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아소비바
속이 꽉찬 남자는 99.9점이라는데, 속이 꽉찬 치즈카츠는 100점이다. 고소한 모짜렐라 치즈를 부드러운 제주 흑돼지가 감싸고, 이 모든걸 바삭한 튀김옷이 감싸고 있다. 묵직한 그립감으로 인해 젓가락보다는 손을 이용해야 한다. 제주가 아니라 마포에서 만난 치즈카츠 도화동에 있는 아소비바다.
봄에 가고, 여름에 다시 가니 내부가 달라졌다. 그때는 공간에 비해 바테이블이 작았는데, 확장공사를 했는지 길어졌다. 4인테이블이 있던 공간이 바테이블로 변했다. 혼밥에 최적화가 됐으니, 더 자주 찾을 듯 싶다. 이번에는 인별그램에서 치즈카츠를 개시했다는 사진을 보고 전화부터 했다. 왜냐하면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못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육즙을 가득 품고 있는 안심카츠와 젤리같은 비계가 매력적인 등심카츠도 좋았는데, 드디어 제주흑돼지 치즈카츠(12,000원)가 새로 등장했다. 저녁에만 먹을 수 있고, 2인이 와도 하나만 주문이 가능하다. 수량이 한정적이라서 그렇단다. 혼밥이니 구애 받지 않고 치즈카츠를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돈까스를 먹을때 밥을 잘 먹지 않는다. 고기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른데 굳이 밥까지 먹을 필요가 있나 했는데, 이번에는 밥까지 야무지게 다 먹었다. 담백한 된장국일 줄 알았는데, 묵직한 고깃국이다. 살짝 곰탕 느낌도 나서 밥을 말아서 먹으면 좋을 거 같지만, 주인공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배를 채울 수 없다.
비주얼은 딱 곰탕용 양념장인데, 살짝 매콤한 토마토소스다. 잠시 후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될지, 이때만 해도 전혀 몰랐다. 돈가츠에 핑크소금을 더하면 소금의 짠맛이 고기의 감칠맛을 확 끌어올린다.
치즈카츠라 해서 당연히 모짜렐라 치즈만 있을 줄 알았는데, 2개는 모짜요, 다른 2개는 체다와 모짜다. 무슨 치즈라고 주인장이 알려줬는데, 메모를 안해서 모르겠다. 우선 비주얼부터 갑 중의 갑이다. 제주도에 치즈카츠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는데, 일부러 가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왜냐하면 제주는 멀고 아소비바는 완전 가까우니깐.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쭉 늘어나는 치즈를 제대로 맛봤을 거다. 블로거의 숙명이랄까? 최적의 음식온도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뭐 그래도 남는 건 사진이니깐. 모짜렐라 치즈가 가득하니, 천장 끝까지 늘어날 거 같지만 음식 가지고 장난하면 안된다. 조명에 반짝반짝 빛나는 영롱한 모짜, 너 참 예쁘다.
모짜에 비해 살짝 아쉽지만, 체다치즈가 더해져 풍미 하나는 더 깊고 진하다. 계란노른자같아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뿐 치즈가 확실히다.
젓가락질을 못하지 않는데, 이건 젓가락이 아니라 손을 이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치즈카츠의 묵직한 그립감은 젓가락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 속이 꽉찬 남자보다는 속이 꽉찬 치즈카츠가 더 좋다.
치즈가 품고있는 짭조름함과 고소함만으로도 굳이 다른 소스를 더할 필요는 없지만, 있으니 추가해본다. 상큼한 향이 좋은 유자소스는 다른 카츠에는 어울릴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먹는게 가장 좋은 거 같다.
계란노른자 아님 주의, 흘러내릴 수 있으니 젓가락 사용 주의. 바삭한 사운드 뒤로 치즈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치즈로 인해 고기가 밀리지만, 이번만은 고기가 양보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치즈카츠이니깐. 살짝 매콤한 토마토소스를 더해봤는데, 느끼하다면 모를까? 치즈맛을 헤칠 수 있으니 그냥 먹는게 가장 좋다.
그렇다면 남은 토마토소스를 어떻게 할까나? 남기면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혹시하면서, 밥에 토마토소스를 더하니 나름 괜찮은 비빔밥이 됐다. 살짝 매콤해서 더 좋았고, 양배추 샐러드를 더하니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밥에 소스까지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치즈카츠 자체의 단점이랄까? 시간이 지날수록 치즈가 굳어져, 쭉 늘어나는 재미는 끝이 났다. 그래도 괜찮다. 치즈가 굳었을뿐 식지는 않았다. 뚝뚝 끊어지지만, 입안 가득 치즈로 꽉차는 느낌만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느끼할 틈이 없지만, 와사비를 추가해 알싸함을 더해도 좋다.
안심이나 등심가츠에는 와사비와 핑크소금이 잘 어울리는데, 치즈카츠는 그냥 먹는게 좋은 거 같다. 소스를 더해서 다 먹었지만, 본연의 맛이 가장 좋았다.
커다란 2개의 치즈카츠를 반으로 나눠 4개가 됐다. 처음에는 양이 적을 거 같았는데, 꽉찬 치즈로 인해 마지막 한개를 남겨놓고 포만감이 벌써 찾아왔다. 밥을 다 먹기도 했지만, 마지막은 본연의 맛으로 그 어떠한 소스도 추가하지 않고 먹는다. 옆에 앉은 건장한 남성분들은 돈가츠를 추가로 주문하던데, 저분들의 위대함이 넘나 부럽다. 안심카츠를 더 먹고 싶지만, 머리와 달리 위가 거부를 한다. 안되겠다. 며칠 내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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