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히말라야어죽
지난번 어죽을 먹으러 갔을때 눈여겨 봤다. 다른 메뉴는 혼밥하기 힘들겠지만, 이건 가능해서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니, 백반도 당연히 좋을거다.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 한산해질 무렵 신들도 반했다는 히말리야어죽을 향해 작은 골목에 들어섰다.
들어가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인장이 문을 열고 왜 안들어오냐고 한다. 일러스트 모드로 찍은지 몰랐다가, 확인하고 다시 찍는 바람에 시간을 꽤 지체했나 보다. 또 왔어요라고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참, 자동문에 붙어있는 파란 스티커에는 '짠맛 줄인 순한 식당'이라고 나와 있다.
혼밥을 할때에는 한산한 시간이 좋다. 그나저나 안쪽 테이블에 앉은 분들은 낮부터 한잔을 하고 있다. 얼핏 안주를 봤는데, 글쎄 우럭 구이다. 커다란 반건조 우럭이 두마리다. 어찌나 냄새가 좋던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우력 구이는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인데, 월간매거진을 여기서 할까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히말라야에 있는 어느 식당에 온 듯한 분위기이지만, 메뉴판을 보면 어죽에 우럭젓국 등 충청도 음식점이다. 우럭구이 대신 모듬전에 무아스파탐 누룩이를 마시면 딱 좋겠지만 점심특선 집밥(백반, 8,000원)을 주문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다 있는 건강한 집밥이다. 백반이라고 하지 않고, 집밥이라고 한 이유를 알 거 같다. 역시나 반찬 하나하나 다 맛깔스럽고 간은 짜지 않아 좋다. 특히 과일사라다는 마요네즈 범벅이 아니라서, 디저트로 마지막에 먹으니 입 안이 개운해지고 좋다.
갓지은 밥은 아니지만, 질지 않고 고슬고슬하니 좋다.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찌개(국)는 김찌치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먹어볼까나.
숟가락을 찌개에 넣을때까지는 그저 양이 많은 김치찌개구나 했다. 그런데 이건 김치찌개 옷을 입은 김치찜으로, 큼지막한 돼지고기가 가득이다. 김치보다 고기가 더 많다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 나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비계 못 먹는 1인인데, 비계가 거의 없고 온통 살코기뿐이다.
짠맛 줄인 순한 식당답게 간도 적당하니, 밥없이 그냥 먹어도 괜찮다. 정말로 김치찌개 옷을 입은 김치찜이 맞다. 두툼한 고기가 주는 묵직한 식감에 부드러운 두부 그리고 시큼과 새콤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김치를 더하니 아니 조화로울 수 없다. 여기에 국물까지 칼칼하다는 건, 안 비밀이다.
김치찌개만으로도 한그릇 뚝딱이지만, 그렇다고 반찬을 그냥 둘 수 없다. 흰밥에 짜지 않은 고등어구이를 올리고, 나물과 멸치 그리고 건새우를 올려 다양하게 먹는다. 미역무침은 불호라 그냥 두고, 사과사라다는 마지막에 먹어야 하므로 밥을 먹는 동안에는 건드리지 않는다.
고기 김치찌개를 안 먹어본 것도 아닌데, 히말라야어죽 김치찌개는 정말 고기가 가득 들어있다. 김치찌개에 맹공을 퍼붓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반찬을 많이 남겼다. 공깃밥 추가를 하면 잔반 없이 다 먹을 수 있지만 배가 불러서 여기서 아쉽게 멈췄다. 디저트로 사과사라다를 먹으며, 김치찌개가 나오는 날이 언제인지 모르니, 미리 전화로 물어보고 와야겠구나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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