이다.

 

개인적으로 선지와 고기 그리고 우거지나 콩나물 등 채소가 가득 들어있는 선지해장국을 좋아한다.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양과 같은 내장이 들어 있는 선지해장국은 못 먹는다.. 그래서 다른 내장없이 선지만 들어있는 해장국을 찾다보니,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모이세해장국이 나왔다. 모이세? 익숙한 식당명에 검색을 해보니, 제주도에 동명의 해장국집이 여러 나온다. 혹시, 제주에서 서울로 유학(?) 온 녀석인가?

 

안쪽으로 좌식 테이블이 있지만, 늘 그러하듯 신발 벗기 귀찮아서 입실 테이블에 앉는다. 바로 앞테이블에 혼밥하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해장국의 효과를 바로 느끼는 듯 정수리에서 비오듯 땀이 흐른다. 해장국을 먹으면 땀이 나는게 정상인데, 개인적으로 땀보다는 콧물이 먼저 터지는 체질이다.

 

모이세 선지해장국을 주문하면 선지만 나온다. 만약 고기도 먹고 싶다면, 모이세 소고기해장국(8,000원)을 주문하면서, 선지를 넣어달라고 요청해야 고기와 선지를 다 먹을 수 있다.

 

기본반찬
물김치에 가까운 깍두기, 적당하게 익은 배추김치

모이세해장국은 특이하게 날계란이 나온다. 순두부찌개에 계란을 넣어서 먹어봤지만, 선지해장국은 처음이다. 그리고 고추에 이어 마늘종까지 아마도 텁텁해진 입맛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녀석(?)인 듯 싶다.

 

보글보글 끓고 있을때 연사 촬영은 필수

콩나물국밥, 황태해장국 등 담백한 해장국을 주로 먹다보니, 진하고 묵직한 해장국은 살짝 낯설다. 아차~ 주인장이 계란은 해장국이 나오자마자 넣으라고 했는데, 사진 찍다가 타이밍을 놓칠뻔 했다. 계란을 풀면 국물이 탁해질 수 있으니, 수란을 만들기 위해 가장자리에 계란을 깼다.

 

계란을 깬 후 전체컷 찰칵!

계린은 수란으로 서서히 익어가는 중이고, 들깨가루 아래 숨어있던 선지를 건져 올리니, 상태가 과히 나쁘지 않다. 아니 꽤나 훌륭하다. 탱글탱글하고 차진 느낌이 비주얼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 철분이 살짝 부족한 거 같았는데, 제대로 충전을 해야겠다.

 

소고기 해장국이라고 해서, 고기는 뼈해장국이나 갈비탕 비주얼을 생각했는데 소고기뭇국같다. 시래기는 아니고 배추우거지인 듯 싶고, 콩나물 사이사이 당면이 있다. 기대이상으로 건더기가 꽤 알차다.

 

우선 국물부터, 음... 예상과 달리 간이 세지 않다. 뻘건 해장국답게 짜고 매울지 알았는데, 예상 밖이다. 원래 이렇게 살짝 맹맹한 맛일까 하다가, 테이블을 보니 소금과 빨간맛 양념장(다데기)이 있다. 아하~ 개인취향에 따라 추가를 하면 되나보다.

 

수란 아니고 계란물!

수란으로 만들어서 호로록 먹으려고 했는데 앞접시로 옮기다가 터졌다. 계란으로 더 고소해진 국물에 빨간 양념장을 살짝 더하고 나니, 이제야 흡족할만한 국물 맛이 난다. 탱글탱글한 선지는 숟가락으로 먹기 좋게 잘라, 입으로 골인하면 된다. 잡내는 하나없고, 차진 식감에 고소함까지 베리굿이다.

 

아까는 연습게임, 본게임은 지금부터야~

빨간 양념장답게 매콤함이 추가됐다. 매움보다는 마라탕의 얼얼함인지 자꾸만 재채기가 나온다. 혼밥이라 다행이지, 누군가와 같이 먹었다면 미안했을 거 같다. 밥까지 말았으니 본격적으로 돌진을 해야 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 모이세해장국에 대해 검색을 했다. 해장국에 날계란이 나오는 건, 제주와 서울이 똑같다. 그렇다면 서울은 체인점이구나 했다. 이게 바로 제주해장국의 맛이구나 하면서 먹다가, 혹시나 싶어 주인장에게 물어봤다. 주인장 왈 이름만 같을뿐, 전혀 다른 곳이다. 즉, 체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혼자서 제주해장국의 맛을 서울서 맛보다니 하면서 좋아라 했는데 취소다. 제주도식 해장국은 제주에 가서 먹는걸로.

 

국물이 진하고 텁텁한 해장국에는 고추가 꼭 있어야 한다. 알싸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고추가 그닥 맵지 않아서 마늘 맛이 확 나는 마늘종을 더 많이 찾았다.

 

바닥이 보일정도로 깔끔하게 먹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더불어 낯선 해장국이라서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거 같다. 이제야 해장국에 대한 개인취향을 확실히 알았다. 짬뽕처럼 해장국도 빨간맛이 아니라 하얀맛이다. 진하고 묵직함보다는 담백하고 깔끔한 해장국이 나의 취향이다. 그런 선지해장국을 찾아 폭풍검색질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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