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 송리단길 차만다
핫한 송리단길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 영국가정식에 꽃혔다. 영국은 갈 수 없지만, 영국을 먹을 수는 있다. 영국전통음식 셰퍼드파이를 송리단길에 있는 차만다에서 먹다.
검색을 하고 왔기에 처음이지만 낯설지가 않다. 작은 공간에 바테이블이 있고, 그 옆으로 2인용 테이블이 2개 있다. 바테이블에 있는 다양한 향신료들, 음식을 먹을 줄만 알았지 할 줄은 모른다. 고로 파슬리, 커민, 타임 등 이름표가 있으니 알 뿐이다. 영국전통음식을 하는 곳답게 곳곳에 영국갬성이 있다.
혼밥이니 늘 그래왔듯, 바테이블에 앉아야 하지만, 이번에는 2인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아래 가방을 넣을 수 있는 보관함이 있다. 생김새는 딱 술병인데 시원한 맹물이 담겨있다. 우선 물부터 한잔 들이키고 메뉴판을 본다.
베스트 메뉴를 보고 우스터 쉬림프 파스타를 먹을까 했다. 그러다 영국전통음식을 하는 곳이니, 주인장에게 가장 영국스런 음식이 뭐냐고 물어봤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피쉬&칩스라고 한다. 요건 밥보다는 안주 같아서 다른 건 없냐고 다시 물어보니, 셰퍼드파이(shepherd's pie)를 알려준다. 메뉴판을 보니, 셰퍼드파이(15,500원)는 쇠고기등심을 토마토소스에 익혀내고, 감자, 체다치즈, 샤워크림이 올라간 영국전통음식이라고 나와 있다.
더 영국스럽게 먹기 위해, 맥주도 영국맥주인 테넌츠 위스키(9,000원)로 주문했다. 그냥 맥주가 아니라, 싱그몰트 위스키에 담겨져 있던 오크와 함께 3주간 장기 숙성을 해서 맥주에 위스키향이 난단다. 가격은 살짝 극악(?)스럽지만 영국가는 뱅기표를 생각하면 저렴하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중이다. 사실은 더 극악스러운 런던포터를 마시고 싶었지만, 코로나19때문인지 수입이 안됐다고 한다.
맥주의 탈을 쓴 위스키다. 아니면 위스키에 맥주를 섞었다고 해야 하나? 향도 맛도 맥주보다는 위스키스럽다. 고로 가벼운 맥주 한잔이 아니라, 무거운 맥주 한잔이다.
맨 위에 샤워크림 그아래 치즈 그리고 감자와 고기로 되어 있다. 접시가 넓어서 그렇지, 양은 꽤 된다. 검색을 해보니, 원래는 매시트 포테이토라는데, 여기는 채썬감자다. 그래서 파이보다는 감자전 느낌이 더 나는 거 같다. 하지만 비주얼이 낯설어서, 맛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보니, 우선 샤워크림을 전체적으로 바른 다음에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먹으면 된다고 한다. 이제야 파이같은 느낌이 나는 듯, 아닌 듯.
감자는 당연히 감자맛이 나는데, 고기 맛이 특이하다. 토마토 소스가 베이스라지만 과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향신료 맛이 강하지도 않다. 익숙한데 낯선 맛이라고나 할까나? 이런 맛 처음인데 과히 부담스럽지 않다. 살짝 걱정했는데, 느끼함은 전혀 없고 겁나 괜찮다.
샤워크림에 가려져있던 치즈까지 올려서 먹는다. 셰퍼드파이에서 중심은 아무래도 등심인 듯 싶다. 마치 부드러운 장조림을 먹는 거처럼 결대로 잘라진다. 여기에 위스키 맥주를 더하면, 호사스런 혼밥이 완성된다.
고기가 너무 부드럽다 보니 나이프가 아니라 포크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마치 비빔밥을 먹듯, 소스에 비벼서 먹어도 좋다. 영국전통음식, 완전 내 스탈이야~
겉바속촉이 완벽한 감자에 두툼한 등심을 올려서 한입만을 한다. 역시 음식을 큼직하게 먹어야 좋다. 더불어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배신, 배반을 모르는 완벽한 한팀이다.
차만다에 도착했을때, 옆집인 중화가정식 효월을 보고 살짝 흔들렸지만 처음 느낌 그대로 영국가정식을 선택하길 잘했다. 음식은 물론 맥주까지 완벽 그 자체다. 몸은 대한민국 서울 송리단길에 있지만, 찰나의 순간 영국에 다녀왔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진짜 영국에서 쇠고기가 아니라 양고기로 만든 셰퍼드파이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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