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히말라야어죽
봄바람치고는 태풍이 올 거 같은 바람이 분다. 문득 보양식이 먹고 싶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땜에 멀리 갈 수 없으니, 가까운 곳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달부터 찜한 메뉴, 어죽을 먹으러 간다. 충청도 토속음식을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히말라야어죽에서 먹는다.
마포구 도화동에 어죽을 파는 식당이 있다. 그런데 그곳 이름이 히말라야어죽이다.어죽은 충청도 토속음식인데 왠 히말라야일까? 작은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간판, 하하~ 세계 1호점이란다. 옆에는 메뉴판이 있는데, 어죽, 아나고 찌개, 게국지 등 느낌적인 느낌상 주인장은 히말라야가 아니라 충청도 출신인듯 싶다.
식당 앞에 있는 창고같은 건물에 그려진 벽화, 신들도 반한 그맛이란다. 과연 어떤 맛일까? 매우 몹시 궁금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11:30부터 오후 10:00까지다.
충청도 토속음식점인데, 분위기는 히말라야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식당 내부를 꾸민 사람들이 히말라야분들이라서 히말라야어죽이라고 이름을 정했단다. 주인장이 히말라야 덕후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 걸로. 이른 저녁 혹은 늦은 점심인데, 한적하니 혼밥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다.
히말라야어죽은 국내산 재료만을 쓴단다. 그나저나 다른 식당도 원산지 표시를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특히 하단에 있는 구절이 확 와닿았다. 아스파탐은 들어 있지 않으며, 봉화암반수에 솔잎발효주 누룩이란다. 어죽만 먹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힘들 거 같다.
점심특선을 제외하고, 혼밥러를 위한 메뉴는 어죽밖에 없어 보인다. 우럭젓국찌개와 아나고전골이 끌리는데 혼자서는 무리다. 주인장이 닭볶음탕도 좋다고 하는데, 역시나 혼자서는 무리다. 영업시간 옆에 있는 푸른 스티커에는 '짠맛줄인 순한식당'이라고 나와 있다. 짠맛에 민감한 1인이라 보자마자 완전 맘에 들었다.
반찬이 8가지나 되지만, 짠맛줄인 순한식당답게 전체적으로 간이 심심하다. 기본찬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혼자 먹을만큼 조금씩 나왔고, 짜지 않으니 너무 좋다. 봄이면 어김없이 우리집 밥상에는 머위대들깨볶음이 올라왔다. 어렸을때는 특유의 씁쓸한 맛땜에 먹지 않았는데, 나이탓인지 지금은 그맛이 좋다. 유일하게 리필까지 해서 먹었다.
반찬이 이리 좋으니, 아니 마실 수가 없다. 더구나 무아스파탐이니 누룩이(750ml, 5,000원)를 주문했다. 인공감미료가 없는 누룩이는 특유의 감미료 맛이 나지 않고, 단맛도 과하지 않다. 그래서 더 막걸리스럽다. 우럭젓국이랑 같이 먹으면 참 좋을거 같은데, 우선 파티원부터 섭외해야겠다.
가운데 봉긋 솟아 있는 건, 누가봐도 들깨가루다. 참, 어죽은 생선을 푹 고아서 발라낸 살과 체어 밭친 국물에 쌀을 넣어 끓인 죽이다. 이집 어죽은 충청도에서 막 잡은 자연산 참붕어로 만든단다. 생선을 완전 갈아서 만들기에, 참붕어살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들깨가루를 풀기 전에 국물을 먹으니, 비린내는 단 1도 없다. 국물은 무진장 고급스런 떡볶이 국물맛이라고 할까나? 침샘을 요동시키는 감칠맛 뒤에는 진한 마늘맛이 훅 치고 올라온다. 걸쭉한데 깔끔하고, 보기와 다르게 전혀 맵지 않고 담백하다.
어죽에는 국수와 밥이 같이 들어 있다. 국수는 예산 쌍송배기 1등급 밀가루로 만든 고급소면이고, 밥은 천수만 간척지산 1등급 간척미라고 착한재료 공개에 나와있다. 먹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 있으니, 주인장왈, "면이 불면 맛 없으니 어서 먹어요." "넵~"
참붕어는 국물 속에 녹아 있는 거 같고, 대신 건새우랑 마늘이 씹힌다. 깻잎향이 나는 거 같더니, 깻잎도 있다. 울면처럼 국물이 걸쭉하다보니, 굳이 따로 국물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물이 면에 딱 붙어있다.
어죽에 들깨가 들어있으니, 머위대들깨볶음과 잘 어울리다. 김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조화가 기가막힌다. 간이 과하지 않으니 반찬을 올려서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리고 중간중간 누룩이가 받쳐주니, 아니 좋을 수 없다.
보양식답게 인삼도 들어있다.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함께 먹으면 정말 좋은데, 메뉴에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서울에서 어죽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데,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점심특선도 있으니, 앞으로 종종 찾을 거 같다. 혼밥할때 함께 하는 친구, 김충식 작가의 남산의 부장들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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