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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 착한축산

자고로 한우는 내 돈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먹어야 한다.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당당히 돈을 내고 먹었다. 왜냐하면 살치살에 갈비살 그리고 등심(새우살 포함)에 차돌박이까지 5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한우는 마장축산물시장에서 먹어야 한다.

 

내 돈으로 먹기 부담스런 한우, 마장축산물시장이라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1963년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우성산업 도축장이 마장동으로 옮겨오고, 도축장 주변에 소의 내장과 돼지의 부산물을 판매하는 상점이 점차 늘어나면서 마장동 우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한다. 당시 오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매가 이루어졌고, 하루 최대 소 250여 마리, 돼지 2000여 마리가 도축되었다고 한다. 도시개발로 35년간 운영되었던 도축장은 문을 닫았지만 축산물시장은 계속 이어오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오롯이 먹기 위해 만나는 월간매거진(우리끼리 정한 명칭)은 3월을 건너뛰고 4월 마장동에서 조우했다. 이유는 하나다. 한우를 혼내주기 위해서다. 사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는데, 처음이라서 의욕만 앞설 뿐 늘 주춤했다. 그러다 지난 모임에서 한우를 먹고 싶다고 했더니, 월간친구 왈 "마장동에 아는 지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있다. 우리집은 늘 거기서 고기를 주문해서 먹는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친구따라 강남 아니라 마장동으로 간다.

 

서문쪽 시장 
남문쪽 시장

버스정류장은 서문과 가깝고, 지하철역은 남문과 가깝다. 버스를 타고 왔기에 남문에 있는 월간친구를 만나러 걸어가면서 시장 구경을 했다.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서문에 비해 굴다리를 지나 남문으로 들어서니 좁은 통로에 돼지머리부터 곱창, 막장과 같은 내장 등 부산물이 천지삐까리다. 내장을 즐겨 먹는다면 좋아하겠지만, 정반대라 목적지인 착한축산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서문은 소매, 남문은 도매라고 한다. 월간친구와 오지 않았더라면 서문쪽 매장에서 고기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래서 아는 사람과 다녀야 한다.    

 

월간친구가 아는 지인은 돼지고기만을 취급하지만, 지인찬스로 한우 매장을 소개받았다. 착한축산, 이름부터 맘에 든다. 온통 한우로 가득 한, 저 냉장고가 우리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부위를 좋아하나요?

한우는 진공포장 상태로 냉장고에 들어 있다. 모든 부위를 다 먹고 싶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1++의 마블링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살치살과 미친 식감 갈비살 그리고 등심을 골랐다. 부위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직접 썰어준다. 휴대용 불판이 있었다면, 썰자마자 바로 구웠을 거다. 만약에 육사시미였더라면, 쓱 집어 먹었을지도 모른다.

 

요것은 등심이다. 그냥 등심도 아니고 새우살이 있는 등심이다. 새우살은 등이 굽은 새우의 모습으로 왼쪽 부근에 있다. 새우살 맛이 겁나 좋다는데, 드디어 먹는다. 

 

고기랑식당은 2 층에 있지오~

마장축산물시장도 여느 수산시장처럼 고기를 사고, 2층으로 올라가 세팅비만 내고 먹으면 된다. 영업시간은 오전11시부터 오후10시까지고,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는 거 같다. 왜냐하면 이때가 4시 40분쯤이었다. 

 

숯불과 판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마블링이 강하면 판, 그렇지 않다면 숯불이라고 해서 우리는 판으로 달라고 했다. 

 

마늘과 쌈장, 깍두기, 배추김치, 파채가 나왔지만, 우리는 똑같이 양파와 소금으로만 한우를 혼내줬다. 와사비를 미리 챙겨갔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럼 더 많이 먹었을 테니깐.

 

차돌박이와 항정살은 서비스~

왼쪽은 살치살과 갈비살이 있고, 오른쪽은 새우살이 들어있는 등심이다. 등급은 1++다. 원산지는 국내산 즉 우리 한우다. 그나저나 때깔 참 좋다. 참, 가격은 10만원이다. 

 

마블링이 쥑이는 살치살

시작은 살치살이다. 뜨거운 불판에 고기를 올리니, ASMR을 담고 싶을만큼 좋은소리가 귓가를 괴롭힌다. 사진을 찍어야하기에 고기굽기는 월간친구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그런데 은근 아니 무지 잘 굽는다. 뒤집는 타이밍이 자로 잰듯 정확하다.

 

이 맛 어쩔겨~ 맛있는 거 먹을때면, 처음에는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맛있음이 연속으로 훅훅 들어오면, 이상하게도 확가 난다. "겁나 맛있어서 짜증나." 개인적으로 맛이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

 

오른쪽은 갈비살이 확실하다. 왼쪽은 살치살이 맞는데 등심에 가까운 부위라서 아까 먹었던 살치살과는 사뭇 다르다. 그리하여 가격을 갈비살에 맞춰서 줬다. 

 

고기 굽기는 시간차로, 그래야 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으니깐. 고기가 워낙 좋으니, 쌈채소 따위는 필요치 않다. 그저 소금만 살짝 올리면 끝이다. 살짝 느끼하다 싶으면 양파로 달래주면 된다. 셋 다 미디엄레어를 즐기다 보니, 동시에 젓가락을 든다. 부드러운 살치살은 입안 가득 과한 육즙에 진한 풍미를 남기고 사라진다. 

 

등심을 만나기 전, 갈비살은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다. 살치살이 채워주지 못한 식감을 쫄깃한 갈비살이 가득 채워준다. 

 

불판 가득 등심이~

등심은 총 2점이다. 살치와 갈비살을 먹을때는 포만감이 일절 없는데, 등심을 먹기 시작하니 서서히 배부름이 느껴진다. 그만큼 등심 크기가 장난 아니다. 특히나 새우살까지 있으니, 마장축산물시장을 왜 이제야 왔는지 후회 가득이다.

 

요것은 새우살이다. 사람들이 왜 새우살, 새우살하는지 이제는 안다. 넓게 보면 새우살도 등심일텐데, 맛은 전혀 다르다. 입에 넣는 순간, 스르륵 녹아 없어진다. 몇번 씹지도 않았는데, 여운만 가득 남기고 사라졌다. 등심에 비해 두께가 살짝 얇지만, 맛은 겁나 두툼하다.

 

새우살을 먼저 먹은게 실수다. 등심도 좋았는데, 새우살이 훨~~~씬 좋았다. 두툼한 등심을 미디엄레어로 먹으니 입안 가득 육즙 폭탄이 터졌다. 커다른 등심 2점에 우리는 모두 포만감 만땅이 됐다. 입가심으로 냉면을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들어갈 자리가 없다. 오롯이 한우로 배를 채우다니, 꿈만 같다.

 

디저트는 차돌박이

디저트조차 한우다. 차돌박이는 얇으니깐. 몇 점을 더 먹는다고 해도, 큰 부담이 없다. 대신 항정살은 끝내 먹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왔다. 월간친구 덕에 받았는데, 친구의 배려로 다음날 아침 우리집은 항정살 파티를 했다. 600g이면 한근인데, 그걸 다 구워서 깻잎에 싸서 야무지게 먹었다. 마장축산물시장에 대한 선입견이 살짝 있었는데, 이제는 한우 = 마장축산물시장이다. 아~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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